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5 14:21

항/로/총/결/산/ 한일항로,상반기 ‘물량쾌조’ 하반기 ‘흐림’

7월까지 운임회복 성공적…8월 이후 물량 급감



한일항로에게 2005년은 상승일로에서 하락세로 급반전한 한해였다. 상반기까지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늘어난 물량과 선복감축에 따른 소석률 상승, 선사간 화합으로 하주와의 운임줄다리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었다.

한일항로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1월부터 소석률이 80~90%에 육박하는 등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작년 12월 한신지역(고베·오사카)에 대해 월요일 항차를 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던 선사들의 노력이 물량증가와 맞물려 운임인상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선사들은 선복감축 조치에서 월·수·토로 운항되던 기존 한신지역 스케줄에서 월요일 항차를 없앴다. 이에 따라 고려, 흥아, 남성해운 등 3개 공동운항선대의 한신지역 서비스항차는 이달 들어 기존 주 9항차 에서 주 6항차 서비스 체제로 조정됐다.

이와 더불어 물량도 호조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선사들의 운임인상노력은 가시화되기에 이르렀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가 발표한 한일항로의 지난 1/4분기 화물수송량은 작년보다 8.2%가 늘어난 총 14만3천20TEU의 물량을 기록했으며 이중 수입화물은 두자릿수(10%) 증가율인 5만8천655TEU를 기록했다. 수출화물도 7%가 증가한 8만4천365TEU를 기록해 선사들의 운임회복에 청신호가 됐다.

운임회복의 잣대인 소석률(선복대비 화물비중)도 1~3월동안 80~90%에 달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4분기동안 도쿄·요코하마·나고야 등 게이힌 지역은 평균 85%의 소석률을 보였고, 고베·오사카등 한신지역도 80%의 소석률을 보였다. 이는 한중일 삼국간 화물을 제외한 한일간 화물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소석률은 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선사들은 KNFC가 매주 주재하는 회의를 통해 운임회복을 위한 단합된 의지를 다지면서 2004년의 전철(煎鐵)을 밟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이같이 물량호조와 소석률 상승, 선사간 단합으로 한일항로는 4월 15일 운임회복을 단행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4월 15일 실시된 운임인상 폭은 지난 2003년 11월에 시행했던 MGL 수준. 태리프상의 운임할인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운임인상은 평균 5%대의 인상률을 보였다.

한일간 수출하주들의 90% 이상이 4월 운임인상에 합의했고 대형 포워더나 제지회사들도 속속 운임인상을 타결지으면서 선사들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물량도 예년과 비교해 호조세를 지속했다. 공식집계된 1~6월 실적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5.6% 늘어난 28만9천938TEU였다. 특히 소석률이 더 낮은 수입화물 증가율이 수출화물보다 높은 것은 취항선사들에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같은 기간 이 항로 수출화물은 16만565TEU로 작년보다 5.3%, 수입화물은 12만791TEU로 6.1% 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물량 호조세에 따라 KNFC는 9월 15일부로 적극적인 운임인상 형태인 GRI를 도입해 본격적인 운임회복에 나서기로 계획하기도 했다. 이들은 8월 16일 선사간 회의를 갖고 인상폭을 TEU당 30달러, FEU당 50달러씩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협의했다.

그러나 8월 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매월 상승세를 유지하던 물량이 8월 접어들면서 전달보다 10%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한일항로에서 8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된다. 한국의 휴가철과 일본의 명절이 끼어 수출입물량이 다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양력 8월 15일에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이라는 명절을 지내는데 이에 따른 연휴기간이 약 1주일간이다. 따라서 제조물량 혹은 운송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선사측 전언이다.

KNFC는 8월 물량의 큰 폭 감소로 선사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했고 결국 GRI는 차후로 연기됐다.

이 항로는 9~10월 들어서도 물량 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전통적인 물량 밀어내기 시즌인 11월을 그나마 시황 반전의 호기로 기대했으나 이마저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4~6월 잠깐 호황의 단맛을 보나 싶더니 8월 접어들면서 급격한 시황 하락세를 맞게 된 것이다.

한일항로는 전통적으로 추석을 전후해 스페이스가 모자랄 정도로 물량이 늘어나거나 11월 물량 밀어내기로 높은 물량 증가세를 나타내지만 올해는 이런 특수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성수기가 상반기로 역전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한일항로의 11월 물량은 작년에 비해 12%가 떨어졌고 전달보다는 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수출화물은 12% 줄었고 수입화물은 1.5% 상승했다. 이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엔화 환율 하락과 관계있다. 원/엔화 환율하락으로 국내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잃는 바람에 한일수출화물이 급격히 줄었다. 원/엔 환율이 7년 3개월만에 100엔당 87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11월 강세 수출품이었던 대표적 계절상품인 난방기기등이 열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

10월보다 높은 수치로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11월 물량마저 저점에서 늘어나지 않자한일항로는 하반기 들어 강한 운임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다. 선사 관계자들은 한일항로 운임은 지난 4월 운임회복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운임하락의 체감률은 메이저선사보다 마이너선사에서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메이저선사들은 삼국간 화물등의 운송으로 로컬화물 감소를 그나마 버텨내고 있지만 한일간만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운임을 내려서라도 화물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

12월 들어서 화물은 11월과 비교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통관이 크리스마스 이후로 사실상 중단돼 연말 한일항로 물동량이 급감하는 것을 감안할대 12월 전체 물량은 11월보다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KNFC는 지난 14일 취항선사와 회의를 갖고 물량 감소로 운임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박대형화나 하역료 절감등 운항원가 절감에 따른 채산성 개선방법을 모색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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