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07 17:55

中-아세안 자유무역지대 창설 장애 산적

(반다르 세리 베가완 AP=연합뉴스)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을 합쳐 10년 안에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려는 노력이 많은 장애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6일 전했다.
한국과 일본도 이에 동참하는 문제가 비공식 타진되고 있는 이 자유무역지대는 실현될 경우 인구 17억명에 국내총생산(GDP)이 2조달러에 달하게 된다.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와 아세안 지도자들은 6일 이 문제를 협의한 후 각료들이 가능한한 빨리 실무 접촉을 갖고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토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측은 그러나 자유무역지대가 결성될 경우 중국에 비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지 않겠느냐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역내에서 가장 탄탄한 경제국인 싱가포르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태국,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의 경우 외채 부담과 함께 부실채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아세안을 외면하고 중국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아세안은 자유무역지대가 출범하면 중국으로 몰리던 투자가 자기네에게 되돌아오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장애들이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통합에 앞서 10년여 공동시장을 운영했던 유럽연합(EU)과는 달리 역내의 정치적 결속이 느슨한게 우선 문제다. 여기에 시장을 여는 것과 관련한 이해 관계도 복잡하다. 한 예로 말레이시아의 경우 자동차시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태국은 석유화학 쪽에 민감하다.
아세안 회원국간 경제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그리고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데 반해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은 빈곤이 심각하다. 이슬람 국가도 있다.
아세안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에 자칫 시장만 내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도 "자유시장을 만들어 중국에 시장만 넓혀주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아세안의 실익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교부 간부는 "아세안-중국 자유무역지대가 결정되면 역내 수출이 50% 증가할 것"이라면서 "아세안의 경우 성장률이 1%포인트, 중국은 0.3%포인트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시장을 개방하는 일이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한 빨리 출범시키자"고 역설했다.
아세안의 로돌포 세베리노 사무총장도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에 빨리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전세계적으로 무역 블록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GK 고 연구소 관계자는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가로막는 장애 가운데 시장 개방을 우려하는 국내 기업들의 저항이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일본도 중-아세안 자유무역지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중-일-아세안을 엮는 폭넓은 블록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한꺼번에 실현시키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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