2006-02-04 13:21

해외진출 한국기업 “마지노선 환율 950원”

북미 및 중동·아프리카 진출기업 체감피해 가장 커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수출포기를 고려할 수 있는 환율 마지노선은 95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가 최근 37개국에 진출해 있는 200여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감 환율영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포기를 고려할 수 있는 마지노선 환율은 1달러당 950원이 전체 조사대상 시장에서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적정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기대환율도 지난해 12월초 조사보다 평균 50원정도 낮아져 1,000-1,100원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85%가 최근의 환율하락이 자사 비즈니스에 불리하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44%는 매우 불리하다고 답변하여 해외진출기업이 최근의 원화 강세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환율 대응전략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의 급격한 원화 강세 체감피해가 지역별로는 북미 및 중동·아프리카 진출기업들에게 영향을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북미지역과 같은 중국 및 아시아 수출국들과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이번 원화강세가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며 아시아지역은 상대적으로 해외진출 한국기업에게 부담이 적게 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별로는 섬유산업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산업 진출기업들에게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및 부품산업의 75%와 섬유산업의 70%가 원화강세가 매우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며 기계산업과 전기전자산업도 원화강세가 상당한 수의 기업에게 매우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보통신산업의 약 40%정도는 원화강세영향을 긍정적 또는 무영향으로 응답해 체감피해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기업 60%, 환율 추가하락 예상

한편 조사대상 기업들의 60%가 환율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었으며 32%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환율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절반을 겨우 넘은 56%에 그쳤으며 중국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무려 72%가 대응전략이 없다고 응답하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환율대응 전략은 환헷징, 결제통화 다변화 등이 대부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주요 중소 바이어의 62%가 최근 환율변동의 불안정성을 감안해 가격 변경이나 거래선 변경 없이 향후 추이를 주목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앞으로도 중국 위안화가 안정세를 유지할 경우 중국으로의 거래선 전환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본 기업들도 엔화보다는 중국 위안화 동향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국인 일본 및 중국의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보다는 달러 약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작게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들어 엔화가 급격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약세이기 때문에 체감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및 원화와는 달리 위안화의 경우 최근의 환율 급변기에도 대미환율이 사실상 거의 변화가 없어 중국 기업들은 달러화 약세보다는 기술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섬유업체들은 본지사간 거래시에는 달러화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 지사에 별다른 영향이 없으며 본사에서 외환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달러화 약세시에도 위안화의 환율 변동폭이 거의 없어 실제로는 기업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위안화의 환율변동이 커질 경우 본지사간 거래시 환율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비정상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바스켓제도에 따라 달러화 약세가 중국환율에 즉시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변동폭도 한국 등 경쟁국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현재로서는 바이어에 대한 가격인상 요구 등 특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특히 중국 제품은 그동안 전반적인 가격인상추세에 따라 가격이 인상돼 왔으며 타 통화대비 가격 변동폭이 낮아 이번 위안화 강세로 인한 가격인상요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섬유의 경우 쿼터비용이 매우 높게 배정되고 있어 환율에 대한 신경을 쓰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폭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이번 기회를 이용해 바이어에 대한 가격인상보다는 수출물량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진출 한국기업들은 타지역 진출 기업과 비교, 상대적으로 원/달러 환율변동에 덜 민감하며 다수의 기업이 환율하락에 대한 대응전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참가 중국진출기업들의 68.6%가 거래하는 바이어들이 아직은 관망자세라고 응답했으나 22.9%는 가격인하압력과 기타 거래조건 변경요구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유럽진출기업은 유로화 결제가 많아 미국진출기업 대비 원화강세 체감피해가 낮으나 여타시장보다는 높은 편이다. 설문조사참가 유럽지역 진출 한국기업들의 38.9%가 거래하는 바이어들이 아직은 관망자세라고 응답했으나 50%는 가격인하압력과 수출가격인상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아시아 진출 한국기업은 여타지역 진출기업에 비해 원화강세 체감피해가 낮으나 저평가된 엔화, 위안화를 바탕으로 한 경쟁국기업의 공세에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시아진출 한국기업들의 60%가 거래하는 바이어들이 아직은 관망자세라고 응답했으나 24%는 가격인하압력과 수출가격인상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베트남시장의 경우 베트남기업의 국내생산이 늘어 수입대체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의 저가품들이 들어와 핸드폰 등의 극히 제한된 품목을 제외하고는 환율하락이 오래 지속될 경우 한국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한편 중남미지역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현지생산율이 높아 현지화 강세로 부품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전망하고 있어 우리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섬유·기계산업 지원책 마련해야

코트라는 우리 수출구조가 과거에 비해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데다 달러화 약세로 유류 수입가격이 낮아져 한국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나 섬유, 자동차부품 및 기계산업 등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환율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산업에 초점을 둔 지원책 마련과 국내기업들의 자체적인 환율변동 대응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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