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18 10:14
<기획취재> 운송인주도, 현 해운시장 해상운임 꺾일 기미 안보여
북미ㆍ구주 등 원양항로 ‘선복잡기’ 애로 커, 근해선사도 운임회복엔 단호한 입장
수출업계ㆍ하주협의회, “해상운임상승에 경쟁력 저하된다” 강력대응
용선료 폭등, 원유가 상승, 호황에 따른 가파른 원양항로 운임인상, 생존 위한 근해항로 최저운임제 단행, 그에 따른 복합운송업체ㆍ하주 집단 반발, 원자재난 심화.
최근 우리나라 해운시장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작년 초 8000달러정도에 거래되던 용선료는 현재 그 두배인 15000~16000달러로 치솟았으며, 최근엔 18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짐이 있어도 선복이 부족한 원양항로는 중소하주들이 웃돈을 얹어가면서 선적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양항로는 작년부터 가파르게 운임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의 심각한 선복난을 보면 원양항로의 운임인상은 시장상황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여진다. 원양항로는 작년부터 북미ㆍ구주ㆍ호주항로를 중심으로 Carrier's Market(운송인주도 시장)으로 형성된 최근의 해운시황에 따라 잇단 운임인상안을 발표하면서 500~600달러선의 운임회복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도 TSA, FEFC, ANZESC 등의 원양항로 취항선사 동맹협의체들은 3~4차례의 운임인상안을 예고하고 600~700달러정도의 추가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근해항로선사들도 작년 11월부터 최저운임제를 도입하면서 운임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선주협회 연찬회의 근해항로 선사 사장단 모임에서 발의된 최저운임제는 지난해 11월 한중항로를 시작으로 한일ㆍ동남아항로 등 근해항로 전반에 도입됐다.
한중항로는 TEU(20피트컨테이너)당 200달러와 FEU(40피트컨테이너)당 400달러로 회복했고 이어 동남아항로와 한일항로도 같은달 15일부터 TEU당 100달러, FEU당 200달러 인상, 20~30%대의 할인율 축소 등 운임회복에 들어갔다.
지난 15일부로 근해항로는 2차 운임인상에 들어갔다. 항로 취항선사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예고한 대로 50~100달러에 이르는 인상된 운임을 15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잇단의 선사들의 운임회복 노력은 하주들의 거센 반발을 낳고있다. 이에 최근 해양수산부와 산업자원부 등 관계당국까지 이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 해운업계와 수출업계를 둘러싼, 특히 근해항로 선사와 하주와의 운임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해양부는 지난 11일 산자부와 공동으로 최근 해상운임이 급상승하면서 국내 수출업계들이 물류비 부담 증가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며 이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선하주간 회의를 가졌다. 회의는 정부부처와 함께 선주협회, 한국근해수송협의회, 무역협회 등 관련단체와 한진해운, 범양상선, 삼성전자 등이 참여했다.
정부, 해상운임인상 대책 직접 나서
이 날 회의에서는 해상운임이 국제해운시장에서 결정되고 있어 정부개입으로 운임을 안정화하기는 곤란한 상황임을 공동 인식하고 선하주간 정보공유를 통해 운임상승에 수출업계가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먼저 ▲해운ㆍ수출 관련 기관간 협의회를 통한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해양부, 산자부, 선주협회, 무역협회 및 선하주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선하주들이 서로의 입장을 상호 교환하고 해상운임 여건변화에 대한 수출업계의 사전 대응능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또 ▲ 선사-하주간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기로 했다. 상반기중 선주협회ㆍ한국근해수송협의회와 무역협회 등이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해 항로별 해상운임, 물동량, 선복량 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수출선박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에 대해 양측이 협조하여 선박을 주선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양부는 국적선사에 대해 국내하주 물량의 우선 적취를 권고하며, 석탄ㆍ철광석 등 국내 필수원자재의 안정적 운송을 위해 선하주간 장기운송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등 수출입화물의 안정적 운송을 위한 행정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무역협회는 해상운임이 15~20% 상승시(금년중 북미항로 운임상승 예상치) 수출단가의 0.6~0.8% 인상요인이 발생하지만 수출가격에의 전가가 곤란하기 때문에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백색가전과 타이어, 철강업체 등의 마진율 하락이 우려되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와 중소하주에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협회는 비록 이 회의에서 운임인상의 철회를 얻어내지는 못했으나 압박용 카드로 충분했다고 보고, 이날 회의의 여세를 몰아 각종 보도 자료 및 공문을 내고 최근의 운임인상 시황에 대한 선사측 압박을 강화했다.
무협은 지난 11일 ‘해상운임 인상계획 시장논리와 무관’이란 제하의 보도자료를 내고 무협 자체 시황조사 결과 정기선운임인상 요인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도자료에서 무협은 “최근 세계경기회복세로 북미 및 유럽 수출항로를 중심으로 한 정기 컨테이너 항로의 물동량 증가추세로 인해 선사들은 큰 폭의 운임인상을 시도하고 있으며, 선박공급과잉을 보여왔던 중국, 동남아 등 근해 항로 운항선사도 전체적인 해운시장 활황의 분위기에 편승, 운임인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2001~2002년까지 세계적으로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증가율에 비해 컨테이너 운송능력 신장률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해운동맹은 매년 운임인상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무협은 “작년의 경우 물량증가율은 8.2%였으나 선박증가율은 7.1%로 상대적인 증가율에서 약간 줄면서 정기선사들이 이미 이를 반영하여 상당폭의 운임 인상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가격담합이 허용되는 해운동맹의 특성을 활용, 선사들이 시장상황과 무관한 인위적인 운임인상을 추진하여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무협은 그러나 이러한 운임인상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체제로 인해 해운동맹이 결정한 운임이 실시장에서는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인상시도가 실패하거나 일부 인상되는데 그쳐 왔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이 전년대비 약 60%의 해상운임인상을 시도했으나 현재는 약 20%만이 인상된 상태라고 밝혔다. 따라서 해운동맹들이 발표하고 있는 운임인상 계획이 시장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져 선사들의 인상추진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하주, 근해항로 운임인상 '격론'
무협은 하지만 이같은 주장의 한편으로 원양항로의 최근 선복부족 상황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무협 내 하주 권익단체인 하주협의회에 따르면 중소하주들이 수출화물에 대한 선복을 구하지 못해 협의회에 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논리상 원양항로의 운임인상은 대체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따라서 하주들의 타겟은 근해항로 선사들의 운임인상에 맞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협이나 한국복합운송협회 관계자들이 근해항로의 운임인상을 시장논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누누이 주장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 자율시장에 의한 인상이 아닌 카르텔에 의한 인위적 인상이란 것이다.
하협은 지난 11일 근해항로선사측에 15일부터 발효된 2차 운임인상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하협은 공문에서 “해상운임은 우리의 수출경쟁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가요소다”며 “용선료인상 등 운항원가상승요인을 전부 해상운임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내하주의 경쟁력상실로 인한 물동량감소는 결국 국적선사의 경쟁력차원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이 되므로 신중한 재고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1월에 이어 단기간(4개월)에 운임인상폭이 너무 클 뿐 아니라 연속 실시 됐으며 인상 근거미흡으로 GRI시기 및 인상폭에 대해 하주측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번 인상은 근해지역항로 취항선사들로 구성된 3개 협의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통보하는 방식으로 해운법상 사전협의 절차를 무시한 바람직하지 못한 인상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운임인상안 적용을 선사모임에서 수시로 점검하거나 하주 등 수요자에 대한 스페이스공급거부, 협의회가 회원사를 강제로 관리ㆍ감독하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행위”라며 이번 인상을 전면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협관계자는 최근의 근해항로 운임인상에 대해 해운법 위반이라고까지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운법에 선하주의 의견교환을 통해 운임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근해항로 선사들의 인상은 시장논리로 봤을 때 전혀 납득이 안가는 처사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선사들의 운임인상을 원자재가 상승에 비유하며 “원자재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이를 소비자 제품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선사들의 운임인상은 원자재가를 소비자가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양항로는 시장논리에 맞게 운임 절충에 따라 돌아간다”며 “볼륨에 맞게 협의되고 인상되는 것을 뭐라 말할 수 있겠나”라고 원양항로 인상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운임인상과 관련해 선하주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선하주 대화의 장을 제안했다. 이것은 해양부 회의에서 제기된 것으로 정부, 민관, 선하주 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워크샵을 마련, 상반기 중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자리를 통해 선복부족, 용선료 폭등 등의 정보에 대해 선하주간 살아있는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이를 확대해 선하주간 실시간 공유체제를 구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시황을 좌우하는 요인들에 대한 공유는 실시간으로 이뤄져야지 한달에 한번 꼴의 간헐적인 공유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주는 선복이 없어 수출을 못하고, 선사도 빈배로 운항하는 일이 지금도 많다며 이런 네거티브 요인들을 선하주 공유채널을 통해 극복하겠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선ㆍ하주 ‘운임문제’엔 골 깊어
한편 하주들의 이런 요구에 대해 근해선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근해항로의 낮은 운임으로 선사들은 그야말로 고사직전이란 얘기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황정협)나 한국근해수송협의회(한근협),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IADA) 등 3개 근해선사단체들은 하주협의회의 이번 공문을 무시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들은 “해마다 최저운임이 제시돼 왔으나 할 때마다 하주들의 반발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해운시장이 어려울때 뭘 도와줬나”고 반문한다. 80년대 초반 해운통폐합이 이뤄졌을 때, 조양상선이 파산을 했을 때 수출업체들이 해운선사들을 위해 뭘 해줬는가란 주장이다. 이들은 우리 해운시장이 어려웠던 것은 결국 수출업체들의 과도한 운임깎기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수출중심국가라 하지만 수출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류부문의 발전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이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근해선사측 관계자들이 최근의 운임인상과 관련해 물러설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 11일 해양 부주재의 회의도 하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용선료와 유가의 상승폭을 볼 때 도저히 양보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하고 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하주들의 이런 요구를 일일이 다 들어두면 이번 운임인상도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첫 인상 시도 때도 하주들은 아직 2003년 운송계약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인상시도는 부당하다며 계약기간까지 기존 운임을 지켜주면 다음번 GRI 때는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었다”며 “구정 이후 화물이 줄면서 그들의 이같은 약속은 쏙 들어갔다”고 일갈했다.
IADA 관계자는 하주들이 근해항로의 운임인상에만 발목을 잡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원양항로가 1천달러 올라가는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인상한 근해항로의 운임만 유독 걸고 넘어진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 16일에도 선하주간 회의가 있었는데, 그 당시 하주측이 외국과의 경쟁에서 떨어진다고 주장해 그렇다면 외국과의 경쟁력 비교치를 수치화해서 제시해달라고 하주측에 요구했었다”며 “한국만 운임이 올라가겠는가? 외국선사들은 우리보다 더 많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주들이 선사를 종 부리듯 하는데 무슨 진척을 바라냐”며 “운임이 예전엔 월단위, 일단위로 떨어졌지만 최근엔 초단위로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국 하주들의 운임깎기 행태를 비판했다. 실제 근해항로 운임은 80년대 770달러에서 99년에 300달러로, 2000년에 250달러 현재는 180달러로 내려가는 등 운임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삼성의 경우 지난해 AMR(최저운임제) 단행 이후로 국적선사에 싣는 짐을 모조리 빼 외국적 선사를 이용하고 있다”며 “괘씸죄를 적용해 국내선사에 짐을 안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주들이 선사를 무시하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예전 선하주간 회의가 있으면 선사측은 이사 등 임원진이 나오는데 하주측은 과장, 대리가 나올 뿐만 아니라 운임 협상이 제대로 안되면 그들은 선사를 앞에 두고 저 선사에 짐 싣지 말자고 엄포를 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주들이 선복을 강제로 줄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용선료 오르고 원유값이 상승해 선사들이 용선을 포기하고 타 선사 선복을 임차해서 쓰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선복이 준데 대해 하주들은 반성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선복을 강제로 줄이고 있다고 반발한다”고 황당해 했다. 이어 “1달러라도 마진이 있다면 많이 실으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마이너스 마진일 때는 실으면 실을수록 적자다”며 “차라리 안 싣는게 나은 실정”이라고까지 최근의 근해항로 상황을 전했다.
선사들, “용선 포기로 선복 줄었다”
그는 또 하주측에 “국적선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해주고 요구해라. 동남아항로의 경우 30개 외국선사가 있으니 충분히 선택할 수 있지 않느냐. 외국적 선사를 이용하려면 해라. 그런 하주들에 대해선 포기한다”고까지 말해 하주에 대한 감정의 골이 매우 깊음을 드러냈다.
한근협 관계자는 “11일 회의 이후 운항원가 계산에 들어갔다”며 “THC, 하역료 등을 뺀다 해도 용선료가 너무 많이 올라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렌탈 등 운항원가도 안나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하협도 근해항로 운임인상에 대해 불가피성을 인식하면서도 너무 많이 오른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더라”며 “그 부분은 인정한다. 9월 인상 때 그 부분은 상황을 봐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9월이후 인상에 대해선 하주측과 조율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즉 이제까지 바닥권으로 내려간 운임을 일단 정상궤도에 올려놓자는 것이다.
이들은 또 하협의 뒷북치기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 근해항로 3개 단체는 “하협측에 2월 10일에 이번 운임인상건을 보냈는데, 막상 인상이 발표되는 지난 15일에야 답신을 받았다”며 “이 역시 선사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겠느냐. 하협의 요구에 대한 언급 자체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한편 복합운송협회에서 그간 근해선사측에 끈질기게 요구해온 집화물량별 운임인센티브제를 근해선사들이 받아들임으로써 양측간 지리하게 진행돼온 운임 분쟁은 일단 해결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일, 한중, 동남아항로 취항선사 3개단체는 복운협회측에 15일 공문을 보내 운임인센티브제 실시를 알렸다.
공문에 따르면 운임인센티브제는 3개항로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차등 운임을 적용한다는 내용은 같다.
한일과 한중항로는 수출과 수입을 모두 합한 집화물량을 토대로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한일항로는 대량하주우대계약(S/C) 방식에 따라 6개월마다 물량계약을 맺고 일정물량 이상 집화한 복운업체에 대해 TEU(20피트 컨테이너)당 30달러부터 단계적으로 할인한다. 물량별 등급은 21~50TEU, 51~100TEU, 101~700TEU, 701TEU이상 등으로 4단계로 나뉜다.
한중항로는 월 30TEU이상 집화한 복운업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 항로는 중국측 취항선사들이 많아 AMR의 적용이 난항을 겪고 있던 터였다. 중국선사들이 운임을 낮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항로 취항국적선사들은 서비스 차이에 따른 중국적선사와 국적선사간의 운임차이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면서도 중국선사들의 운임할인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근해선사, 최저운임제 명칭 사용 않기로
동남아항로는 수출화물에 한해서만 적용하는데, 동남아, 고려, 범양, 장금, 한진, 현대, 흥아 등 이 항로 취항 7개회원선사 전체를 대상으로 월 100TEU이상 선적한 업체에 대해 TEU당 30달러, FEU당 50달러의 할인을 실시한다.
즉 1개 복운사가 7개 선사 전체에 선적한 물량합계가 수출기준으로 월 100TEU이상을 넘게 되면 인센티브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량합계에 대해선 KLNET 시스템을 이용, 선적물량 모니터링을 통해 산정할 방침이라고 동남아정기수송협의회는 밝혔다. 동남아항로는 앞으로 한일항로와 같이 집화물량에 따른 등급을 세분화해 할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항로는 분기별 계약을 통해 집화물량 인센티브적용을 갱신한다.
이와 함께 근해항로 선사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도입한 최저운임제에 대한 명칭도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해 주목된다. 대형하주들의 강력한 불만제기에 따른 것으로 최저운임제의 기본취지인 운임 하한선을 물량에 따라 고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선사들은 앞으로 있을 운임 인상을 GRI(기본운임인상)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
최근의 잇단 운임인상, 그에 따른 하주들의 반발 등으로 예전 99년에 도입된 뒤 2000년 이후로 거의 유명무실화된 ‘운임공표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유명무실 운임공표제 개선 화급
운임공표제는 운임질서 회복을 위해 운송업체들이 한국물류정보통신(주)(KLNET)이 운영하는 사이트인 로지스피아(www.logispia.net)에 운임을 공표하도록 하는 제도로 99년 10월에 처음 도입됐다. 이 제도는 하주들이 손쉽게 운송회사들간 운임을 비교한 뒤 운송을 의뢰해 결국 운임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공표운임의 20% 범위내에서 운임을 인하할 경우 공표가 면제되지만 반대로 인상할 경우에는 반드시 공표해야하는 등 선사들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고 6개월 이상의 장기운송계약의 경우 공표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이같은 문제점과 선사들의 지속적인 운임하락으로 그간 운임공표제는 규정만 있을 뿐 선사들과 하주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현재 로지스피아 사이트는 2000년 이후로 운임관련 업데이트가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해운대리점 단체인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는 올해 추진 사업으로 운임공표제의 폐지 혹은 개선을 채택하기도 했다. 선사들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운임인상에 발목을 잡는 제도기 때문이라는 것.
한 선사 관계자는 운임공표제에 대해 “실제 운임과 관련해 팩스나 이메일 등 수단을 통해 공문으로 공표하고 있다”며 “로지스피아 이용에 그다지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밝혔다.
실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운임이 계속 떨어지기만 해 로지스피아 사이트에서의 운임관련 업데이트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게 선사들의 입장이다. 20%내에서의 운임하락에 대해선 공표를 안해도 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해양부도 운임공표제의 폐단을 인정하고 이의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운임공표제는 처음 선하주간의 운임정보 공유와 운임안정화를 위해 도입됐으나 선사들과 하주들의 이용저조로 거의 묻혀버린 상태”라며 “선사측과 해사관련연구원, 하주, 운영주체인 KLNET의 의견을 듣고 연내로 이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글ㆍ이경희 기자(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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