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21 15:58
항만공사(PA) 설립에 따른 ‘컨’공단의 역할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1990년 설립이래 13년간 부산과 광양항에 20선석의 컨테이너부두를 개발, 우리나라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익을 담당해 왔다.
이는 컨테이너부두공단의 가장 큰 업적인 동시에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자유치가 확대되고 항만공사(PA) 도입이 추진되면서 항만산업의 여건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공단은 변화된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위상을 정립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고 그 해답은 동북아 중심항 구축을 위해 공단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원론적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동북아 연안국사이에 치열한 항만개발경쟁이 펼쳐지면서 이제 항만을 잘 짓기만하면 저절로 선대가 들어오고 물량이 넘쳐나는 시대는 지나갔다. 부산항과 광양항이 진정한 동북아 경제권의 거점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52선석 규모의 양산항을 주시해야 한다. 15m 수심이 확보 가능한 양산항은 상해항의 가장 큰 취약점이었던 수심문제를 해결해 초대형 선박의 입항이 가능하다. 북중국의 청도, 천진, 대련 등에서 상해를 거쳐 북미와 유럽을 연결하는 모선의 직기항 체제가 들어서면 부산가 광양항의 북중국 환적물량이 상해항으로 옮겨 갈 것이므로 동북아 중심항 개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론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환적화물의 유치는 단순히 항만인프라의 확충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사, 운영사, 화주 등 물류주체들의 복잡한 이해타산의 산물이다. 환적화물은 그들의 글로벌 물류전략에 기여하는 항만으로 이동하게 돼 있다.
컨공단은 항만공사와 차별화 필요
예전처럼 시설확충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 서비스의 운영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 동북아 경제권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항만이라는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는 마케팅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독립채산과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기업경영의 효율을 받아들여 서비스를 개선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항만공사 체제의 도입은 시의적절한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허브포트 선점을 위해 경쟁자보다 앞서 항만시설을 확충하고 운영시스템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마케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또 최근 항만공사에 부산신항 건설에 대한 임무까지 맡기는 것이 검토되고 있는데, 신설 조직으로 출발하게 될 항만공사는 1조 2천억원에 달하는 부산신항 북?서측부두 개발재원을 직접 조달하기 보다는 채권발행 등 외부차입과 다양한 민자유치를 통해 재원분담을 도모하고 컨테이너부두공단으로부터 건설경험과 기술력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항만공사의 부실화를 초래해 건설과 관리 양 측면에서 모두 기대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동북아 물류중심항 구축이라는 국가의 전략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우리에게 허락된 모든 가용한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단은 이제 권역별 항만에 집중하게 될 항만공사와는 차별화해 그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조직으로 전국 항만에 대한 개발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와는 일선의 집행기관으로서 동북아 중심항 건설에 제 몫을 다하는 기관으로서 자리잡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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