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8 09:11

“HMM 살리기 달성” 중소해운·해양지원기관으로 방향 전환

인터뷰/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사장
임기내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목표


취임 6개월차에 접어든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사장이 앞으로 중견·중소선사와 해양산업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향후 경영 방침을 밝혔다.

안병길 사장은 해운기자단과 만나 “지금까지 HMM을 살리는 데 전력을 기울였고 그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며 “앞으로 중소 선박이나 연안 선박을 대상으로 해양금융 본연의 역할을 하고 친환경 대응도 하면서 미래 사업인 해양 신산업 분야로 금융을 확대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해진공은 2018년 7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138개사에 총 12조5677억원을 지원했다. 82개 기업에 7조5500억원을 공급해 선박이나 컨테이너박스 친환경장비 항만물류시설 등의 자산 도입을 도왔고 105개 기업엔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수혈했다.

이 가운데 3500억원이 중소선사 경영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올해는 3조4000억원의 사업 예산 중 2조1100억원을 선박금융 사업에 배정해 중소선사 특별 지원과 선주사업을 벌여 나갈 방침이다. 

올해 3.4조 해양지원 예산 편성

“현재 중소 지원 비중은 건수로 보면 30%고 금액으로 치면 11% 정도다. 중소선사들에게 지원하는 금액 단위가 작기 때문에 비중이 크지 않다. HMM 같은 대형 선사 선박 한 척을 지원하는 금액으로 중소 선박 20~30척 이상을 지원할 수 있다. 중소선사에게 문턱을 낮추고 이자율이나  금융 조건을 완화하려면 공사의 자금 여력이나 기본이 단단해야 한다.”

나아가 연안 해운사 지원 계획도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으로서 글로벌 선사도 키우고 작은 연안선사들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부터 연안선사 지원을 시작했는데, 전국 4대 권역을 다니면서 연안선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제도를 알리고 컨설팅을 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해양 신산업 지원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공사의 금융 지원 사업 범위는 해운 항만 물류 딱 세 가지인데, 여기에다 해양 신산업까지 추가를 해서 종합 해양 지원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면서 해양바이오, 해양 자원 개발, 해양 에너지 개발, 해양 레저 스포츠 등을 해양 신산업 분야로 들었다.

“우리가 해양 분야에서 앞으로 가야 될 방향은 해양 신산업이다. 이 분야 금융을 미래 먹거리로 어떻게 설정할지 준비할 생각이다.”

안 사장은 또 현재 정체 상태인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임기 내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해고 법규를 정비해서 거래소 설립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항만이나 물류시설 등의 하드웨이 중심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가려면 그 종착역은 정보 금융 법률서비스 등의 해양 소프트웨어 결집체인 국제해운거래소라고 생각한다”며 “임기 동안 모든 운임 또는 선박 거래를 집약해서 처리하는 국제해운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국제 해운거래소 설립 논의가 2006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시작돼 많은 용역과 연구를 진행됐지만 상당한 고난도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다”고 평가하면서 “해상운임뿐 아니라 친환경 선박 연료, 탄소 배출권, 폐선 또는 특수선 가격 선도 거래 등 싱가포르나 상하이해운거래소에서 하지 않는 상품을 다루는 해운거래소 설립을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사장 직속의 ESG경영실을 개편한 해양DX전략실과 해양산업정보센터 내에 설치된 인프라정보팀이 디지털 정보 플랫폼 구축과 거래소 관련 업무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예정이다. 

그는 “선박, 해양 인프라 같은 금융사업뿐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서 해양산업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 대응, 공급망 지원, 해양산업 디지털 전환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해 2025년을 ‘2040년 자산규모 100조원, 직원수 500명의 글로벌 1위 종합해양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MM, 종합물류 아우르는 글로벌 선사로 육성해야”

안 사장은 해운 지원 기관 수장으로서 HMM 매각에 대한 소신도 드러냈다. 선박뿐 아니라 항만과 물류까지 아우르는 종합물류 기업으로 HMM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운산업은 우리나라가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담당하기 때문에 해상 공급망 안정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해상 물류 안정화가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선박뿐 아니라 항만 물류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모두 잘 이뤄지는 게 해상 공급망 안정화라고 생각한다.

HMM도 선박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고 외국의 큰 항만 터미널나 글로벌 물류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 선사로 도약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해상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이에 맞춰 소유 구조가 어떻게 되는 게 중요한지 지금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그는 “일각에서 해양진흥공사가 HMM을 매각하고 나면 할 일이 없어서 매각에 소극적이란 보도도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며 “HMM을 매각하고 나면 여기에 치중하던 금융이 전체 해양산업 쪽으로 갈 수가 있어서 우리 본연의 역할인 중소 선박이나 연안선박 지원 등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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