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6 18:15

동아시아 지역구도 극복 위해 대아세안 FTA체결 선행 필요

최근 일본-싱가포르 FTA 및 중국-아세안 FTA가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기위해 대아세안과의 FTA체결이 선행돼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FTA정책 종합토론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박번순 연구원은 “일-아세안, 중-아세안 FTA는 우리의 대동남아 및 대 중국 수출에 상당한 부정적 효과를 줄 것이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런 상황변화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부상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에 큰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 아세안의 세 경제권은 미국ㆍ유럽의 지역통합에 대응, 세계경제권의 순조로운 편입, 경제난 타개 등을 이유로 서로간의 FTA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2002년 초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본격적으로 FTA대열에 합류한 뒤, 한국과 아세안을 가장 중요한 FTA체결 대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세안과의 FTA에 적극성을 보여 아세안 전체와 FTA를 추진하는 것과 아세안 각국과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하는 이중적인 방법으로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아세안전체와 FTA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아세안 +3 정상회의에 참가해 ‘포괄적 경제협력안(CEP)’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10년 이내에 이에 대한 체결을 완성할 것을 표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개별국가와 양자간 동반자협정 체결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태국과는 2002년 작업반 설치에 합의를 거쳐 지난 7월에 실무적인 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구성, 1차협의를 진행했으며필리핀, 말레이시아와도 지난 7월까지 2차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인도네시아와는 지난 6월에 정상회의에서 작업반 설치에 합의했는데 아세안 5개국 중 가장 늦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WTO 가입을 앞두고 무역정책의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아세안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2001년 11월 브루네이에서 열린 제5회 아세안-중국 정상회담에서 10년 이내에 FTA를 실현한다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며, 양측은 또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FTA설립에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담은 ‘아세안-중국 종합경제협력에 관한 프레임웍협정’에 서명했다.
이렇듯 일본과 중국의 발빠른 행보는 결국 동아시아지역의 경제적 지역주의를 낳아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일본-아세안 FTA체결시 현지 일본기업들은 상당한 비용절감효과를 보게 될 것이고 우리의 대아세안 수출기업은 아세안에서 일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현재 한국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기계 및 전기전자, 정밀기기, 기계 및 전자전기, 펄프 및 종이, 금속 및 철강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현지에서 높아진 경쟁력으로 일본의 자회사나 현지기업들의 대일수출 경쟁력도 증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중국-아세안의 FTA가 우리나라의 대동남아 및 대중국 수출에 미칠 부정적효과는 더욱 클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아세안 FTA는 동남아 제품의 대중 수출경쟁력을 제고시키며, 우리가 크게 의존하는 대중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6월말 필리핀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95%를 상회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태국도 60%를 넘어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아세안, 중-아세안 FTA는 우리의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으로 외자유치가 급속히 증가했으나 자산매각이 일단락되면서 외국인투자 증가율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일본기업의 동아시아 투자는 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주춤하고 있는데, 만약 일본이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다면 감소하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대동남아투자는 어느 정도 활성화될 것이고, 중국-아세안 FTA도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분석했다.
지역주의의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박 연구원은 아세안과 FTA를 체결해 아세안 시장에서의 현상유지를 도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아세안과 FTA 대화창구를 개설하고, 공식대화 이전에라도 고용허가제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 ODA의 확충, 메콩 개발계획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아세안과 유대관계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동북아(한중일) 3국의 다자간 FTA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아세안 +3로 구상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인교 연구위원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대상은 단기적으로는 산업 구조조정 압력이 낮은 지역을,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실익을 위주로 선정하고협상력 제고를 위해 복수국가와의 협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TA는 이제 필수적, 전략적 통상정책 수단”이라며 “참여정부는 선진 경제시스템 구축, 대외 이미지 제고, 동북아경제중심 실현,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달성을 위해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이 낮은 지역과 FTA를추진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실익위주로 대상국을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단기(1~2년)적으로는 현재 FTA 체결이 추진중인 싱가포르와 일본, 중기(3~5년)적 FTA 대상은 멕시코, 아세안(ASEAN), 미국, 중국, 장기(5년 이후) 추진대상은 동북아(한ㆍ중ㆍ일), 아세안+3, 유럽연합(EU) 등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력 제고와 협상 모멘텀 유지를 위해 복수국가와의 FTA를 동시에 추진하는 동시다발 전략(Multi-Track Approach)이 필요하고 FTA 인력 확충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채 훈 KOTRA 무역진흥본부장은 “FTA 확산 추세가 계속돼 2005년말에는 세계적으로 300여개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FTA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경우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는 점차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FTA의 확산은 그 효과가 관세철폐 효과에 그치지 않고 무역창출ㆍ외국인 투자유치,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 정치적관계 강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우리나라는 FTA 미체결로 멕시코(자동차), 말레이시아(H형강), EU(섬유), 헝가리(자동차), 베트남(종이류), 칠레(수입선 EU전환)등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대내협상을 강화하고 FTA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실증적 분석 및 홍보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FTA에 대한 지나친 정치 이슈화를 막고 강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며 이를 위해 협상 시작 전에 피해그룹 의견을 수렴하고 피해보상 방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FTA 연구팀장은 한ㆍ일 FTA와 관련, 섬유, 철강, 석유화학등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출증대가 기대되는 반면 자동차, 기계, 전자 등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며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협력을 통한 경쟁력강화, 일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일본 및 제3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도 한ㆍ일 FTA에 대한 연구는 단기적으로 일본과 경합관계인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무역창출 등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한국의 경직적 노동시장과 노사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일본으로부터의 투자증대나 부품산업 이전 등은 장밋빛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한ㆍ칠레 FTA 비준문제와 관련, 칠레는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남미시장의 교두보로 이미 10여개 경제권(30여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로 비준안 처리가 늦어지면 경제적 손실과 대외신인도 하락이라는 결과를 맞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선오 농림부 농산물유통국장은 한ㆍ칠레 FTA에 따른 농업분야 지원액의 88%를경쟁력 제고와 경영안정에 집중하고 이농 및 작목전환에 대한 지원은 12%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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