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11 11:11
이라크 증산…유가하락, OPEC 영향력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라크 전쟁이 당초 예상대로 단기간에 미국의승리로 종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국제 유가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군이 바그다드를 장악하고 사실상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킴에 따라 조기종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라크의 원유수출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가가 급락세를 나타내 전쟁 전에 배럴당 30달러를 훨씬 상회하던 북해산 브렌트 유가는 최근 25달러선으로 하락했다.
이라크 전쟁 종료 이후 이라크가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할 경우 국제원유시장에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으며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 논의를 위해 오는 24일 특별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OPEC은 공급량 조절을 통해 배럴당 25달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앞으로 OPEC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OPEC의 의도대로 유가가 움직여줄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라크전 종전 이후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은 분명하다.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는 지난해 말 발간한 ‘이라크 석유의 미래: 시나리오와 그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이라크에 친미 정권이 들어설 경우 국제 석유시장이 미국 주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큰 인명과 재산의 손실 없이 승리하고 후세인정권을 조기에 축출하며 이라크에 미국이 지원하는 정권이 들어서면 국제 석유시장은 미국에 의해 좌우되는 '유에스토피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엔은 이라크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를 신속히 해제하고, 미국의 대형 정유사들이 앞다퉈 이라크에 투자하면서 이라크의 산유량은 2005-2006년에는 하루 400만배럴, 2010년에는 600만배럴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미국 자본에 의해 이라크 석유가 국제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경우 OPEC의 생산량 및 가격조절 기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심지어 OPEC가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런던 소재 국제에너지연구센터(CGES)는 이라크가 종전 이후 석유 생산을늘리기 위해 OPEC을 탈퇴할 경우 OPEC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GES는 이라크 석유산업이 민영화되고 이라크가 전후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산유량을 늘리려면 OPEC의 생산량 할당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며 이에 따라 이라크의 차기 정부는 OPEC을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원유매장량 2위를 자랑하는 이라크가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현재 세계 산유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줄어 결국 유명무실한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네일 패트릭 연구원은 OPEC 창립 멤버중 하나인 이라크가 OPEC을 탈퇴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패트릭 연구원은 이라크 원유 생산시설의 노후화를 감안할 때 “이라크의 원유생산량은 향후 2년간 하루 300만배럴을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원유 생산량 문제를 놓고 OPEC과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라크의 증산에 따른 OPEC의 위상 추락은 궁극적으로 국제유가의 결정적인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가 원유 생산을 급속히 늘리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8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OPEC은 그동안 산유량 쿼터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를 통제해왔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이후 전세계 산유국들이 앞다퉈 증산 경쟁에 나서면 유가는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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