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5 09:40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법정관리중인 대한통운의 지분 14.71%를 인수, STX그룹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섬에 따라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을 둘러싼 M&A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게 됐다.
◇금호, 지분 확대 배경 = 그룹측은 14일 장내 주식매입을 통해 대한통운의 지분을 14.71%로 늘리면서 "목적은 경영참여"라고 못박았다.
또 "현재 대한통운이 법정관리중이므로 경영권에 참여할 수는 없으나 경영진 임면.정관변경 등의 사항이 발생해 의견을 물을 경우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의 이번 인수 결정은 지난 10일 STX그룹 계열사 STX팬오션이 장내 매수외 시간외거래를 통해 대한통운 지분 21.02%를 인수, 최대 주주로 등장하자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금호는 오래전부터 대한통운 인수를 준비해왔다.
지난해말 그룹내부에서 차세대 진출 사업으로 '물류'를 꼽았고 물류업체 인수의사를 여러차례 대내외에 표명한바 있다.
STX 그룹이 대한통운 지분을 매입하기 전에도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 지분 6.57%를 보유한 CFAG10호 기업구조조정조합 자체를 인수한 상태였다.
금호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 물류 부문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적극적인 인수로 3자 물류(3PL) 등 신규사업에도 진출,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을 연계한 종합 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도 이와 관련 최근 회의석상에서 대한통운 인수전에 꼼꼼히 대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탄은 충분한가 = 현재 대한통운의 인수를 위해서는 1조원 가량의 현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는 이를 구조조정이나 기존자산 매각, 보유 유가증권 매각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추가 지분 인수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지만 지난해 그룹이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고 올해도 현금 흐름이 좋아 계열사 매각 없이도 그 정도의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단 인수작업에 착수하지만 최종 판단은 내년 법원과 채권단이 마련할 매각조건을 지켜본 뒤 내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총괄 사장도 "기업인수를 추진하더라도 현재의 부채비율을 더 악화시키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삼고 있다"며 "회사 인수나 신규사업 추진은 준비자금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환위기 직후 겪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감안할때 대한통운이 탐나는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무리한 인수로 다른 계열사들이 경영난에 빠지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대한통운 인수전 불붙나 = STX와 금호아시아나 외에도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은 GS그룹, CJ, 롯데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아직 STX와 금호아시아나의 지분 확대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한통운이 법정관리 상태에 있고 인수작업이 내년 6월 이후에나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현재의 지분 인수로 직접 경영에 뛰어들 수는 없는 만큼 시장 상황과
경쟁사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STX에 이어 금호아시아나가 지분을 확대하면서 인수전을 촉발시킴에 따라 대한통운을 욕심내고 있는 기업들간 지분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STX와 금호간 추가 매입 을 통한 지분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통운 인수전의 향방을 가를 유력한 변수는 내년 5월10일 이후 출자전환될 채권단의 대한통운 보증채권이다. 보증채권이 출자전환되면 대한통운 지분의 32%를 차지하게 되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자동적으로 떨어져 STX는 현재의 21.3%에서 14.2%로, 금호아시아나는 14.7%에서 9.8% 수준으로 낮아진다.
아울러 법원과 채권단이 어떠한 조건과 방식으로 매각할 것인지도 대한통운의 인수전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분인수가 향후 우선협상대상기업 선정 등 대한통운 매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한통운에 관심있는 기업들이 지분매입이나 채권단과의 접촉 등 가시적인 조치를 곧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작년말 기준 대한통운은 자산 1조2천671억원, 부채 4천872억원, 매출 1조1천193억원에 188억원의 순익을 올렸고 직원수만 9천845명에 달한다.
어느 기업이건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만 인수하면 경쟁이 심한 물류업 에 손쉽게 진출,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기업들간 인수전이 과열될 경우 대한통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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