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해운업계의 신조선 도입을 지원하는 공공선주사업 도입이 추진된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해운기자단과 만나 공공기관이 국고로 내항 화물선을 지어 선사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연안 해운사의 신조선 도입을 돕는 정책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와 함께 외항선에만 적용되던 우수 선화주 세액 공제를 내항 화물선까지 확대하고 내항 선원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지원책을 정부와 협력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내항 선원 비과세 혜택을 300만원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건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2월20일 진행된 공제사업 갱신 결과 10%를 웃도는 가입 선대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공제요율을 2.5% 인하하는 조합원사 지원책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30년 만에 조합 회비를 인상해 전체 회비 규모를 2배가량 늘렸다고 전했다.
Q. 연안 화물선업계가 많이 어렵다. 어떤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나?
올해 연안화물선업계의 고질적인 경영난을 해소하고 선박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세제 지원과 선박금융제도 개선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외항선에만 적용되던 우수 선화주 세액 공제 혜택을 내항 화물선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연안 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화주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해운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재정경제부와 긴밀히 협의해 올해 말까지 법령 개정을 마무리해 연안해운 이용을 촉진하고 선사와 화주가 함께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겠다.
또 연안해운 실정에 꼭 맞는 새로운 금융 모델인 가칭 공공선주사업을 도입하려고 한다. 정부 재원으로 공공기관이 선박을 건조한 뒤 선사에 빌려주면 선사는 일정 기간 운영한 뒤 반환하는 구조다. 현대화 펀드가 여객선 신조를 지원하는 거라면 공공선주사업은 화물선을 대상으로 하는 신조 지원 사업이다.
해수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꾸린 연안해운 활성화 TF(전담팀)에서 지원책을 협의하고 있다. 막대한 신조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소 선사들에게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거라 기대한다.
Q. 지난해 내항 선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 소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성과가 궁금하다.
그동안 외항선원은 월 50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는 반면, 내항선원은 고작 승선 수당 20만원에만 비과세를 적용받았다. 25배나 불평등한 운동장인 셈이다. 이런 정책이 결국 청년층과 숙련 선원들이 내항선을 기피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조합은 이를 해소하려고 지난해 국회 대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대선 공약 사항 반영 요청 ▲대통령실 방문 ▲노사 공동 호소문 전달 등 전례 없는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문대림 박성훈 의원께서 내항 선원의 소득 300만원까지 비과세를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기재부 등의 반대에 막혀 아쉽게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기재부는 다른 육상 직종과의 형평성을 들어 수당이 아닌 내항 선원의 근로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데 난색을 표했다.
법안은 통과 안 됐지만 소득도 있었다. 국회는 기재부에 해수부와 협의해 “내항 선원의 실질 소득 증대와 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 지원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부대 의견을 공식 채택했다. 부대 의견에서 요구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Q. 내항 선원 부족을 해소하려고 조합이 단독 예산을 지원해 개설한 인천해사고 해기사 양성과정이 6급에서 5급으로 변경됐다. 이유가 뭔가?
내항상선 해기사 수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2023년에 인천해사고와 협력해 연간 80명의 6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해기교육원을 설립했다. 내항 해운업계가 매년 6억원 이상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대표적인 자구 노력의 사업이다.
하지만 6급 해기사는 항해사 기준으로 승선 가능 선박이 500t 미만으로 제한돼 업계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해소하려고 내항선원의 외항 유출은 최소화하면서도 취업 가능한 선박의 범위는 대폭 넓힐 수 있도록 올해 2월20일 해수부에서 ‘국내항 한정 5급 해기사 면허’ 전환 승인을 받아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면허 전환 효과는 매우 실질적이다. 항해과 기준으로 취업 가능 선박이 기존 500t 미만에서 5000t 미만으로 10배가량 확대돼 훨씬 더 많은 내항 해운사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5월과 10월 두 차례 교육 과정을 개설해 총 80명의 내항 해기사를 양성한다. 우수한 육상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타 지역 거주 교육생 40여 명에게 조합 예산으로 소정의 체류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Q. 최근 국내 여행, 특히 우리 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섬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 궁금하다.
최근 섬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재조명받으면서 섬 여행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올해는 국가 차원의 ‘섬 방문의 해’인 만큼 조합도 국민 누구나 언제든 섬으로 떠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섬 여행의 문턱을 낮추고자 어촌어항공단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섬과 어촌의 테마를 연결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G마켓 여기어때 등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 플랫폼을 활용해 섬 관광 상품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 또 기존 섬 여행 영상 공모전을 활성화하고 청년과 가족들의 여객선 이용 부담을 덜어주는 바다로 사업을 잘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2026년 섬 방문의 해’ 홍보 추진단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다양한 관광 사업을 알리는 메신저가 되겠다.
Q. 조합의 핵심 사업인 공제사업의 갱신 실적과 올해 신규 정책이 궁금하다.
조합의 공제사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보험과 달리 해운업계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비영리 보험 제도다. 선박과 선원은 물론 여객, 수상레저, 항만종합배상에 이르기까지 해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을 촘촘하게 보장한다.
경영 현장의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한 특약은 현재 100개사가 넘는 조합원이 가입할 정도로 업계의 필수 안전장치로 자리 잡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공제사업 실적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20일 마친 선주 통합 공제 갱신 결과, 가입 업체 수는 전년 대비 9%, 가입 선박 척수는 12% 증가했다. 공제료도 원화 기준으로 8% 상승했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업계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3월1일자로 공제요율을 평균 2.5% 인하했다. 조합원사에 수익적 가치를 환원하려고 지난해 공제사업 잉여금 전액을 요율 인하에 투입했다. 참고로 최근 8년간 상품별 요율 인하 규모는 약 13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도 중요한 갱신 일정이 남아 있다. 4월1일 선원공제와 5월16일 P&I(선주배상책임보험) 공제 갱신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기준 1500여 업체, 3000여 척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단 한 곳의 이탈도 없이 100% 갱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P&I 보험업계에선 2월20일에 일괄 갱신하지만 우리 조합은 1998년 5월16일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시행에 맞춰 국내 최초로 P&I 공제를 시작했기 때문에 2월과 5월에 나눠서 공제 상품 갱신을 하고 있다.
Q. 조합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석유류 공급사업과 사업자금 대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변화되는 내용이 있나?
조합원 경영의 근간이 되는 유류비 부담 경감과 원활한 자금 순환을 위해 석유류 공급과 사업자금 대부라는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공급망 다변화와 이용 편의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변화가 있다.
먼저 석유류 공급 사업의 변화다. 그동안 특정 정유사에 편중됐던 공급 구조를 개선하고자 정유사 공급 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SK에너지 외에도 HD현대오일뱅크를 통해 동남권역까지 제품 공급이 가능해짐으로써, 정유사 간 가격 비교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했다.
또 현대오일뱅크의 저점도 LSFO(저유황유) 공급이 가능해져 내항 선사들의 연료유 선택 폭이 확대될 걸로 기대한다. 내항 선박은 외항 선박에 비해 낮은 점도의 연료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일부 LSFO 공급 과정에서 점도가 평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사례가 있었다.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 항행 선박들을 위해 기존 태국 일본 홍콩 대만 4개국에 한정됐던 공급망을 올해부터 필리핀 중국 말레이시아을 추가해 총 7개국으로 늘렸다. 우리 선박들이 전 세계 주요 거점에서 차질 없이 운항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사업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2월 말 기준으로 전체 공급 목표량인 38만7000㎘ 중 약 6만4000㎘를 이미 공급하며 계획 대비 17%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도 본부와 인천지부가 목표의 20%를 달성하며 견인하고 있으며, 동남권과 서남권 본부 역시 각각 17%와 13%의 실적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 달성을 향해 차질 없이 나아가고 있다.
사업자금 대부 분야에선 조합원의 눈높이에 맞춘 행정 혁신을 단행했다. 그동안 사업자금을 대부할 때 부동산 담보 평가를 공시가격 기준으로 해 실제 시세보다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부터는 아파트 감정평가 시 한국부동산원 가격 등 공신력 있는 시세 정보를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Q. 최근 안전운영실을 신설해 주목을 받았다. 조합의 사고 예방 활동을 소개 바란다.
안전은 우리 조합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다. 이런 국정 기조에 맞춰 사고 예방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안전운영실을 설치했다.
조합은 신설 조직을 중심으로 전국 조합원사의 안전 관리자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최신 법령과 제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특히 기상 특보나 긴급 상황 발생 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모바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또 2024년 10월 제정된 ‘선내 안전·보건 및 사고예방 기준’에 맞춰 선원들이 위험 요인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 표지 10종을 총 1만세트(10만장) 제작해 전국 조합원에 배포했다. 만족도 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추가 안전 물품과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AI(인공지능)로 안전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혁신 사업도 추진한다. 향후 약 10편의 교육 콘텐츠를 AI로 추가로 제작하고 유튜브나 SNS(누리소통망)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누구나 쉽게 안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Q. 조합 76년 역사와 해운 역사를 조명하는 해운역사기념관을 사옥 1층에 개관했다. 향후 활용 계획이 궁금하다.
아시다시피 올해 1월 말 우리 해운산업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해운인의 긍지를 드높일 역사적 공간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지난해 2월부터 해운 사료와 영상을 수집하며 토대를 닦았고, 9월부터는 본격적인 기획을 통해 조합 76년 연혁 영상과 CI BI 같은 브랜드 로고 변천사, 선종별 선박 모형과 실물 사료 등을 체계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의 해운 정책 발자취를 기록해 정책적 흐름을 조명하는 한편, 대한민국 해운을 이끈 ‘8대 거목’을 선정해 특화 전시를 마련했다. 단순히 과거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해운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념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념관의 활용도를 높이려고 사전예약시스템을 도입해 조합원사, 교육기관, 외부 유관기관들의 역사기념관 공간 활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기관 단체 견학, 해양산업 교육 프로그램, 조합원사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우리 해운산업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 언론에서도 이곳이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장으로, 해운 가족들에게는 소통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홍보를 부탁드린다.
Q. 올해 초 개소한 여의도 사무소의 용도는?
올해 1월 입법의 심장부인 국회 인근에 여의도 사무소를 마련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서울사무소를 운영하듯 우리 조합도 이곳을 국회·정부 주요 인사와의 정책 간담회는 물론, 각종 세미나와 교육 공간으로 상시 활용하고 있다.
여의도 사무소는 국회와 정부 주요 유관 기관이 도보권 내에 위치해 있어 해운 현장과 입법 현장을 잇는 최단 경로다. 타 기관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연안해운 활성화를 위한 범기관적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게 수월해졌다. 우리 조합이 변두리가 아닌, 국가 정책 형성의 주류 공간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외적 상징인 셈이다. 정책 간담회나 비즈니스 회의 등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전국 조합원들에게 여의도라는 전략적 거점을 제공해 얻는 무형의 가치는 훨씬 더 크다고 본다.
Q. 30년 만에 조합원 회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배경이 궁금하다.
회비 인상을 결정하기까지 정말 고심이 많았다. 이번 인상은 단순히 조합 수입을 늘리는 게 아니라, 30년간의 동결 속에서 조합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조합원사에게 더 큰 정책적 혜택을 드리기 위한 생존 전략이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1996년 이후 30년간 물가가 109% 올랐지만 조합은 한 번도 회비를 인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제사업의 대외 신뢰도를 결정하는 국제신용등급 심사에서 재무 구조를 현실화하라는 권고가 있어 불가피하게 회비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인상으로 연간 2억1200만원 정도였던 전체 회비 규모가 4억원 정도로 2배가량 확대됐다.
대신 앞서 말씀드렸듯 선박공제 요율을 평균 2.5% 인하하고 유류세 보조금을 유지하는 등 연간 2000억원 규모의 회비 환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세월>호 사고 이후 활용이 어려웠던 양평동 부지 임대 수익 등 조합 스스로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입법 지원과 실질적인 예산 확보로 조합원의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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