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7 10:59
수익성 개선… 금지·환율, 채무감면 등 영업외적 요인
작년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역사적 수준'으로 개선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저금리와 환율하락, 일부 대기업의 청산과 출자전환·채무면제 등 영업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자력에 의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겉으로 본 작년 제조업체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화려했다.
부채비율은 135.4%로 지난 66년(117.7%, 연말기준)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6년은 경제개발이 시작되기 이전인데다 산업 자체가 농업위주였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부채비율은 사실상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면서 차입금의존도는 31.7%로 전년말에 비해 8.1%포인트나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미국(167.3%)과 일본(162.5%)에 비해 낮았고, 차입금 의존도는 미국(26.55)보다는 높았으나 일본(31.3%)과는 비슷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4.7%로 74년(4.8%)이후 28년만에 가장 높았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7%로 미국(5.5%), 일본(2.7%)을 앞섰다.
이자보상배율은 260.3%로 금리수준이 크게 낮은 일본(384.5%) 보다 현저히 낮았으나 미국(278.9%)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의 내용을 뜯어보면 영업경쟁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금리와 환율, 일부 대기업의 채무감면과 출자전환 등 영업외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경상이익률의 경우 4.7%로 전년(0.4%)에 비해 대폭 나아졌지만 저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순외환이익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금융비용 감소가 1.4%포인트, 환율하락이 0.7%포인트 각각 경상이익률에 기여하는 등 영업외 손익개선이 경상이익률에 3.1%포인트 기여해, 기여율이 72.1%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 역시 옛 대우계열사 등의 출자전환과 채무감면, 청산 등으로 전체 제조업체의 차입금이 크게 감소하는 바람에 대폭 낮아졌다.
계열분리후 청산예정 법인으로 전환된 대우중공업이 조사대상에 제외되고, 대우자동차에 대한 채무탕감과 출자전환 등으로 조사대상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이 25% 떨어지는 등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부채비율 하락 효과는 31.7%였다.
따라서 이를 제외할 경우 작년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67.1%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저금리와 환율하락 덕으로 제조업체들이 돈을 많이 벌어 빚을 갚는 바람에 부채비율도 좋아지는 등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개선됐지만 이제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영업을 잘해 돈을 버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설비투자를 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업체의 총자산중 현금예금 비중은 8.1%로 전년말(6.0%)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유동비율(106.1%)도 100%를 넘어 돈이 남아 돌고 있음을 반영했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