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선사가 해운 분야 디지털 전환(DX)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의 한국법인인 씨엠에이씨지엠코리아 박재서 대표는 지난 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회 인천국제해양포럼(IIOF 2024)에서 “기술 발전을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또 다른 발표자인 글로벌 운임견적 플랫폼 프레이토스(Freightos Group)의 켈리 첸 전략공급 수석매니저 또한 “당장 디지털화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온라인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에서 가장 첫 번째로 진행된 ‘해운 물류’ 세션에서 박재서 대표는 “물류 공급망에서 해운은 일부”이라며 고객 니즈에 맞춰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사를 소개했다. CMA CGM은 해상, 육상, 항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종합물류를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박 대표는 “컨테이너 운송 외에도 고객사 요구에 맞춰 카페리, 로로선 등을 제공한다”며 “어느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씨엠에이씨지엠코리아 박재서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가 효율성 제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선박을 연결하고 전체적인 움직임을 제어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가격 확인, 예약, 운임 청구서 확인 등 고객사와의 소통도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선박 네트워크를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미래적인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CMA CGM은 자체 인공지능(AI) 부서를 운영하는 등 AI를 물류 공급망 운영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 선사는 정시성 차별화 전략도 디지털에서 찾는다는 방침이다. 팬데믹과 홍해 사태를 겪으며 정시성이 문제로 떠오른 것과 관련해 박재서 대표는 “평범할 수 있지만 우리는 각 항로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한 서비스를 잘 연결해서 효율성을 높일지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효율이 올라 정시성이 확보되는 것이지 정시성만을 목표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사 방침은 팬데믹 전후로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변동성, 예측 불가능을 이미 가정하고 기술 발전을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날 해운 물류 공급망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국적 외항선사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전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선 발표에서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의 자옌두 크리슈나 해양자문 부국장은 팬데믹,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 통항 제한이 가져온 병목현상, 환경 규제 등의 요소가 해운 산업 전체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원장, 씨엠에이씨지엠코리아 박재서 대표, 드류리 자옌두 크리슈나 부국장, 프레이토스 켈리 첸 수석매니저, 비욘드엑스 김철민 대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호춘 본부장, 해양수산부 엄익환 과장 |
이와 관련해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탐색’을 주제로 발표자 3명과 인천대학교 송상화 동북아물류대학원 원장, 비욘드엑스 김철민 대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호춘 본부장, 해양수산부 엄익환 항만물류기획과장이 함께 논의를 나눴다.
제미니 출범 앞두고 해운질서 재편
KMI 이호춘 본부장은 “머스크와 하파크로이트가 결성한 제미니의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며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하파크로이트가 빠지면 HMM이 어떻게 물량을 가져올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미니는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항만을 이용해 정시성을 확보하고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가장 큰 난제인 온실가스 규제와 맞물리면서, 정시성과 친환경 문제가 해결되면 추가 운임을 부담하고 그 선사를 쓸 화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나머지 선사들도 그 부분을 따라가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켈리 첸 수석매니저는 “홍해 통항이 회복되면 조정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코로나19 이후 사소한 이슈까지도 해상 운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오프라인서 해양산업 트렌드 공유
수도권 최대 규모 해양 비즈니스 국제포럼인 인천국제해양포럼은 제5회를 맞아 지난 7월 4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진행됐다. ‘세상이 묻고, 바다가 답하다’라는 슬로건과 ‘오늘의 바다, 미래의 해양’이라는 대주제 아래 9개국 33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해양산업의 주요 트렌드를 공유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 전략을 모색했다.
이번 포럼은 양일간 ▲해운 물류 ▲스마트 항만 ▲항만 에너지 ▲해양관광 ▲해양환경과 기후 등 총 5개의 정규 세션과 ‘국내 수출중고차 산업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하는 특별 세션으로 구성됐다. 이 밖에도 업사이클링 체험부스와 큐브 포토월 체험 프로그램, 인천과 극지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 전시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운영해 이목을 끌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가 온라인으로 기조연설을 발표했다. |
올해 기조연설은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가 맡았다. 포럼 첫날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터넷 실황중계 방식으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바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과거부터 이어진 바다의 이점과 더불어 오늘날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건강한 미래의 바다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간은 바다를 통해 항해를 지속하며 문명을 키워온 것”이라면서 해양이 인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양이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이점은 해상 운송”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서 인천항만공사(IPA) 이경규 사장은 “올해로 5번째 개최된 인천국제해양포럼은 세계적인 석학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해양의 미래를 논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인천항이 수도권 관문항을 뛰어넘어 오대양의 교두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포럼이 기폭제로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규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4일 개막식에서 인천국제해양포럼 환영사를 하고 있다. |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해양수산부 김성범 해양정책실장은 “변혁의 시대에 우리 해양 산업은 발 빠른 친환경,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구조 변화를 주도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정부도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산업계와 지속적인 소통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축하를 전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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