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22 09:53

KOTRA가 본 중남미 경제-③베네수엘라

(카라카스(베네수엘라)=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김영식 KOTRA 베네수엘라 무역관장은 22일 "베네수엘라 경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정책과 원유가 하락, 국내 정정불안 등으로 불투명한 상태"라며 "엔지니어링과 파이낸싱에서 뒤진 한국업체들은 선진국 업체와 컨소시엄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영식 관장과 일문일답.

-- 최근 볼리바르화의 평가절하 배경은
▲ 지난 98년부터 밴드시스템(월별 기준환율에 따라 7.5%의 상하 변동폭 설정)을 시행해왔으나 지난달 12일 변동환율제가 전격 발표됐다. 변동환율제 도입전 달러당 772.50 볼리바르(Bs) 수준이었던 환율은 폭등을 시작, 보름만에 1,078.88Bs로 40% 올랐다. 3월 들어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언제 환율이 재상승할지 모른다.
평가절하는 국제원유가 하락, 외환통제, 정치불안에 따른 자본 해외도피, 재정 적자 등이 복합작용한 결과이다. 차베스 정권은 낮은 환율과 물가안정을 통한 빈민층 보호에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으나 여러가지 원인으로 외환보유고(2월말 현재 105억달러)가 급감하면서 환율통제 능력이 한계에 봉착, 밴드시스템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 석유수입 감소와 자본도피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 유가 하락방지를 위해 차베스 정부가 주도한 감산결정과 원유가 하락, 환율상승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80%, 재정수입의 40%를 석유에 의존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지면 연간 10억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는데 지난 1∼2월 평균유가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달러가량 떨어진 배럴당 15.8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철저한 외환통제에다 정치불안까지 겹쳐 자본의 해외유출이 극심해진 것도 환율상승의 원인이다. 지난해 해외유출 자본은 예년의 3배에 이르는 36억∼38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됐다. 전체예산의 15∼20%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통제와 정부 보유외환 방출, 이자율 상승 묵인 등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했으나 결국 환율방어에 실패, 볼리바르화 평가절하가 단행됐다.
-- 향후 베네수엘라의 경제 전망은
▲ 베네수엘라 경제는 석유수입과 외환보유고 감소, 재정적자와 인플레 확대, 환율 및 이율 상승, 투자와 소비 감소의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경제회복 여부는 정치상황이 안정된다면 결국 유가에 달려있다.
OPEC은 자체 설정가격인 배럴당 22-28달러 수준에 이르기 전엔 감산정책(금년 1월부터 하루 150만 배럴 감소된 2천170만배럴)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베네수엘라는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수준이 돼야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제 원유시장의 높은 가변성을 감안할 때 석유수입 증대를 통한 경제회복은 매우 불투명하다. 차베스가 임명한 새 집행부를 둘러싼 국영석유회사(PDVSA)의 내부분쟁이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 차베스 체재가 불안정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 좌익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고 집권초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차베스는 재임 3년동안 정치적 기반을 다진 것외에 `한 일이 없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경제악화와 범죄증가, 사회주의적 개혁입법, 대미관계 악화, 쿠바와 친교, 콜롬비아 좌익게릴라 (FARC) 지원 등의 문제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대 노조인 노동자평의회(CTV)를 비롯, PDVSA와 각종 노동단체는 연일 파업불사를 외치고 있으며 재계와 교회, 군부, 언론 등 사회 각 부문의 반대세력은 힘을 결집, 차베스 퇴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TV를 친정부 성향의 볼리바르 노동자전선(FBT)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노동자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고, 의회가 부여한 초법적 권한을 이용, 49개의 사회주의 개혁법으로 자본가계급인 상공인협회 조차도 베네수엘라 사상 최초로 자본가 파업을 실시하면서 반차베스 투쟁에 나서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 가톨릭 교회의 역할을 비난하면서 교회와도 관계도 불편해진 가운데 정부 및 국영기업의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군부 출신 및 현역들을 임명함에 따라 군사독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고급장교 4명이 차베스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으며 쿠데타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 베네수엘라의 대미, 대쿠바 관계는
▲ 복수이념주의에 입각, 친서방 외교정책을 견지하고 제3세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으나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및 세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 러시아, 쿠바, 이란, 이라크 등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국가와 우호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대미관계가 불편해지고 있다.
차베스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이 신자유주의의 도구에 불과하다면서 FTAA에 반대하고 있다. 차베스는 또 미국의 대테러 전쟁 협조와 지속적인 대미 석유공급 등을 수 차례 천명했으나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공개 비난함으로써 미국의 대사소환 등 양자관계가 더욱 불편해졌다.
2000년 10월 쿠바와 체결한 석유협력협정은 양국간 가장 중요한 조약으로 간주될 정도로 대쿠바 관계는 차베스정권 들어 특히 친밀해졌으며, 같은해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생일잔치를 베네수엘라에서 열어줄 정도였다. 반대파들은 차베스가 카스트로의 정신적 아들이라고 야유하고 있으며 최근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군 고급장교들도 쿠바와 관계를 끊고 전통적인 대미관계의 복원을 부르짖고 있다.
-- 한국 기업체들의 현지진출 확대방안은
▲ 베네수엘라에서는 석유, 석유화학, 가스부문의 프로젝트가 국가개발을 주도하며 설비투자를 위한 플랜트, 기계류 수요도 많지만 재원부족으로 사업자가 자비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향후 일정기간 운영, 투자비용을 회수해 가는 BOO 방식을 원하고 있다. 수십년간 프로젝트를 독점해 온 선진국 기업들은 한국의 진출을 경계하며 베네수엘라도 라이선스 기술을 보유한 한국기업보다는 외국의 원청기술 업체와 직거래를 희망한다. 따라서 엔지니어링 및 금융조달면에서 뒤진 우리 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 등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이다.
소형 기계류 및 부품은 진출여지가 상대적으로 넓다. 석유 채굴시 태워버리는 가스를 활용, 발전하는 Co-generator 등은 우리에게 진출 가능한 틈새시장이며 석유관, 가스관 등에 사용되는 소모성 부품도 유망분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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