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1 13:35

물류센터, 이쯤은 돼야…

업 체 탐 방①I 머크(주)

가로로 19열, 세로로 17열, 방화·방폭의 렉시설
자체내 소방·상수·배수 시설도 갖춰

333년 역사의 세계유수 그룹

현재 영업중인 화학·제약회사 중 가장 오래된 333년의 역사를 가진 그룹, 전세계 48개국의 현지법인에 약 35,00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그룹, 의약·화학에서부터 점차 그 분야를 넓혀 생명공학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국제적 그룹, 그 그룹이 바로 머크(주) (www.merck.com)다.
1668년 창업을 시작으로 1827년에는 고품질의 규격화된 많은 화학제품에 이어 대규모 알카로이드의 생산을 시작했고, 1900년에 이르러 드디어 10,000여개의 제품을 공급하며 머크는 전세계에 설립된 자회사를 통하여 세계 각국으로 수출을 하며 성장하였다. 1차 세계대전 후 많은 해외 자회사를 잃게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오히려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Merck & Co.는 독립적인 미국회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

평택에 물류센터 건립

머크의 한국내 법인은 지난 1985년부터 한국내 비즈니스를 시작, 4년뒤인 1989년에 설립되었으며, 정밀화학과 시약사업을 중심으로 이듬해 액정사업부까지 신설하는 등 점차 다국적기업으로서의 발전·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0년에는 평택에 물류센터를 개설, 핵심 물류능력을 보유하여 기타 다른 업체들의 부러움을 샀으며, 현재는 종업원 170여명에 7천여 가지의 제품을 취급하는 의약·화학사업부와 함께, 자체내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는 국내에서 역시 대기업으로서의 성장을 꿈꾸는 기업이다.
최근 머크는 평택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본격적인 온·오프 물류연계 체계 구축에 나섰다. 화학회사가 국내에 물류센터를 크게 짓게 된 것은 머크가 최초다. 한국내 물류회사를 짓기 시작한 큰 배경은 아무래도 제품의 효율적인 보관차원이다. 머크의 물류센터는 다른 물류센터와는 다른 머크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Fork lift 바깥 Incoming부분에 10%정도의 경사기울기를 준 것이나, 바닥에 전체적인 경사를 줘 물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게 한 것, 전도성 바닥을 시공해 전기를 빨아들일 수 있게 한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무래도 화학회사이다보니 일반적인 제조업체보다 안전성을 강조하는 물류센터를 짓게 된다고 물류관리부 이재열 차장은 말한다.
물류관리와 재고관리는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배경 하에서 많은 학회, 또는 관련단체에서 SCM을 연구해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러한 연구가 이론적인 공부에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물류협회나 기타 물류를 공부하는 교수들은 이론적인 공부에 치우쳐 단순히 원가절감이라든지, 세금감면만이 외국인투자유치, 혹은 기업의 물류센터건립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이것은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Timing. 즉 정해진 시간에 얼마만큼의 물량을 얼마나 정확히 전달하느냐에 물류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머크의 이재찬 전무는 강조했다.

적절한 타이밍 물류경영에 매우 중요

예를 들어 외국회사가 우리나라에 투자하려고 할 때는 여타 다른 여건보다 투자인프라를 중시 여긴다. 그러나 정부는 단순히 제조업에만 특혜를 줘 물류센터를 먼저 건립한 후, 제조업을 후에 육성시키는 기업에는 잘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 선 물류센터건립이 단순히 한국이 물류만 보관하는 ‘창고’역할만을 하게 될 것을 걱정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는 머크를 포함한 다국적 기업의 생리를 잘 모르는 소리라고. 이전무는 단순히 허가의 문제가 그 회사가 하고자 하는 것이 제조업이냐, 아니면 단순 제3의 국가로 수출이나 수입을 하기 위한 물류센터를 건립하느냐 하는 나무를 보지말고, 장차 이 회사가 한국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회사 잠재력의 숲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례로 처음에 공장을 세우려고 하면 최소 2억달러이상을 투자하던지, 고용효과를 2백년 보장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데, 그 외 그 기업의 노하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머크만 해도 98년도에 처음 시작할때에는 직원이 38명에 전체 60~70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데 불과했으나 현재에는 한 부서만 해도 이정도 매출액을 낸다고. 자본투자에 대해서도 실 자본 투자는 50억이 이뤄졌으나, 기계나 부지투자까지 합치면 3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가능성있는 기업은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가능성 있는 기업은 그 기업의 Needs를 잘 파악해 그것을 맞춰줘야 하고, 또 기업의 투자지원계획을 받으면 세부내용을 확실히 체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필요성은 일순 공감이 가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인·허가나 관리자의 위치에 비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우리의 ‘미래인식의 결여’를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얘기가 될테니까 말이다.
정부의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에 대해서도 이전무는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계 회사들은 단순히 세금을 줄이고, 공동물류센터를 지어주는 조건으로 한국행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시장가능성, 투자가능성 등 한국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들어오려는 분야가 무엇인지, 만약 유통업을 가지고 들어온다면 주생산 지역은 어디인지, 또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잠재력이 있고, 이러한 잠재력이 있는 회사는 비즈니스 가능성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이전무는 강조했다.
머크 역시 물류센터 부지를 선정하는데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전무는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경기도지사인 임창열 도지사와 사흘나흘 같이 회의했으나 땅을 구하지 못했고, 부지만 보러 다니는 데만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머크의 물류센터는 가로로 19열, 세로로 17열로 꽤 높고 크다. Rack은 방화, 방폭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내 소방설비, 상수·배수 시설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는 화학회사라는 특징을 가지고 이해해야 하지만, 자체내 소방시설이 있고, 150명이 넘는 소방대원이 있는 본사와 비교해서도 그리 떨어지는 시설이 아니다.
초창기 머크역시 ‘덕평물류’를 통해 한국내 임대창고를 이용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자사 물류센터의 조기도입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국내의 창고는 너무 낙후적인 데다가 기본적인 난방시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은 국내 창고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류관리부를 총괄하는 이재열 차장의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Incoming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이고 있는데, 그러나 오히려 이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개선은 필요하지만 희망은 밝다

물류센터도 이젠 선진국적인 Mind가 절실히 요구되어진다. 지역, 정부부처의 협의가 잘 안되는 점 등은 정말 개선되어야 할 점이지만, 위에서는 협의된 사항도 실무 부서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정말 심각하다. 머크도 2000년에 부지를 구입하기 전까지 5년동안은 땅만 보러 다녔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도 전세계 LCD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며, 중앙부처의 전폭적인 지원, 공단조건(폐수처리 시설 등) 등이 아직 한국에 기댈 수 있는 희망을 던져준다며 머크는 한국의 투자가능성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줬다.
현재, 머크는 점차 물류부지를 넓히려고 애쓰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고합리화, 유통합리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공장자동화 역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고합리화를 특히 강조하며, WMS (Warhouse Management System)를 내부적으로 조사해 4~5개월의 재고가 쌓여있는 창고를 지금은 2.5개월까지 재고를 줄였다며, 활짝 웃는 그들을 보면서 물류창고의 체계화된 관리를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머크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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