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02-16 13:25
국적외항업계가 예상보다 급속히 대외개방 물결을 실감하고 있다. 대내적으
로는 외항업이 등록제로 전환되는 가 하면 대외적으로는 가속화되는 해운분
야의 자율화, 개방화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와관련 해운산업연구원(KMI)의 姜淙熙박사는 최근 「外航海運의 對外開放
에 따른 영향과 대책」이란 보고서를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항해운기업들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
른 속도로 대외개방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초만 해도 대다
수 선사들은 지정화물제도가 2천년이후 상당기간까지 존속할 것으로 기대했
다. 또 외항화물운송사업자에 대한 대외 개방 역시 가능하면 그 개방시기를
늦추도록 정부에 건의해 왔으나 정부는 선진국들의 압력과 또다른 한편 개
방의 필요성에 어느정도 공감함으로써 개방시기를 앞당겨 다같이 1999년으
로 확정했다. 이제 외항해운이 완전 개방되기까지는 몇년밖에 유예기간이
남지 않은 셈이다. 외항해운기업들은 이 기간을 최대로 활용하여 도래할 개
방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개방대비라 함은 지금까지의 논
의에 비추어 볼 때 국적선사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그 핵심사안일 것으로 보
인다.
한편 해운경영의 세계화가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정기
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세계 주요 정기선사들은 전략적인 제휴를 통
해 초대형선사로 등장하면서 超國籍 또는 無國籍의 기업경영을 영위하고 있
다는 것이다. 즉 대형 정기선사들은 상호제휴를 통한 범세계적 서비스망을
확충할 뿐만아니라 기업경영 자체를 현지화함으로써 국적에 상관없이 비교
우위를 가진 인적, 물적자원을 동원하여 비용의 최소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정기선사의 현지화는 세계경제의 블록화에 따른 정기선시장 구조변화
의 새로운 양상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주요 정기선사들은 역외에 폐쇄적인
경제블록에 대처하기 위해 블록별로 지역총괄본부를 설치하고 역내지점망을
현지화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본사기능까지
현지화함으로써 경영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외항해운도 개방시대에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러한 경영의 세계
화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외국 정기선사와의 전략적 제휴의 추진이 우리나라 정기선사
입장에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정기선시장은 거대할 뿐더
러 지역별로 다극화되어 특정 선사 단독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선사간에 전략적 제휴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경제블록화로 인한 역내국가들의 배타적
인 보호정책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역내국가들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96년 1월부터 트라이콘 공동그룹과 선복임차계
약으로 AMA(Asia-Mediterranean-America) 전구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
며 현대상선도 96년 중반부터 스위스의 노라시아 및 MSC사와 제휴하여 극동
/구주간을 공동운항키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러한 제휴는 갈수록 늘어날 전
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주로 대형선사에 국한된 것이며 중소형선사
들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 중소형 정기선사들은 아시아 역내시장진출에
매우 공격적이어서 외국선사와의 제휴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 그렇지만 아시아 역내도 점차 새로운 경제블록화가 늘어나고 있어 중소
형선사도 장차 전략적 제휴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
근 정기선운송이 중추항만을 중심으로 피더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소선사와 대형선사간 제휴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비스망의 확대이다. 해운경영, 그중에서도 특히 정기선 해운경영을 세
게화하는데는 서비스망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
대형 정기선사들은 전세계를 커버하는 서비스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선사들의 서비스 영역은 미국, 일본 및
대만선사들에 비해 상당히 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
는 주로 아시아/북미항로에 편중하고 있으며 멕시코와 중남미 및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서비스는 전무한 실정이다. 한편 중소형선사들이 취항하는 아
시아 역내 서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들 중소형선사들도 주로 수출
입항로에 집중할 뿐 3국간 항로에 대한 서비스망은 미미한 형편이다.
이는 아시아 역내에 취항하는 우리나라 정기선사의 3국간 화물적취실적이 1
5%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서 자명하다. 이에 개방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선
서비스의 질적제고와 더불어 서비스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현지화의 추진이다.
오늘날 세계화의 핵심사안은 현지화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요
정기선사들이 경영의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영업조직을 기존의 대리
점형태에서 자회사 형태의 직영체제로 전환하고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는 것
이다. 우리나라 정기선사들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으나 중소선사들은
그 실적이 미진하다. 또한 설립된 현지법인이 주로 홍콩과 동경에 치중되
어 있어 아직도 우리나라 선사들은 대리점에 의존하는 영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선사들이 메가 캐리어로 성숙하기 위해선
현지화 전략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외물류시설에 대한 투자확대이다. 오늘날 외항해운이 경영의 세계화를
위한 수직적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 물류시설의 확보가 전제된다. 특히 정
기선사가 주요 거점항에 자사 전용터미널을 확보하는 것은 종합물류서비스
를 제공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일부 대형선사들도 해외
에서 전용터미널을 확보하고 있으나 서비스 제공규모에 비추어 볼 때 충분
한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아시아 역내에 취항하는 근해선사들은 물류시설
에 대한 투자의 여력조차 갖추지 못한 실정에 놓여 있다. 개방시대에 외항
해운이 살아남기 위해선 종합물류업자로의 성숙이 요구되며 이를 성취하기
위해선 해외물류시설에 대한 투자가 크게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개방시대에 우리나라 외항해운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취약한 재무구조이다. 재무구조란 일반적으로 자본과 부채의
구성비율을 의미한 것으로서 부채비율이 높을 수록 도산위험이 높고 과다한
이자부담으로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취약해 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쟁
상대국인 일본의 외항해운에 비해 지나치게 부채비율이 높아 경쟁력 확보는
고사하고 도산위험의 가능성조차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94년말 우리나
라 외항해운기업의 부채비율은 일본의 3배가 넘는 약 1,140%에 이른다. 이
는 우리나라 외항해운이 지나치게 부채금융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으로서 여기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
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개별선사로서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방안마련이 쉽
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우리나라 선사들은 이미 부채자본이 일정수준을 넘어서 그 개선이 용이
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해운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기
업을 공개함으로써 이자부담이 없는 주식에 의한 자본조달이 첩경이다. 그
러나 대부분 부책비율이 높은 선사들로서 기업공개가 용이하지 않다는 자직
이다. 또다른 방법으로 수익의 내부유보를 통해 부채를 축소해가는 것이 바
람직하겠으나 부채규모에 비해ㅜ 선사들의 수익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정
이다. 이외에도 늘어나는 선박수요 때문에도 우리나라 선사들의 재무구조는
건실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방화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국적선
사의 재무구조 건실화방안을 찾아보면 우선 기업의 흡수, 합병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흡수합병은 하나의 사업으
로 간주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이 흡수합병이 번창
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부이 부실기업 정리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
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제 자본자유화가 진척되고 금융시장이 개방되
면 흡수합병(M&A)은 새로운 비즈니스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때를 맞춰 재무구조가 부실한 선사는 타 분야의 건실한 기업과 M&A를 도
모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배선단의 새로운 구축이다. 우리나라선사는 정부의 국적선 위주의 보
호주의에 호응하여 지금까지는 자사선 중심의 선대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국적선사들은 무리하게 선박을 취득하였고 결과적으로 과중한 부채자본을
동원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화물유보제도가 폐지됨으로써 취득에 의한 선박확보의 유
인은 과거와 같이 크지 않다. 이에 부채자본을 투하하지 않는 용선등을 활
용한 새로운 지배선단을 구축해 나감으로써 재무구조의 악화를 줄요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항해운의 개방으로 가장 염려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국적선사의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다. 특히 지정화물제도의 폐지는 수출입항로의 해운시
장에 부정적인 영ㅇ향을 가져옴으로써 국적선사의 수익성을 저하시킬 것으
로 지적되고 있다.
또 지정화물제도는 그간 국적선사로 하여금 지정화물에 대한 전용선계약과
COA를 확보하도록 유도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주었으나 이 제도의 폐지
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적선사는 이러한 변황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나 선사차원에서 대책마련이 용이하지 않
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만큼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광탄선과 전용선에 대한 세제혜택의 부여이다. 국적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다수 전용선들은 국내 대량하주와 전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
런데 이러한 전용선은 대부분 국취부나용선으로 건조되며 선가의 2.5%에 해
당하는 높은 수입관세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용선코스트
가 외국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하기 마련이다. 만약 지정화물제도로 대
량화물하주들이 국제공개입찰에 의해 전용선을 확보한다면 우리나라 선주는
높은 자본비 부담으로 외국선주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개
방체제에서도 우리나라 선주가 국내대량화물 하주와 지속적으로 전용선 계
약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관세를 포함, 경쟁상대국에 비해 불리한
세제를 전용선부터라도 우선적으로 감면해 주는 방안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하주 협력체제의 구축이다. 일본은 대외개방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대량화물을 일본선주가 거의 수송하게 하는 것처럼 일본화물에 대한
일본 선주의 적취율이 높은 것은 선하주간의 협력체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
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선하주간의 협력체제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간 선하주간의 장기계약이 상당
부분 정부의 강제에 의해 체결된 점으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방체제하에선 정부가 더이상 계약문제에 나설 수 없으므로 선하주
간의 협력체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
인다. 예컨대 대량하주로 하여금 일정점위내에서 선박의 지분을 갖도록 허
용하거나 고가의 선박확보시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는 군리를 제도적으로
부영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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