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18 10:51

이라크전 터지나..산업계 대책마련 초비상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 이라크전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전쟁 가능성에 대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대응전략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나 전쟁이 장기전 또는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 및 환율불안과 수출차질, 원가부담 제고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 추가적인 비상대책을 강구 중이다.
◆항공 = 항공사들은 경영수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공유 비축분을 확대하고 헤지(위험회피) 대책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율도 항공유 비축기지(최대 85만배럴 규모)와 인천.김포공항 항공유 급유시설의 비축량을 최대한 늘리는 한편 연간 항공유 소비량의 30% 정도를 유가 변동이 있더라도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받는 헤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1-3월 연간 구매량의 40%에 달하는 90만배럴을 25.60-35.78달러에 구입키로 SK㈜측과 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볼 수 있듯 항공사들은 전쟁이 터질 경우 유가 부담외에도 환율불안, 탑승객 감소 등으로 급격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 = 정유사들은 원유수급 악화에 대비, 석유제품 수출입, 선물헤지, 원유도입자금계획 등 단계별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SK㈜는 원활한 원유수급을 위해 현재 65% 수준인 원유 장기계약물량의 안정적인 확보에 주력하고 중동에서의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아프리카와 북해, 남미, 아시아 지역 등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해 대체원유를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LG정유 역시 장기도입물량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원유 구매량 최적화와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이 있는 이라크 주변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량 축소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LG는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원유공급선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정상적인 원유수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전자 =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즉각적인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면서 현지 주재원들의 안전관리와 물류 루트 확보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들 업체는 이미 위기 관리 매뉴얼을 주재원들에게 배포했으며 가족들에게는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거나 귀국토록 조치했다.
전자업계는 중동지역의 수출비중이 5% 이하이고 전쟁위험지역의 비중은 1%에 불과,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쟁여파로 인한 물류비 부담가중, 전세계적인 수요 감소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판단, 주요 거점별 마케팅 전략을 재점검하면서 에너지 절약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 국내 자동차업계는 작년 중동지역 수출물량이 7만7천588대여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물량의 자동차 수출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은 이 지역 수출물량을 줄이는 대신 북미와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보다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기종전에 따른 경기회복에 대비, 수출 전략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쟁이 국내 자동차 수요도 한동안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양한 판촉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건설 = 중동지역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은 직원 및 직원 가족의 안전과 현장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쟁상황에 따라 전략을 1-4단계로 분류하고 작년 12월부터 1단계를 적용, 직원 가족의 철수를 마쳤으며 1천1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있는 쿠웨이트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철수계획 및 현장 보존대책을 마련해 놓았다. 비상대책팀을 운용중인 LG건설은 중동지역을 이라크 인접 정도에 따라 1-4급으로 나누고 지역별로 대책을 만들어 대피 계획을 단계적으로 진행토록 지시했다.
쿠웨이트에 공사현장이 있고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에 지점이 있는 대림건설도 6명의 현장관리 인원을 제외하고 전원을 철수시켰다.
◆무역 = 삼성물산과 LG상사 등 무역업계는 국제상품 가격변동 및 환리스크에 따른 헤지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장기 계약분에 대한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수송보험 계약조건 점검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섬유 = 섬유업계는 환율, 유가 인상으로 인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재고 비축확대, 거래선과의 유대강화, 유럽 중동지역의 공급선 전환, 에너지 절약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코오롱 등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R&D, 설비투자를 중단하고 단계별 감산에 들어가며 비용지출을 최소화하고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철강.중공업 = 이미 전쟁 발발에 따른 발주 감소에 대비, 작년 말부터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쳐 올해 사상 최대의 수주를 기록한 중공업과 철강업계는 직접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에너지 절감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만, 동유럽쪽에서 고철을 일부 수입해 오던 INI스틸, 동국제강 등 전기로제강업체들은 중동지역(수에즈운하) 해상물류 차질을 우려해 작년 말 이미 수입선을 미국으로 대부분 돌렸고 제한송전 등에 대비, 설비별 우선가동 순위를 책정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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