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8 14:21

EU, 미국의 일방적 CSI제도 시행에 반대

미국이 작년 9.11사태이후 항만으로부터 들어오는 대량살상무기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컨테이너보안제도를 세계 20대항만에 시행토록 촉구하고 있으나 가입여부에 따라 항만간 경쟁이 불공정 경쟁으로 노정될 수도 있어 반발도 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미 관세청은 지난 1월부터 자국에 대량살상무기 등이 선박이나 컨테이너등을 통해 밀반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컨테이너보안대책(CSI:Container Security Initiative)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이 아닌 외국의 항만에서 미국 세관공무원의 지원하에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미국행 화물을 선박에 선적하기 전에 화물 투시기나 방사능 탐지기 등으로 사전 검색하는 새로운 보안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미국에 반입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화물을 미국의 항만이 아니라 외국항만에서 미국행 컨테이너화물을 미국 관세청 공무원의 참여하에 사전에 검사한다는 점에서 도입초기부터 상당한 관심과 함께 거센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월 18일현재 7개국 12개항 CSI협정체결

미국은 자국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화물의 68%(570만개)를 적재하고 있는 세계 20대 항만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그 항만이 속해있는 국가와 양자협정을 체결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금년 10월 18일 현재 미국과 CSI협정을 체결한 국가(항만)는 독일 등 모두 7개국 12개 항만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시행해 본 다음 이같은 검사의 지속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아시아권에선 싱가포르가 지난 9월 처음으로 이에 가입한 이후 홍콩이 바로 그 뒤를 이었으며 일본은 지난 9월 26일 4개 항만에서 이를 시행키로 미국과 합의했다.
유럽에선 독일의 함부르크 항만과 브레머하벤항, 벨기에의 앤트워프, 프랑스의 르하브르항,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등이 미국과 이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초 관세청장이 미국을 방문해 이 협정을 조만간 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뒤 각 부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협정문안을 갖고 미국과 최종 절충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역시 미국과 이 협정을 체결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행정부의 정치적 승인과정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이를 펠릭스토우 항만에서 시행할 방침이며 그 시기는 대략 금년말 전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CSI협정의 우선 적용대상이 아닌 캐나다는 지난 3월 이 협정을 체결했으며 말레이시아는 8월에 협정을 체결했으나 미 세관원의 자국 파견문제 때문에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어 미국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CSI협정은 그 형식과 관계없이 미국이 마련한 제도를 외국항만에서 시행한다는 점에서 세계도처에서 적지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회원국 가운데 독일 등 4개국이 이미 미국과 이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같은 보안제도 시행방법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CSI에 비판하고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이 제도의 가입여부에 따라 역내 항만간의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CSI에 가입한 항만의 경우 미국 입항과정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속통관이 보장돼 가입하지 않은 역내 다른 항만에 비해 혜택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EU는 미국의 CSI시행방식에 반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공통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EU는 그 대안으로 역내에서 통용되는 수출화물통관제도를 개선하거나 국제해사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이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들어 주목할 만한 사실은 CSI협정체결 대상국가가 아닌 그리스가 얼마 전에 미국과 협정을 체결할 의사를 밝히면서 개별협상방식보다는 EU의 지침에 따라 이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이다.
이같은 점이 그리스의 단독 결정인지, EU와의 사전 협의된 사항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외신에 의하면 이는 CSI에 대한 새로운 변화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국체류 미세관 검사관지위 등 논란

CSI의 시행과 관련해 현재 야기되는 문제의 하나는 해당국에 체류하는 미 세관 검사원 지위와 역할에 관한 문제인데, 최근 이를 둘러싸고 영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우 미국과 CSI협정을 체결했으나 자국 항만에 상주하게 되는 미국세관원의 지위와 역할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가 당초의 태도를 바꿔 미 세관 검사관의 자국 항만 주재를 반대하는 것은 컨테이너화물의 사전 검사로 인해 화물유통의 원활한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관세청의 웨스트헤드 화물정책담당관은 지난 10월 14일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세관기구의 해사보안총회 연설에서 펠릭스토우 항만에 주재하게 되는 미 관세청의 검사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미 검사관의 경우 테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위험성이 높은 컨테이너화물을 확인하는 영국 관세청의 업무를 지원할 뿐아니라 검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웨스트헤드의 이같은 일방적인 입장표명은 최근 CSI 체결국가와 유럽연합 등에서 미 관세청 검사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을 겨냥한 것으로, 그는 미 세관원은 영국법을 집행할 권한도 컨테이너를 검색할 권한도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한편 홍콩은 이 제도의 시행이 자국 수출화물 통관제도와 상충될 뿐아니라 경쟁항만인 중국의 선전항으로 컨테이너 환적화물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 때문에 선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CSI협정 체결 대상항만이 아닌 중국의 선전항에 대해서도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하에 중국가 대화를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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