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반년차에 접어든 한국해운조합 이채익 이사장이 연안해운업계의 선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채익 이사장은 해운기자단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선원 부족과 고령화로 내항선사들이 선박 운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선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에서 논의됐던 의견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안해운업계의 고질적인 선복 과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연근해 어선 감척이나 예인선 수급 계획 같은 선복 과잉 규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해운조합의 76년 역사를 알리고 해운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함양하기 위해 연내로 조합 사옥 1층에 한국해운역사기념관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Q.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부임한 지 반년이 지났다. 소감은?
먼저 연안해운을 대표하는 해운조합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해운업계와 조합의 발전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을 항상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지난 반년간 일해 왔다.
조합은 1949년 창립해 2025년 올해까지 76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해운업계의 동반자적 성장 파트너로, 해운업자의 사회적·경제적 권익 향상과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며 자리를 지켜온 조직이다. 농협중앙회 1961년, 수협중앙회 1962년, 건설공제조합 1963년, 교직원공제회 1971년, 군인공제회 1984년 등 다른 조합과 공제회의 출범 연도와 비교해 볼 때 실로 유구한 역사다. 해운업자와 함께 역사를 일궈 온 해운조합의 오랜 세월을 발판 삼아 저의 이사장 취임이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도약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시다시피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대내외에 ‘발상의 대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조직, 속도감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해운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과잉 규제를 개선하고, 대국회, 정부와의 소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며 해운업계를 위한 정책지원 강화를 위해 쉼없이 노력해 온 반년이었다고 자부한다.
Q. 올해 1월 새로운 비전과 100대 과제를 선포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핵심과제는 뭔가?
취임 후 100일간 현장 점검을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조합의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선포했다. 비전과 100대 과제는 무엇보다 해운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조합원사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조합원과 해운 가족에게 힘이 되는 조합 ▲대외 협력 강화를 통한 새로운 도약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해운산업의 미래 성장 주도 ▲100년 역사를 함께 준비하는 조합 등이 큰 카테고리다.
임기 동안 조합의 중심은 조합원이라는 기본 방침을 굳건히 해 조합원사를 두텁게 보호하고 성장 과실을 공유하는 조합원 중심의 조합 역할을 최대화하겠다. 조합원사와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해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미션과 비전, 100대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
Q. 선원 수급난 개선이 연안해운업계의 숙원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연안해운업계 최초로 국회에서 이 주제를 놓고 대토론회를 열었다. 성과가 있었나?
내항업계에 많은 현안 과제가 있지만 현장에선 지금 선원 수급에 가장 큰 갈증을 느끼고 있더라. 선원직이 3D 업종으로 전락하면서 내항선사들은 선원 부족과 고령화 문제로 배가 있어도 운항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선원난 해결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구체화해 나가려고 한다.
지난 2월 국회 도서관에서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 공동 주최로 ‘내항선원 부족 타개를 위한 연안해운 생존전략 대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와 정부 부처, 내항해운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선원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내항선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정부 지원 미흡 등으로 심해지고 있는 선원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토론회에서 논의됐던 의견들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토론회를 계기로 노사가 합심해 정부와 국회에 공동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선원 부족에 힘을 모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Q. 연안해운업계의 고질적인 선복량 과잉으로 영세 업체가 난립해 있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연안해운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연안해운산업은 국민 경제와 밀접하고 유용한 교통물류 수단이다. 국내 전체 수송비의 1.3%로 화물 20%를 수송해 경제성이 높다. 또 도로 혼잡이나 소음 등을 발생시키지 않아 사회환경적으로도 유용하다.
수출입 화물을 국내 항만 간 수송하는 데다 석유와 석유화학제품 시멘트 철강제품 모래 등 도로로 운송하기 어려운 기간산업 물자 운송을 전담한다. 도서 지역의 생필품과 생산품을 육지와 교역하는 것도 연안해운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고 각종 환경 규제가 도입되면서 경제적인 선형으로 선대 구조를 개편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외부의 조력 없이는 머지않아 연안해운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연근해 어선 감척 사업’이나 ‘항만 예인선 수급 계획’ 같이 선복량을 적절히 유지하고 운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안해운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운송 계약 관계에서 항상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연안해운업계 입장에서 화주와 동등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상생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Q. 조합은 안전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업장 안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몇 년 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또는 사업주가 사업장에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면밀하게 구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도록 한 강력한 법률이다.
조합은 이에 대응해 전담 조직인 안전보건팀을 지난해 12월 신설해 24개 터미널과 전국 사업장에 종합적인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해 사고 없는 일터, 이용객이 안전한 터미널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영진과 근로자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전문기관에 위탁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자체 평가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중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법률 준수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고 근로자 안전보건 의식 강화를 위한 정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합원사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선박 안전보건 표준 매뉴얼을 제작 배포해 각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중처법의 적용 범위가 상시근로자수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더 많은 조합원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
Q. 이사장 취임 후 한국해운역사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은?
한국 해운산업은 국가 경제와 무역의 핵심 동력으로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해 왔다. 해운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그 역사와 성과를 보존하고 공유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해운역사기념관 설립은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해운산업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공간이 지금까지 부재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현재 기념관 설립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한국해운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문서와 기록물, 선박 관련 자료, 관련 유물과 전시자료, 사진과 영상자료, 해운 원로 인터뷰를 통한 구술 영상 등을 수집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해운업계, 학계 등의 많은 협조를 꼭 당부드린다.
조합은 1차적으로 서울 등촌동 사옥 1층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기념관과 조합 홍보관을 연내 개장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조합의 76년 역사를 알리고 해운업 종사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해운업의 미래를 위한 연구·교육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Q. 정부당국이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내항해운업계는 외항해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이 많은 데다 고질적인 선원 수급 문제와 과열 경쟁, 과잉규제 등 현안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조직적인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정부나 입법을 통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에서 소외돼 왔다.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항해운업계는 분골쇄신의 자구적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과 국회, 각종 유관단체가 깊은 관심을 갖고 함께해야 내항해운업계가 해운산업 성장의 한 축으로 지속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조합은 내항해운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을 강화해 업계 현안을 국가적인 어젠다로 만들어 관심을 환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내항해운업계의 목소리에 언론매체도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 주시길 꼭 당부드린다.
앞으로 76년 역사의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으로서 현안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각종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정부 건의에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을 계획이다.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혁신하는 조합, 당당하고 힘있는 조합,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는 조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