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03 10:37

해상무장강도 급증... 우리나라 피해가능성 커

총기ㆍ 폭발물 등 흉포화 '선박ㆍ선원 보호대책 강구해야'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해상무장강도사건이 급증하고 있으며, 해적들이 총기, 폭발물 등으로 무장함에 다라 인명피해도 늘어나는 등 범죄양상이 조직화, 흉포화 되고 있다.
최근 국제해사국(IMB)에서 발표한 2002년 해적동향에 따르면, 1994년 이전만 해도 연간 100여건에 미치지 못하던 해적행위가 2000년에는 469건, 지난해에도 370건이나 발생했다. 최소한 하루에 한건 이상 해적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할 만한 특징은 최근의 해적행위가 갈수록 흉포화되고, 그 수법 또한 대담하고 치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비무장상태와 다름없던 해적들이 최근 총기류와 폭발물을 소지하면서 무장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 결과 부상 및 사망과 같은 인적 피해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해적사건의 경우 해적들이 사전에 범행대산선박의 운항일자, 운송화물, 정박일정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며 강탈한 선박과 선적화물을 신속히 처분하는 등 국제범죄조직이 개입한 흔적마저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범죄조직이 해상밀입국, 불법이민, 총기밀매, 마약밀수 등 다른 범죄와 연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러한 해적행위는 주로 어려운 경제사정 등으로 연안국의 해상치안력이 미약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해상치안력 약화와 이로 인한 해적사건의 빈발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으로,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전 세계 해적행위의 절반이산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다.
또 해적행위를 색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들 지역에서 해적이 빈번하게 출몰하는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즉, 해적사건의 공간적 특성으로 인한 어려움인데, 예를들면 필리핀 해적이 말라카해협에서 중국선박을 납치하고 인도네시아에서 화물을 처분할 경우 다수의 관할국이 얽히게 돼, 신속한 수사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적행위 관할 업무가 나라별로 해군, 해안경비대, 해양경찰, 관세청 등에 산재하고 있어, 이들 기관 간, 국가 간 공조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도 해적행위 근절을 어렵게 하는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IMB 해적신고센터, 사후대책마련에 머물러

이처럼 해적행위가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다양한 대응조치들이 관련국제기구와 피해 당사국을 중심으로 강구되고 있다. 이 중 해적문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국제기구로는 국제상공회의소(ICO) 산하의 국제해사국(IMB)이 있다.
IMB는 지난 1992년 인도네시아 콸라룸푸르에 해적신고센터(PRC)를 설치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15개국에 전담 신고창구를 마련해 해적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이 기구는 그 동안 해적 피해사례를 상시 접수, 전파하는 등 해적문제의 해결에 상당히 기여해왔다. 그러나 그 기능이 사후 대책에 머물러있어 해적 출몰을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 또한 받고 있다. 일부 선주나 선원들의 경우 해적 피해가 발생해도 신고를 기피하는 문제 역시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선주들이 피해사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화물운송이 지연되는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데다 선원들은 수사과정상 있을 수 있는 수사 당국의 심문 등을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적문제를 다루는 또 다른 국제기구의 하나인 해사안전위원회(MSC)는 해적에 관한 월,분기, 연간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산하의 이 기구는 특히 해적피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1999년에 발표한 ‘Circ.623'과 ’Circ.622'에 잘 나타나 있다.
먼저 ‘Circ.623'은 주로 선주나 선원들이 해적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조치들을 적시하고 있다. 선박 내 현금보유와 적재화물에 관한 정보교환을 최소화해 해적들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고, 정찰강화, 야간조명 확보, 경보체계와 비상시 선원임무, 보고체계 확립 등 선박보안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와 함께 발표된 Circ.622는 해적과 해상무장강도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조치들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확한 해적 통계자료의 확보, 해적사건의 수사 관할권에 대한 인접국가들과의 사전협정체결 및 해적 피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양오염에 대한 행동계획 수립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해적수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해적과 해상 무장강도 수사를 위한 시행안을 승인해 발표했다.

일본,싱가포르등 국가단위 대응 활발

이러한 국제기우외에 가장 적극적으로 해적방지 활동에 나서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자국의 선박을 자국의 군사력으로 직접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와 인도 등의 연안국 군과의 군사협조를 요구한 바 있으며, 지난 2002년 12월에는 ‘말라카해협 위원회’를 통해 대형 항해지원모선을 건조해 말라카해협에 배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했다. 또 일본은 자국의 해안경비훈련학교(Japan Coast Guard Academy and Training School)에서 해적출몰지역 국가의 해상순찰조직 구성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지난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해적퇴치를 위한 국제회의를 유치, ‘Asia Anti-Piracy Challenges 2002'를 채택하기도 했다.
한편 자국의 영해에서 해적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해적근절을 위한 해상치안력 강화와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해결을 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해적사건의 상당수가 인도네시아 영해의 가난한 어민, 선원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인도네시아 선원의 지위에 관한 싱가포르-인도네시아 양국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실직한 인도네시아 선원이 싱가포르 국적선에 승선해 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들이 해적화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 같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해적의 출몰이 근절되지 않고 있고,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범인 색출이나 피해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개별선박의 방지노력은 필수적이다.
IMB가 마련한 인공위성에 의한 선박위치 자동추적시스템이 그 한 예인데, 이 시스템은 개별선박에 위성과의 교신장치를 탑재, 자신의 위치를 선사나 항만관제당국이 파악할 숭 lT도록 돼 있다. 또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통신채널을 확보해 인근선박이나 항만당국에 즉각 연락이 가능하도록 하고, Secure-Ship장치와 같이 9천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울타리와 비상벨을 작동시켜 해적의 승선을 억지하는 조치들도 강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선사에서 사설 경호팀의 승선이나 무장선박의 선박호위 등 자구적인 무장 등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해적들의 무장을 더욱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거나 연안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는 등 장기적으로는 더 큰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적극적으로 예방책 강구해야

우리나라도 이러한 해적의 출몰에 따른 피해가능성이 매우 큰 나라 중 하나다. 우리의 경우 수출입이 국가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윌늬 12개 국제 해상항로 중 동남아시아항로, 중도항로, 유럽항로, 아프리카항로, 서남아항로의 5개 항로가 해적피습이 잦은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도 해양수산부의 해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99%, 석유정제품 수입의 81%, 석탄가스류 수입의 83%를 비롯해 국가전체 수출화물량의 35%가 이 지역을 통과하고 있어 우리의 수출입 화물과 우리선박, 선원들이 직접적으로 해적피해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00년 2월에는 우리선원 7명이 승선하고 있던 파나마국적 화물선 ‘ Global Mars호’가 인도네시아 북방해역에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12명의 해적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우리 선원 7명이 해적들에 잡혀 있다 2주 후에 구조됐으며, 피랍된 선박은 사건 발생 3개월 후 중국 연안에서 다른 선박의 이름을 단 채 발견 됐다.
이처럼 빈발하고 있는 해적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적선박을 대상으로 구체적 해적 대응 조치들을 확보하고, 우리선사나 선월들이 해적 예방활동 및 비상시 행동요령을 숙지하도록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적출몰해역의 해상치안력 강화와 해적사건수사를 위한 국제 협력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피해 발생시 사건을 파악하고 우리 선박 및 선월들을 보호하는 데 실효성 있는 대응책들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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