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0 09:11

알기 쉬운 해상법 산책(23)/ 한 배에 탄 운명, 공동해손

법무법인 세경 최기민 변호사


해상운송의 세계에는 다른 운송 분야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유의 제도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공동해손(General Average) 제도는 오랜 역사를 지닌 해상법의 고전적 원칙으로서, 현대 해운업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위험 분담 메커니즘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원칙은 단순히 법적인 개념을 넘어 해상운송의 본질적 특성, 즉 공동의 위험과 운명을 함께하는 해상 항해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공동해손은 본질적으로 “한 배에 탄 운명”이라는 해상 특유의 상황을 법적으로 구현한 제도다. 상법은 공동해손을 “선박과 적하의 공동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장의 처분으로 인해 생긴 손해나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제도”로 정의하며, 해상위험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1년 3월 수에즈운하에서 발생한 <에버기븐>호 좌초 사건은 공동해손 제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은 선박을 부양시키고 운하를 재개통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했다. 선주는 공동해손을 선언함으로써 구조비용을 선박과 화물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비례적으로 분담하도록 했다. 

공동해손의 법적 요건을 살펴보면, 첫째, 선박과 화물이 함께 직면한 공동의 위험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고의적이고 합리적인 희생이나 특별한 비용 지출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조치 결과 선박과 화물의 일부가 성공적으로 구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들은 요크-앤트워프 규칙(York-Antwerp Rules)을 통해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해상운송계약에 편입된다.

우리 상법 역시 제865조와 제866조에서 공동해손의 정의와 분담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법률적 해석에 있어 주목할 점은 공동해손이 과실책임 원칙의 예외로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불법행위법 체계에서는 과실 있는 당사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만, 공동해손에서는 선장의 결정이 합리적이었다면 그 결과로 발생한 손실은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해관계자가 분담하여야 한다. 다만 공동해손의 분담자는 나중에 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동해손의 실무적 절차는 법률적·상업적으로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공동해손이 선언되면 전문 공동해손 정산인이 선임되어 손실 평가와 분담금 산정 작업을 진행한다. 화주들은 화물을 인도받기 전에 공동해손 보증금을 예치하거나 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선주의 해상유치권에 기초한 법적 권리 행사의 일환이다. 2018년 머스크 <호남>호 화재 사건에서 화물 가치의 54%에 달하는 분담금이 산정되었는데, 이는 공동해손 분담금의 규모가 화주의 재정적 부담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해상보험 관점에서 공동해손은 특히 중요한 문제이다. 적하보험에 가입한 화주는 공동해손 분담금을 보험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화주는 전액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적 행위, 전쟁, 사이버 위험에도 적용

공동해손 제도는 해적 행위와 같은 현대적 해상위험에도 적용된다. 2010년 아덴만에서 발생한 해적 사건에서는 선박이 10개월간 억류되었고, 최종적으로 770만달러의 몸값 지불 후 석방되었다. 영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중요한 법리 몇 가지를 확립했다. 

첫째, 공동해손은 보통법상 권리으로서, 그 포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계약 조항이 필요하다. 둘째, 선주와 보험사 간의 보험 약정이 자동적으로 화주에 대한 공동해손 청구권 포기로 해석되지 않는다. 이러한 법리는 홍해에서의 상선 공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현대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전쟁 위험 또는 사이버 위험에 중요한 법적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해운업의 발전과 함께 공동해손 제도 역시 진화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복잡한 화물 구조, 국제적 무역 환경 변화는 이 고전 원칙의 적용에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였다. 특히 해상운송의 디지털화와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은 공동해손 정산 과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실무적 차원에서 소액공동해손담보조항(Small General Average Clause)이나 선주상호보험을 통한 공동해손 처리 절차 간소화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해손은 단순한 비용 분담 메커니즘을 넘어 해상운송 관계에서의 형평과 정의, 상호협력의 원칙을 구현한다는 제도이다. 한 배에 탄 모두가 위험을 함께 나누는 공동해손의 원칙은 해상법의 특수성과 보편적 정의관념이 조화롭게 결합된 법적 지혜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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