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2 18:55

대한민국 대표 물류 프랜차이즈 만들겠습니다

“엑스로지스가 작년(2003) 한국물류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을 때였습니다. 시상식장에서 상장을 수령하기 위해 단상 중앙에 서 있는데 상장을 주기 위해 다가오던 분이 저를 보며 순간 멈칫하고 다시 한번 쳐다보더군요.”

물류와 ‘여자’가 만났을 때

‘전형적인 남자들의 세계’로 치부되는 물류업계에서 여자 사장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엑스로지스 이현주 대표이사가 호주에서 경제학 공부를 마친 후 그 곳에서 자리 잡고 금융 관련 일을 하다 한국에 돌아와 엑스로지스를 창업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회사의 나이는 이 대표가 한국에 들어와 물류와 인연을 맺고 살기 시작한 햇수와도 꼭 일치한다. 겉으로는 여자를 배려해 주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외국에서 일을 할 때만 해도 이 대표는 자신이 여자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중성적인 느낌으로 일을 한 적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한국의 짓??은 남성 접대 문화 속에 노출되어 일을 하다 보니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많이 자각하게 되고, 저녁 접대는 거의 하지 않는 쪽으로 영업방식을 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는 여자가 하기에 가장 적합한 업종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서비스의 상품화’라고 ‘물류’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이 대표는 여자들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물류 분야를 지목했다.

투자 자문이 본 물류 비즈니스 모델

이 대표가 물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투자 관련 회사의 동남아시아 총괄 이사로 일하면서 자주 서울을 들락거리게 되던 중 우연히 물류를 알게 되어 발을 담그게 된 것. 사실 그 밑바닥에는 주로 책에서 얻은 지식들로 추상적인 것을 개념화하는 그 동안의 투자 자문 일보다는, 무언가 손에 잡히는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열망이 깔려 있었다. 수익성은 높이고 위험도는 줄여야 하는 투자 자문으로 다년간 일하면서 투자 위험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고 있던 이 대표는 자신이 물류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찾았다.
“‘서비스의 상품화’로 재고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다변화하는 고객들의 변화를 감지해서 위험도(risk)를 최소화해 주는 작업, 이것이 그 당시 제가 이해한 물류였어요.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충분한 인적 자원에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만 접목하면 무언가 될 것 같았어요”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라성같은 물류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국내 시장은 이 대표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바깥으로 돌렸고 미국, 아시아, 유럽 시장 등을 차례로 훑어 보았다. 이 대표의 눈은 유럽 시장에 고정되었다. EU라는 단일시장으로 묶여 2천만 소비자를 품고 있지만, 조그마한 개개의 나라들이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럽 시장의 특성을 살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이렇게 해서 이 대표가 처음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유럽유통센타(European Distribution Center)를 세웠을 때는 네덜란드 현지인들조차 웃었다고 한다.

“원산지에서 마지막 사용자에게까지 화물이 전해지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나온 핵심 사업입니다. 한국 기업이 외국에 나가 자사 물건을 판매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영업을 하는 사람이 현지 유통까지 신경을 쓰며 업무를 진행시켜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자신들의 본업인 영업에만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자고 생각했지요. 물류는 결국 ‘영업의 완성’이니까요. 제조업체는 제조에, 판매업체는 판매에만 몰두하고 나머지는 물류업체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 제가 생각한 3자물류 서비스였던 것입니다.”
이 대표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LG전자에 가서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확실한 고객이 생겼을 때에야 엑스로지스 창업을 했다. 엑스로지스 10명의 창업 멤버 중 유일하게 이 대표만 물류 문외한이었다. 처음 한국에 들어와 6개월간 호텔에 머물면서 이 대표는 창고 바닥 청소부터 시작해서 물류의 바닥을 닦아 나갔다. 이 대표로서는 비싼 레슨비를 내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물류에 대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이 물류 밖에 있는 사람이었기에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물류를 볼 수 있었고 또한 그것이 제대로 맞았다고 생각한다.
3자 물류업자는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각자 개성 있게 구성되어 있는 유럽 각국에 들어가서 사업하는데 있어 현지에서 겪게 되는 충격을 완화 흡수해 주는 스폰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더 나아가 물류가 더 이상 (회사의) 비용절감 측면에서 접근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익 실현 차원에서 보도록 유도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 이런 개념으로 고객에게 접근했기에 번듯한 자사 물류업체를 끼고 있는 LG전자의 유럽 물류를 대행할 수 있었다고 그녀는 여긴다.

일에 대한 생각

처음 물류 일을 시작할 때 그녀는 다짐했었다. ‘국내에서 이미 한국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밥그릇은 뺏지 않겠다고.’ (나라) 밖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못보고 흘려져 있는 돈을 줍고, (나라) 안에서는 외국 돈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었다. 한 달의 절반 가량을 출장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그녀로서는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우리에게 없는 좋은 것들을 들여오는 교량 역할을 자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노라고 토로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 각각 현지 법인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기꺼이 불려 다니는 이 대표는 해양수산부, 재정경제부, 감사원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국물류협회 신입이사로 영입되었다. 늘 새로운 것 창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새롭게 배운 것은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지고 이것을 직원들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이 대표는 일하는 게 즐겁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걸 기꺼이 감수한다. 하지만 자문 역할로 정부 부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위험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고 고백했다. 현실에 뿌리를 두지 않고 머리에서 나온 이상적인 이론들이 정책으로 결정될 경우 업체들을 옥죌 수 있는 올가미로 둔갑할 수 있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혀 주는 역할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칼은 언제나 조심스럽게 휘둘러야 하고, 또한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일을 하면서 배웠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일하는 방식

내년이면 이 대표가 일을 한 지 꼭 20년이 된다. 저녁 접대를 안 하기에 자신의 주특기를 살린 ‘분석에 기반을 둔 영업’을 한다고 하는 이 대표는 고객도 깐깐하게 고른다. “물류가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듯이 그렇게 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기에 제 영업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성의 있게 찾아오는 사람이어야 저도 받아줍니다.”
그녀는 고객에게 솔직하기도 하다. 고객이 아직 (물류 시스템을 도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시간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판단될 경우 그대로 말해준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당장의 조그만 이익을 위해 타협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영업 자존심이다. 자신이 회사의 명예를 지고 간다고 생각하기에, 회사가 높은 명예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회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당장은 손해 볼 수 있어도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상대도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꿈

“엑스로지스를 Danzas나 Shenker 정도의 브랜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제 다음에 오는 후세들이 발판이 되어 뛸 수 있는 디딤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금융 관련 일을 할 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아주는 회사에 다녔지만 그 당시는 회사가 지니고 있는 브랜드 파워에 대해 별로 인식하지 못했던 이 대표는, 요즘 물류 일을 하면서 브랜드 파워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엑스로지스를 세계적인 물류 회사로 키울 꿈도 가꾸어 가고 있다.
“우리 회사의 30대 중반 장급 직원들이 엑스로지스 물류 프랜차이즈로 각각의 물류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물류야말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네트워크 프랜차이즈로 승부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확실한 업종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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