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9 09:07

“보험·화물등 현안 해결이 북극항로 활성화 전제조건”

1월22일 북극항로 전략 세미나서 특별법 마련 촉구


북극항로를 실질적인 상업 항로로 개발하려면 보험·인프라 등 민간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을 국가가 나서 전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월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북극항로 전략 시리즈’ 제3차 정책 세미나에서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은 “북극항로 특별법은 단순히 해운산업을 지원하는 법률이 아닌 국가 공급망 안전장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북극항로 특별법과 국가·지역 대응에 대한 해운·정책적 합의’를 주제로 기조발표에 나선 최수범 사무총장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실행 중심의 관리 법제를 만들고, 지원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북극항로협회가 주관하고 김정재 국회의원(국민의힘·포항북구)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앞서 열린 제1차 해운, 제2차 조선 분야 논의를 토대로 정책적 쟁점과 추진 체계를 종합 정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 사무총장은 “과거엔 핵심 가치를 경제성에 두고 민간 중심 개발을 논의했다면 이제는 국가 안보와 전략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항로와 관련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관리할 주체가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사무총장은 “항로 운영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건 정보의 비대칭에서 비롯된다”며 “파편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취합하고 선사들이 실제 운항하는 데 이용할 수 있도록 북극 해양정보센터와 같은 정보 취합 기구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특별 센터가 정보를 취합한 뒤 민간으로 이양하고, 그 결과가 정책으로 연계돼야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

 
이어 “국가가 필수 선박으로 쇄빙 컨테이너선을 지정해 5~10척을 건조하고, 2030년 초까지 상용화해야 한다”면서 “북극항로 개발 초창기는 시장 논리로 보지 말고 국가가 투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쇄빙 컨테이너선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건조 단계까지 속도를 내야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지역별 기능적 분업의 필요성도 짚었다. 최 사무총장은 “최근 여러 지역에서 중심항 기능을 하겠다고 하는데 중앙정부가 이를 가름해야 한다”며, 지역 간 경쟁이나 독점이 아닌 역할 분담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 리스크, 정부가 해결해야”

정부의 핵심 과제는 보험 문제를 해결하는 거란 의견도 나왔다. 최수범 사무총장은 “현재 상업화의 가장 큰 문제는 보험”이라며 “보험이 작동하지 않으면 선박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항로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제재로 서방의 재보험사들이 북극항로에서 철수하면서 재보험이 사실상 막혔고, 그림자선단(다크 플리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총장은 “재보험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가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책보험을 도입해 보험료 때문에 항로 취항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보험사들이 북극항로를 기피하면서 선사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김 교수는 “항로가 상용화에 진입하면 보험료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처음에는 정책보험으로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석 한국북극항로협회 회장은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손익이 맞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정책 자금을 투입해 보험 문제 등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 자리에서는 김정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극항로 특별법안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됐다. 이 특별법안은 북극항로 개척과 거점항만 지정·육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인프라 구축 지원, 대통령 소속 북극항로위원회 설치, 권역별 거점항만 지정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해양수산개발원(KMI) 김엄지 실장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면 역량을 갖춘 뒤에 외교적 협의를 거쳐야 하고, 우리나라가 선사들에게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를 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별법에 제시된 북극항로위원회 설립과 관련해서는 실행 역량을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운항 안전, 규제 대응, 항만·물류산업, 국제 협력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정영두 북극항로종합지원센터장은 “항로가 활성화됐을 때 물동량과 수요가 늘어나야 투자가 가능하다”며 항만 인프라 투자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김정재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영일만항을 사례로 들면서,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철광석 원산지가 대체될 순 있지만 수출입 물동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항만별 물량의 다변화가 필요하며, 전진기지 역할 등을 고려해 거점항만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극항로와 관련된 특별법은 총 6건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안’(문대림 의원 등 31인) ▲‘북극항로 개척 및 활성화 지원 특별법안’(주철현 의원 등 16인) ▲‘북극항로 개발 및 거점항만 지정·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정희용 의원 등 15인) ▲‘북극항로 개척 및 거점항만 지정·육성에 관한 특별법안’(김정재 의원 등 12인) ▲‘북극해 이용 활성화 및 북극항로 진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조승환 의원 등 11인)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어기구 의원 11인) 등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9월부터 북극항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9월경 북극항로를 시범 운항할 계획이다. 1월29일 해수부를 필두로 해양진흥공사, 선사, 물류업계, 관련 유관기관 등과 ‘북극항로 활성화 민관협의회’를 출범하고 관계기관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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