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7 09:02

기고/ 자율운항선박법 세계 최초 시행과 기대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75)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現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前 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필자가 2006년 처음에 선박에 실습항해사로 승선했을 때 가장 신기하고 유용한 장비 중 하나가 ‘오토파일럿(Auto Pilot)’이었다. 오토파일럿은 항공기에도 이미 도입되어 있으며, 항해사가 미리 침로를 설정하고 입력해 놓으면 수동으로 조타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선박을 조종하고 항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필자는 항해사로 근무하며 선박이 순항 중일 때는 오토파일럿을 자주 사용했지만, 모선과 타선의 진로가 교차하여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주변 해역 선박의 통행량이 많은 경우, 접안 시 등 정교한 조타가 필요할 때 해당 장비를 끄고 수동으로 조타를 하곤 했다.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선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토파일럿 장비로 선박이 항행하는 것을 감시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항해사의 몫이다. 

오토파일럿 장비보다 한 단계 기술적으로 발전한 장비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운항시스템에 접목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선박인 ‘자율운항선박’이 최근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는 2016년 567억달러(약 66조원)에서 2021년 816억달러(95조원), 2025년에는 1550억달러(약 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2032년에는 세계시장 규모가 무려 1805억달러(약 2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한편,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건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수명 주기도 길기 때문에 자율운항시스템 의무 장착이나 보급 지원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자율운항선박 도입 확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정책적인 지원의 일환으로, 선제적으로 자율운항선박 관련 세계표준기술 등을 선점하기 위하여, 2024년 1월 2일에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율운항선박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자율운항선박법은 최근인 2025년 1월3일 시행되었다. 

자율운항선박법은 국제해사기구의 국제협약이 없는 상황에서 자율운항선박에 관한 단일법으로는 세계 최초다. 해운물류 분야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전환과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유망한 신산업 분야라는 점에서 관련 기업은 해당 법령에 관하여 선제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자율운항선박법 제정 및 시행으로 우리 해운·조선기업과 연구기관이 다양한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실제로 실증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율운항선박법 시행 이후 정책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기본계획 수립 추진, 실증 지원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기술 개발 및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선박 국제규정(MASS Code) 논의 등 국제표준화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한미 간 조선·해운 협력 과정에서 자율운항선박 논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기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자율운항선박법에 국제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하므로, 한미 간 공동 연구·개발(R&D) 등 조선·해운산업 상생 발전을 모색하고,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와 자율운항선박 국제 협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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