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8 10:04

기획/개별허가제 시행시 중소육상운송업체 ‘큰 타격’

지입차주들 집단이탈 움직임…대형업체는 자체물량 많아 이탈 적을 듯
정부, 다단계운송 집중단속… 업계 “다단계운송한 차주도 같이 처벌하라”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화물운송산업 종합육성대책’이 시행 6개월째를 맞았다.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재발방지를 막고 시장구조의 건전화를 위해 관계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연구를 거쳐 마련한 특단의 조치다.

지난해 5월과 8월 두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을 거치면서 국내 화물운송의 80%를 전담하고 있는 육상화물운송업계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화물연대의 운송집단 거부사태는 공급과잉과 다단계구조 따른 수입감소, 지입제 폐단 등 낙후된 시장구조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폭발이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것이 이른바 화물운송산업 종합육성대책(이하 종합대책)이다.

건설교통부는 화물연대 파업사태 이후 교통개발연구원(KOTI) 등의 물류리서치기관에 의뢰해 물류체계개선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고 이를 토대로 지난 1월 20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법률’을 공포했다. 이 법은 홍보 및 하위법령 보완 작업을 거쳐 지난 4월 2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와 더불어 지난 5월 10일엔 이 법률을 기반으로 종합대책을 발표, 국내 육상운송업계의 종합적인 체질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종합대책의 기본 골자는 시장의 공급과잉을 막고 지입제로 얼룩진 화물차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등 시장의 건전성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화물운송업의 진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한편 화물운송자격제, 화물운송가맹사업제 도입 등이 이런 취지로 취해진 조치들이다. 또 지입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지입차주가 차량 1대를 가지고도 운송사업을 벌일 수 있는 개별허가제를 오는 12월 31일 시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지난 화물연대파업에 따라 발생했던 물류대란의 재발방지를 위해 업무개시명령제도 도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다단계 금지와 개별허가제에 대해선 운송업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내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급과잉 심화…차량 61% 늘 때 화물은 14% 증가에 그쳐

우리나라 화물운송산업이 지금과 같이 공급과잉과 수급불균형이 야기된 것은 지난 97년 7월 화물운송시장의 진입규제가 과거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부터다.

건교부와 KOTI에 따르면 지난 97년 17만2천588대였던 영업용 화물자동차는 2002년 33만8천240대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중 물류대란의 주력인 5t이상 일반화물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12만1천257대에서 19만5천806대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0.1%, 누적증가율은 61.5%다.

그러나 물동량은 97년 4억9천900만t에서 5억6천900만t으로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영업용 화물자동차는 운송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차통행률이 40%대에서 50%대로 늘어나는 등 적재효율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물동량과 수송능력을 대비할 때 약 5~6만대가 공급과잉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량대당 평균 물동량은 29%가 줄어 화물운송료도 철강ㆍ컨테이너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12~13%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단계위주 운송에 차주수익 ‘쥐꼬리’

이와 함께 국내 운송시장은 대부분의 운송업체가 소규모로 영세하고 화물의 물동량도 계절적 변동이 심해 다단계 거래가 관행화 돼 왔다. 하주는 개별차주의 신뢰성 부족과 관리비용의 증가로 운송업체 등에 화물을 일괄 위탁하고 있는데, 운송업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차량만을 보유하고 자사의 처리물량을 초과하는 부분은 타운송회사 또는 주선업체에 재위탁하고 있다.

이때 운송사는 위탁시마다 운송료의 4~10%정도를 공제하는데, 결국 3~4단계의 위탁이 이뤄지면 화물차주에겐 처음 운임의 60~70%에 불과한 운송료만 돌아온다. 2003년 12월 현재 등록된 화물운송업체는 8천86개사고 주선업체는 1만2천555개사에 이른다. 이들 업체들이 서로 운송에 대한 재주선을 관행화하고 있다.

또 운송대금의 어음결제 비중이 높고 그나마 장기어음으로 지급되는 등 불공정거래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운송대금의 평균 어음 결제비중은 30~70% 수준이고 평균 어음 만기일도 60~120일에 이르는 등 화물차주들의 채산성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 하주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면서 다단계구조는 더욱 심화됐다.

지난 95년 이후 대기업들은 사내의 물류파트를 분사해 물류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들 기업들은 분사한 물류자회사에 전적으로 자사 물량을 독점 계약하고 있다. 물류 자회사는 그러나 자체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를 다시 제3의 물류업체에 물류기능을 아웃소싱하게 되고 물류업체들은 다른 주선업체들에 재알선하는 구조를 띤다. 즉 기존 다단계 구조가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따라서 자가물류가 있는 한 우리나라의 물류는 다단계 구조를 벗어날 수가 없는 한계를 지닌다. 특히 일부 물류자회사는 퇴직임원이나 친척 등이 운영하면서 단순 재주선으로 인한 차익만을 수익으로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입제로 인한 필연적인 다단계구조도 우리 운송업계의 문제점이다. 화운법상으론 운송사업자-운송주선업자의 2단계 구조로 운송시스템을 규정되고 있으나 실제 우리 육상운송업계는 지입차주가 하위단계에 존재한다. 따라서 실제 운송구조는 운송사업자-운송주선업자-지입차주라는 다단계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일반화물차 90%가 지입차

우리나라의 화물운송시장은 지입제 형태가 대부분이다. 일반화물자동차의 90%가 지입제로 운영 될 정도. 지입제는 차량은 자신의 소유이지만 등록은 화물운송업체 명의로 해 지입료를 화물업체에 내고 일감만 받아 운전하는 형태를 말한다.

개별 화물차는 영업력이 취약하고 수송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대형 운송업체에 지입형태로 소속되거나 사업자 등록기준인 화물차 5대 이상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운송업체로부터 명의를 빌리고 그 대가로 월 12만~25만원 정도의 지입료를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

지입제는 지입회사와 지입차주간 재산상 분쟁 등 계약관계의 불투명, 불공정 거래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지입제하에선 차주들이 자기의 비용으로 독립적인 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자기 명의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차량 재산권도 제한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운송회사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입차주와 불공정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으나 이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도 취약한 상황이다.

국내 화물운송업계의 이같은 문제점들에 따라 건교부는 종합대책에서 ▲화물운송시장의 수급안정 ▲화물차주의 근로조건 향상 ▲화물운송시장구조의 선진화 ▲화물운송시장의 건전한 발전기반 조성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화물운송체계 구축 등을 5가지 중점 추진과제로 잡았다.

화물운송시장의 수급안정

◆허가제 시행 및 신규허가 동결=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수급안정을 위해 지난 4월부터 허가제로 전환하되 시장이 조기 안정화되도록 내년말까지 신규허가를 동결했다. 또 매년 업종(차종)별 차량대수, 물동량, 운송료 수준 등 시장상황을 조사분석해 ‘화물운수사업공급기준’을 마련하고 컨테이너,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등 차종별 물동량, 운송료 등을 조사해 차종별로 시장 수급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허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지난 4월 21일 화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같은달 24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을 결정ㆍ고시했다.

◆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조정 촉진= 부실업체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의 허가기준 및 영업실태 등을 정기 또는 수시로 조사해 부실업체의 퇴출을 제도화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차고지 등 허가기준 적합여부를 3년마다 심사해 미달업체는 영업정지 또는 허가를 취소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경우 인수합병(M&A) 등 지원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달간 화물운송ㆍ주선업체의 다단계 거래행위, 허가기준 미달 등 불법화물운송행위에 대해 시도별로 일제단속을 벌인 바 있다.

화물차주의 근로조건 향상

◆유가보조금ㆍ통행료 인하= 경유가 인상으로 화물차주의 실질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지난해 5월 21일부터 화물자동차 고속도로 심야할인시간대를 기존 6시간에서 22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8시간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 3월 3일부터는 대형화물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4종(10~20t) 71원/km에서 55.5원/km로 22% 인하했고 5종(20t이상)은 72.4원/km에서 65.7원/km로 90% 인하했다.

경유 유가보조금은 2003년 유류세 인상분에 대해 인상액의 100%를 연장지급하도록 했으며, 2004년 유류세 인상분에 대해서도 1년간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100% 지급하도록 했다.

◆적정한 화물운임 형성 유도= 지난 97~2002년까지 경유가는 103.7% 상승했으나 화물운임은 제자리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비용상승이 운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역협회, 양회협회, 컨테이너협회, 화물운송협회, 차주단체 등과 정부는 화물운송료 지원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적정한 화물운임 형성을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 3월 1일 1차 화물운송료 지원협의회가 개최됐다.

◆화물운전자 복지카드제 도입= 화물차주가 유가보조금을 받기 위해 시ㆍ군ㆍ구청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월 23일부터 ‘화물운전자 복지카드제’를 도입해 주유시 유가보조금을 선지급하고 카드사가 시ㆍ군ㆍ구청에 유가보조금을 매월 청구토록 했다. 복지카드는 정유사와 제휴해 적재물 보험 무료가입, 공차정보 제공 등 복합서비스의 제공을 추진할 계획이며 중장기적으로 복지카드 이용자에 대한 경력관리, 휴게소 및 공영주차장 이용시 할인혜택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밖에 화물차 휴게소를 확충하고 화물차주 단체 설립을 허가해 지입차주의 권리를 합리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했다.

화물운송시장구조 선진화

◆다단계 거래구조 개선= 불법다단계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다단계 운송거래에 대한 특별단속을 연 2회이상 실시하며 화물운송가맹사업(프랜차이즈) 및 화물운송정보망을 통한 직거래를 유도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화운법 개정시 10조 5항과 23조 1ㆍ2항에 운송업체와 운송주선업체에 대한 다단계운송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 5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20개 운송ㆍ주선업체에 대해 다단계 및 불공정거래 운송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 12개업체를 적발하고 행정처분했다.

또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달간 화물운송ㆍ주선업체의 다단계 거래행위에 대해 시도별로 일제단속을 벌인 바 있다. 조사에선 민원이 많이 제기되거나 페이퍼 컴퍼니, 최근 실적이 없는 업체 등을 우선적으로 단속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불법다단계 거래여부, 허가기준 적합여부, 화물운송 위수탁증 미교부 행위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단속했다.

이번달 15일부터 한달간 2차 단속도 벌이고 있다. 건교부는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업체는 허가취소, 사업정지 또는 과징금 등의 엄격한 행정 처분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불법다단계 거래행위로 2회이상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사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실시할 예정이다.

◆화물운송가맹사업제 도입= 12월 31일부터 개별허가제가 시행되면 1대보유 화물운송업자의 증가로 주선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다단계 거래, 과당경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물운송 가맹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다단계 거래과정을 축소, 거래비용을 줄이고 거래의 투명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화물자동차운송가맹사업은 가맹사업자(프랜차이저)가 하주로부터 물량을 확보해 전산망 등을 통해 개별운송사업자(가맹자)에게 배정해 운송하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가맹사업자는 일정규모의 정보망, 차량(500대이상), 자본금(10억원이상) 등의 가맹사업 허가기준을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지난 9월 1일 (주)모바일 와이드를 화물운송가맹사업자로 처음 신규 허가했다. 기존의 이사화물과 유가 가맹사업형태로 운영중인 업체들도 향후엔 가맹사업으로 진입할 것으로 건교부는 전망하고 있다.

건교부는 가맹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하주가 가맹사업자의 공동전산망을 이용해 화물운송을 위탁하는 경우엔 위탁운송비의 3/1000에 상당하는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개별허가제= 지입제는 개별차주가 등록기준을 충족하는 운송업체로부터 명의를 빌리고 그 대가로 지입료(월 12~25만원)를 납부하는 형태다. 지입제는 그동안 지입회사와 지입차주간 차량소유권, 제세공과금 납부에 따른 분쟁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이같은 지입제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12월 31일부터 개별허가제를 허용, 지입차주가 1대사업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화물차주들의 차량재산권 보호를 위한 ‘화물운송위수탁표준약관(계약서)을 마련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운송업체와 지입차주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지자체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할 방침이다.

화물운송산업의 발전기반 조성

◆화물운송자격제도 시행=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자질향상 및 안전운행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4월 화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화물운송종사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시험과목은 교통안전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법규, 안전운행, 화물취급요령, 운송서비스 4과목이다.

지난 7월 25일 교통안전공단 주관하에 첫 시험이 치러졌다.

◆적재물 배상보험제도 정비= 오는 12월부터 5t이상 화물차 및 주선사업자의 적재물 배상보험ㆍ공제 가입이 의무화됨에 따라 적재물 배상보험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관리시스템 구축, 표준약관 제정 등 제도적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입대상자가 보혐계약 체결을 요청할 때 보험사업자의 계약거부를 금지하고 운송사업이 폐지된 경우 특별한 경우 외엔 임의 해제를 금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계약기간 만료 30일전까지 계약만료 사실 통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화물공제제도 개선= 이외에도 화물공제제도의 개선을 위해 조합운영방식을 현행 지부별 독립채산제에서 전국 채산제 형식으로 전환해 위험분산기능을 제고하고 공제운영위원회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위해 변호사, 의사, 손해사정인 등의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공제운영위원의 결격사유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화물자동차의 권역별 공영ㆍ공동차고지를 건설비의 30% 국고지원으로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개별허가제 시행되면 운송업계 공멸?

한편 이같은 정부의 종합대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업계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다단계 단속과 개별허가제에 대해선 항의집회 등 업계반발이 거세다

지난 11일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연합회(화련)는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개별허가제 시행 백지화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전국에서 2800여명의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 화련은 오는 12월 31일 시행되는 개별허가제로 화물운송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며 이의 철회를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개인택시도 8년이상 무사고 운전을 해야 자격요건이 주어지는데, 개별허가제는 자격요건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화물면허 3년이상외에 무사고 등의 제한요건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별허가제가 실시되면 지입제로 화물차를 공급하는 상당수의 중소화물차운송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운송사들의 경우도 지입차 비중이 매우 높다. 자차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대한통운외에 대부분의 대형 택배사나 내륙컨테이너사들은 매우 높은 수치의 지입차 보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 대형업체들은 자체조달물량이 많기 때문에 차주들의 이탈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위 ‘차량번호판 장사’하던 지입차전문 브로커들이나 자사 차량번호 T.O(할당량)가 적어 타회사 T.O인 지입차주들을 써왔던 회사들의 경우는 개별허가제 시행과 함께 차주들이 이탈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량확보가 여의치 않고 운송료까지 떼일 우려가 있는 회사에 굳이 붙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

이럴 경우 그간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던 소규모업체들은 개별허가제 시행과 함께 대형 운송사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입료는 정당한 행정관리비다”

개별허가제 도입을 불러온 지입료 문제와 관련해서 A운송업체 관계자는 “차주들이 지입료문제를 들고 나오는데 지입료를 단순히 ‘번호판값’으로만 생각해선 곤란하다”며 “각종 보험료나 주정차위반등의 과태료, 부가세 등을 법인이 대납하는 경우 등 행정관리비로 쓰인다”고 말했다.

‘번호판 장사’하는 업체들의 경우 지입료 챙기는 것으로만 수익을 낼지 모르나 많은 운송업체들은 각종 영업이나 행정적인 면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지입료로 상쇄한다는 주장이다. 지입차를 쓰고 있는 운송업체에 날아오는 무분별한 비난에 대한 항변인 것이다.

다른 업체 한 관계자는 “지입제 폐단을 막기 위해 개별허가제를 도입한다는 데 이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지입제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화운법 26조의 ‘경영의 위탁’조항을 없애는 게 먼저인데 이 조항을 존치시킴으로써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려는 의지를 꺾어 버렸다”고 말했다.

화운법 26조엔 “운송사업자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그 경영의 일부를 타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적시해 사실상 지입제를 합법화하고 있다.

그는 또 “26조 삭제와 함께 ‘명의의 이용금지제도’를 부활시켜야 비로소 지입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며 “2001년에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지입제 폐단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명의의 이용금지제도’는 택시업계엔 아직 시행되고 있다.

한편 개별허가제가 실시된다 하더라도 차주들의 영업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행초기는 어느 정도 제도시행의 효과가 나타날지 모르나 결국 예전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운송업체 밑에서 운송업무만 담당했던 차주들이 실하주영업이나 물량확보를 제대로 해낼 수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단계 주범은 물류자회사다”

다단계 금지문제에 대해서도 불만들이 제기된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주선연) 관계자는 “다단계는 분배의 문제에서 볼 때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하주-물류자회사-운송회사-주선업체-차주’식의 수직적 다단계지 ‘계약자-차주’식의 수평적 다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수평적 다단계란 운송계약자가 자차비율이 적을 때 부족한 운송수단을 수배해 용차하는 구조로, 운송사업자들이 하주에 위탁받은 운송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다른 회사에 확보된 화물차량을 이용해 배차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단속대상이 되는 것은 수직적 다단계가 아닌 수평적 다단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의 수급불균형 문제가 수평적 다단계의 금지에 의해 비롯됐다는 해석을 내렸다. 그는 “97년엔 (업체의) 6~7%만이 운송업과 주선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운송겸업을 해왔지만 지금은 30~40%로 늘었다”며 “다단계를 피하기 위해 주선업자들이 대거 자차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공급과잉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6월 단속 때 운송사업자가 다단계로 적발된 비율이 60~70%였던 반면 주선업자는 30~40%밖에 되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다단계하면 주선업자들을 생각하는데 이는 상당히 잘못된 인식”이라며 주선업에 대한 왜곡된 외부인식을 비판했다.

그는 “하주가 물류자회사를 운영해 발생하는 다단계는 정부가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물류자회사가 엄존하는 한 운송시스템상에서의 다단계구조는 결코 없앨 수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종합물류업체도 다단계 운송한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도 물류자회사문제 대해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소위 물류회사라는 이름 하에 물량독점과 재계약을 통해 재위탁을 일삼는 물류기업부터 철저히 단속하라”며 “이들은 운송업무를 행하기 위한 다단계거래가 아니라 운송계약서에 의하여 일정 수수료를 취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되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최근 정부는 오히려 소위 종합물류업인증제를 도입하면 운송거래가 선진화 될 것이라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종합물류업자들에게 다단계운송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어찌할 것인가”라며 종물업체에 의한 하도급 구조 재편을 우려했다.

다른 운송업체 관계자는 다단계 운송시 지입차주처벌도 요구했다.

그는 “다단계운송물건을 수취하는 자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따져 물었다. “다단계운송 거래하는 자가 도둑 취급받는다면 그 도둑 물건을 받아 영업하는 자, 즉 차주들도 장물취득죄로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며 “차주 자신의 필요에 의해 다른 회사로부터 화물을 받아 운행하고서도 자신들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떳떳한 준법자들이라고 우기게 되어서는 다단계운송거래가 근절될 수가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다단계 운송을 없애려면 지입차주제도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 주선업체 관계자는 “운송현장에서 물량과 차량의 수요공급 조절을 하고 있는 주선기능이 순기능이 아니라 역기능이라면 주선업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선업무도 결국 다단계다. 정부의 인허가업무위임도 다단계고 농산물을 비롯한 모든 유통산업은 다단계며 건설도, 철강, 자동차, 조선, 기계, 전자, 그 어떤 분야도 다단계 없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시간에도 운송업무를 행하는 글로벌회사를 포함한 그 어떤회사도 다단계거래없는 운송거래는 있을 수 없다”며 “다국적기업이 점점 국내시장을 잠식해 오고 있는데 그들에게도 다단계금지조항을 적용해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경유가 인상 놓고 파업 경고

이런 와중에 운송료 횡령사태와 경유가 인상문제로 화물연대가 다시한번 파업을 시사해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최근 “부산과 인천, 경기, 강원 대구 지역 운송업체들 중 일부가 의도적으로 부도를 낸 후 도주해 수백명의 화물차운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화물연대가 밝힌 사례에 따르면 부산의 D업체, 인천의 C업체 사장등이 운송주선업체나 운송업체를 운영하다 1억원에 가까운 운송료를 받아 챙긴뒤 도주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런 횡령사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고소·고발 등 극한 대정부 생존권 투쟁으로 비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난 13일엔 보조금 지급 확대와 실효성 확보 등 유류세 인상에 대한 정부 대책없이 2차 에너지세제개편이 진행될 경우 즉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전체 조직을 14일부터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했다.

화물연대는 면세유 등 직접비용 인하를 장기추진 목표로 정하고 특히 단기 목표에 대한 정부의 약속없이 휘발유가 대비 85%까지 경유가를 인상하도록 한 2차 에너지세제개편이 강행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시 인상액 전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일부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공식발표는 아직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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