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2 19:58

“섬유쿼터폐지 美안전 해칠 가능성 있다”

전문가들, 섬유협정 수정 시 여타 무역협정 개정 논의 야기 가능성 경고





섬유 쿼터제도가 금년 말 예정대로 폐지될 경우 미국의 국가 안전에 큰 위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KOTRA 로스엔젤레스무역관은 미국 제조업 및 무역연맹(AMTC)이 로이드 우드 대변인을 통해 섬유 쿼터가 폐지될 경우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강력한 지원국인 이집트, 터키 등 섬유 수출의존도가 높은 이슬람 국가의 경제가 극도로 불안해져 궁극적으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섬유 쿼터폐지 시기를 늦추어 줄 것을 미 행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AMTC는 이집트의 경우 상품 수출의 23%, 터키는 수출의 30% 이상이 의류 및 섬유제품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미 정부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규모 현대식 공장을 갖추고 값싼 노동력, 그리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원면과 기타 원자재 등의 공급이 용이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 중국, 인도 및 파키스탄 등이 쿼터 폐지의 주된 수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 등 제조업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의 섬유업계는 도산 또는 파산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터키와 이집트 등 이슬람 국가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쿼터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도 이미 여타국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 섬유.제조업협회(ATMI)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미국시장에 수입되는 의류 및 섬유제품은 지난해의 경우 전년대비 무려 85%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미국 전체 섬유 및 의류시장의 19%를 점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에서 이처럼 쿼터 해제 시 '국가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주장까지 하고 나선 것은 갖가지 논리로 정부에 쿼터 폐지의 부당성을 호소해도 '쇠귀에 경 읽기'가 되자 정부의 민감한 아킬레스건인 '테러와의 전쟁'을 마지막 수단으로 배수진을 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정부나 WTO 모두 예정대로 쿼터를 폐지한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어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 니나 무랴니(Neena Moorjani) 대변인은 “금년 말까지 쿼터제도를 폐지하는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WTO의 시에두 오사케(Chiedu Osakwe) 섬유분과 책임자도 연초에 “WTO는 쿼터 폐지를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 WTO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규정 개정에 대한 제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제프리 쇼트 WTO 전문가는 섬유 및 의류 협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여타 무역협정까지도 바꾸자는 논의 확산에 불을 댕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 가열되고 있는 쿼터 폐지 찬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쿼터 폐지 반대 입장=미 섬유 및 의류업체에서 외국의 저가 수입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쿼터 제도의 연장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쿼터 폐지 시 중국이 섬유 및 의류 시장을 지배하고 미국 내에서만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전 세계적으로는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체에서는 100여 명의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부시대통령에게 '쿼터 폐지 연장을 위한 WTO 비상회의'를 개최토록 촉구하는 서신을 발송토록 로비하고 있는데 업계는 금년 말 폐지 예정인 쿼터 제도를 2008년도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섬유.의류업계 대표들은 6월 17일 브뤼셀에서 멕시코, 터키, 방글라데시 및 여타 10여 개국의 기업 대표들과 쿼터 제도 연장을 위한 범세계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아울러 현재까지 43개국 81개 무역관련 기관이 소위 ‘이스탄불 선언’에 동참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와 WTO가 쿼터 제도 폐지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미국 업계에서 대선을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행정부가 수입증가에 따른 미국산업 보호, 반덤핑 제소 강화 등 중국의 수출을 둔화시키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키 위함이다.


역사적으로 섬유와 의류 제조업은 농업에서 공업으로 노동력이 옮겨가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수십 년 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수입량의 연간 할당량을 정하는 쿼터 제도를 도입하면서 쿼터로 인한 시장 점유율 보장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와 같은 빈국에서는 공업화의 초기 수단으로 섬유 및 의류 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서게 되었다.


미국의 섬유 및 의류 제조업체들은 쿼터 폐지로 인해 의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3천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주장하면서 미국에서만도 현재 섬유업계 종사자 709,500명 중 75%가 실직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97년 이래 미 섬유산업은 250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진 바 있다.


▲쿼터 폐지 찬성 입장=미 소매업계와 수입상들은 쿼터 폐지로 중국이 세계 시장을 독점할 거라는 논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수입상들은 어느 한 국가 만으로부터 독점 소싱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현재 거래 관계가 있는 거래선과 지속적인 거래 관계를 희망하고 있다는 논거에서다.


또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무역제재 위협으로 인해 소매업계가 중국으로 수입선을 전환하는 움직임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소매업계에서는 실제로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으로 인해 제품의 적기 공급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입상들은 쿼터 폐지 시 소비자들이 더 낮은 가격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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