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09:10

“톤세제 유지 아닌 확대로 가야” 친환경선박 인센티브 긴요

KASPS 학술대회 개최…초대 묵암상 수상자로 조정제 전 장관


톤세제가 올해 말로 일몰을 앞둔 가운데 제도 유지를 넘어서 세액을 인하하고 용선 비율 제한을 폐지하는 등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는 지난 6월14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KASPS) 주최로 열린 제9회 국제공동학술대회에서 기조발표를 맡아 “주요 해운 국가 중 톤세제가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 톤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톤세제는 해운기업의 영업이익 대신 운항 선박 톤수와 운항 일수 등에 따라 법인세를 산출하는 조세 특례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5년 1월에 처음 도입했으며, 5년마다 일몰 기한을 두고 있다. 한종길 교수는 톤세 도입이 늦어 해운업에서 뒤처진 스웨덴의 사례와 도입 후 주변국에 밀려 톤세 효과가 사라진 그리스의 사례를 제시하며, “경쟁 국가의 세제를 주시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 톤세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기했다. 먼저 쟁점이 되는 사항은 일몰제와 톤세액이다. 현재 톤세제를 실시하는 국가 중 일몰제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톤세는 타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 교수는 “일몰제를 폐지하거나 어렵다면 유럽처럼 10년 단위로 변경해야 한다”며 “노르웨이와 일본 수준으로 톤세제를 낮추는 것도 장기 과제로 추진해보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대상 선박과 용선 비율도 쟁점이 됐다. 한종길 교수는 “우리는 대상 선박을 외항해운에 종사하는 여객선 및 화물선이라고 명시하는데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는 풍력발전 지원 선박이나 시추지원선에도 톤세를 적용하고 영국과 덴마크는 내항해운 선박에도 적용한다”면서 대상 선박이 한정된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해양 관련 지원선까지 톤세제를 확대해 해양 신산업 진흥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용선 선박의 연간 운항 순톤수 합계가 소유 선박 합계의 5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 규정을 두고 “독일(3배), 덴마크(4배) 이외에는 제한 규정이 없다”면서 제한을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해운 사업 투자는 대내외 환경에 맞춰 선사가 선택할 문제라는 의견이다.

친환경 선박에 톤세 인센티브를 적용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한종길 교수는 “3등급 이상 친환경 선박으로 인정받으면 세제 적용 시 우대하도록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해외에선 톤세를 적용할 때 친환경선박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최대 25% 톤세를 감면하고, 싱가포르는 최초 등록세와 연간 톤세를 경감해주는 식이다.

한 교수는 이 같은 인센티브가 도입되면 친환경 인증 과정이 더해져 부담이 증가될 수 있지만 친환경선대 전환을 촉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선박관리업에 톤세를 적용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쟁점을 제시했다. 현재 키프로스 덴마크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는 소유나 용선과 관계없이 본사가 자국에 있는 선박관리업체에 톤세를 적용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선박관리업은 톤세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는 “부산 등 국내에 본사를 두고 외국적선 관리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톤세를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해외에서는 해운업의 자본투자 수익 등에 제도를 적용하는 만큼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금융소득도 톤세 적용이 되도록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 유관 연구단체장 12명이 참석한 종합토론 시간에서 한국해사법학회 회장 홍성화 교수는 “헌법에서 톤세제라는 형태가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합당한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면서 “2050년까지 탄소 절감을 이루려면 설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니 조세 형평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논리로 접근하자”고 톤세제 연장 의견에 힘을 실었다.

선박관리업에 톤세를 적용하자는 쟁점에선 반대 의견이 나왔다. 국제해양경찰학회 박창욱 회장은 “국적선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과연 외국인 소유의 외국적선과 편의치적(FOC) 선박에도 똑같은 룰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미래 기업 투자를 위해 조세 제도의 허용 가치를 국민들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톤세제는 특정 기업에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해운업의 패러다임 전환, 전략수립 필요해”

이날 함께 기조연설은 맡은 임기택 전 국제해사 기구(IMO) 사무총장은 ‘해운과 글로벌 도전과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임 전 사무총장은 최근 IMO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넷제로 목표를) 변경하거나 지연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당면 과제가 촉박했음을 전했다. 지난해 IMO는 세계적인 문제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낮추는 내용의 해운 분야 탈탄소 목표를 발표했다.

임 총장은 “2040년엔 전 세계 선대 배출의 70%를 줄인다고 했는데 목표가 굉장히 높다”면서 “기술적인 요인, 탄소세, 기술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 메탄올 등 나와 있는 대체 연료를 어떻게 전략으로 삼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해운업계가 세계적으로 성장한 만큼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강조했다. 임 총장은 “해운은 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지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와 업계가 모여 미래의 튼튼한 성장을 위한 계기로 삼고 전향적인 논의가 강화돼야 한다”고 독려했다.

 
▲임기택 전 IMO 사무총장

 
아울러 “유럽은 이제 기후변화 문제에 조용하다. 이미 전략이 다 섰기 때문이다”라고 유럽 선사들의 근황을 평했다. 그는 “우리 해운도 미래 전략과 중장기 발전을 위해 해운기업 선주(COO)들이 답사에 나서야 한다”며 직접 유럽을 돌아보고 선사들과 대화하면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하영석 회장은 “공급망 혼란이 가중화되고 있고 얼라이언스 재편, 디지털 전환, 탈탄소화 등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해운항만과 국제무역의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자리가) 수출 강국, 해운 강국의 신 지형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박현규 고려해운 창업자, 묵암상 제정

이어진 묵암상 시상식에선 조정제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제1호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현재 바다살리기운동본부 총재로 활동하고 있는 조 전 장관은 “해운업계의 갓파더(대부) 같은 존재인 묵암(박현규) 선생님이 제정한 상을 첫 번째로 받게 돼 뜻깊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현규 묵암재단 이사장(왼쪽)과 조정제 전 해양수산부 장관

 
그는 국토개발연구원 부원장, KDI 초빙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토·해양 분야의 학문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더불어 경제기획원 자금과장, 규제개혁민간위원회 제1분과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국가발전에 공헌했다. 묵암재단은 “국민들에게 해양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인의 귀감이 됐다”며 상패와 함께 부상 1000만원을 전달했다.

시상식에는 묵암재단 박현규 이사장을 비롯해 임기택 IMO 전 사무총장,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회장, 박정석 고려해운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묵암재단은 설립을 공표하고, ‘학술 진흥과 해사 산업의 발전, 사회봉사에 공로가 현저한 자’를 기리는 뜻에서 묵암상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박현규 이사장은 고려해운 창립자이자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전 이사장으로, 한국해양대를 1기로 졸업해 우리나라 해운 발전에 이바지한 해운업 역사의 산증인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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