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16 09:56

美-EU 항공 보조금 논란 가열

지난 수십 년 간 계속된 미국과 유럽 항공업계의 보조금 논란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개입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의 보조금 지급문제는 지난 1992년 체결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항공협정을 통해 타협이 이뤄진 상태였으나 최근 에어버스의 사세확장에 자극받은 보잉이 에어버스에 대한 유럽국가의 저리 차관지원을 문제삼으면서 다시 양측의 현안으로 부상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시애틀과 워싱턴에서 세계 2위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사 직원들과 만난 뒤 에어버스에 대한 유럽의 보조금 지급은 '불공정'하다며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WTO 제소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9월 항공 회담에서 EU측에 보조금의 부당성을 알리도록 졸릭 대표에게 지시했다"면서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는 것이 경쟁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 스톤사이퍼 보잉사 회장은 앞서 에어버스의 납품실적이 처음으로 자사를 앞선 것으로 나타난 지난 5월 에어버스에 대한 유럽국가의 차관지급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이 문제를 쟁점화시켜 나갈 방침임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항공기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에 대해서는 1992년 협정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면서 만약 협정에 문제가 있다면 재협상 조항을 근거로 다시 협상하면 그만이라는 말로 부시 대통령의 WTO 제소 위협을 일축했다.

집행위원회는 이어 지난 1997년부터 협정개정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미국측이 이를 거부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측이 협정개정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협상을 요구하면 되며 언제든지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집행위원회는 그러나 에어버스에 차관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이 문제가 된다면 연구비 형태로 지원되는 미국의 간접적인 지원도 함께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에어버스측은 에어버스가 받고 있는 것은 상환이 전제된 차관이지 보조금이 아니라면서 더욱이 이 문제는 미국과 집행위원회가 해결해야할 사안이기 때문에 기업차원에서 논평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톤사이퍼 보잉사 회장은 현재의 틀은 정당하지 못하며 즉각 개정돼야 한다면서 보다 적절한 규제의 틀을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992년 양측이 체결한 항공협정은 유럽국가들이 항공기 제작업체 연구.개발비의 33% 한도 내에서 여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자국 민간 항공기제작업체에 대해 매출의 3% 이내에서 연구비 명목으로 간접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측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부가 에어버스에 지급하고 있는 차관으로 이 차관이 시장금리보다 낮게 책정돼 실질적인 보조금이란 것이 미국측의 주장이다.

미국은 현재 국가방위프로젝트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통한 연구비 지급의 형태로 보잉을 간접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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