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2 09:04

‘와우멤버십 고속성장’ 쿠팡, 지난해 영업익 6000억…창사 첫 흑자

中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 가열


쿠팡이 지난해 61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0년 창사 이래로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4분기엔 매출액 7조2400만원을 일궈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쿠팡INC는 지난 한 해 영업이익 4억7300만달러(약 6174억원), 당기순이익 13억6000만달러(1조7800억원)를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실적 -1억1200만달러 -9200만달러에서 흑자 전환했다. 연 매출은 3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 205억8300만달러와 비교해 약 18% 성장한 243억8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 환율(2022년 1291.95원, 2023년 1305.41원)을 각각 적용하면 26조5900억원에서 31조8300억원으로 20% 증가한 셈이다.

4분기엔 매출 65억6100만달러(8조6600억원)를 기록,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53억2700만달러(7조2400억원)보다 20%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 8300만달러(1100억원)에서 지난해 1억3000만달러(1700억원)로 52% 늘었다.

이로써 쿠팡은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2022년 3분기 7742만달러(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11년간 지속된 분기 적자 행진을 끊어 낸 온라인 유통회사는 지난해 4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연간 흑자 달성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쿠팡의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분야의 매출은 235억9400만달러(30조8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199억5500만달러 대비 18%, 원화 기준으로는 19% 성장했다. 조정 EBITDA(세금·이자·상각 전 이익)은 15억4000만달러(2조)로 집계됐다.

유료 프로그램인 와우멤버십은 특히 성장이 두드러졌다. 회사는 익일·당일 배송인 ‘로켓배송’ 혜택을 앞세워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원 1400만여명을 확보했다.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2019년 본격 론칭에 들어간 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회원 수 600만명 900만명 1100만명으로 각각 집계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드러냈다. 활성 고객 지표에서도 분기마다 성장이 가속화했다.

활성 고객은 분기 말일을 기준으로 쿠팡에서 한 번 이상 주문한 고객 수를 나타낸다. 지난해엔 이 지표에서 분기별로 각각 1년 전보다 5%(1901만명) 10%(1971만명) 14%(2042만명) 16%(2100만명) 증가했다. 4분기는 지난 4년 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를 끝냈다는 반응이다. 회사는 그동안 아마존식 모델을 표방하며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왔다. 지금까지 투자 금액만 6조20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회사 측은 “설립 초부터 근본적인 새로운 역량을 창출할 이니셔티브에 투자했다”면서 “유의미한 수익을 만들기까지 수 년간의 투자와 인내가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쿠팡 측은 한국 유통 시장이 거대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분기에 이룬 성과에 만족하지만, 아직 한국 소비 시장에서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향후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다만 초저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한국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거세질 거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알리는 최근 국내 판매자 전용 공간인 케이베뉴(K-Venue)를 만들고 한국어 서비스 담당 직원을 배치하는 등 시장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현재는 중국발 상품을 해상으로 운송한 다음 CJ대한통운과 함께 국내 배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안으로 한국 물류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증가와 관련해 이용자층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질문이 나오자,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고객은 항상 최고의 셀렉션(선택 가능한 제품 수), 가격, 서비스를 추구한다”면서 “많은 대안을 손에 쥔 고객층에 충성도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아야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고객 점유율을 붙잡고자 고객 경험과 운영의 우수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멤버십을 바탕으로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공시에 따르면, 와우멤버십에 가입한 연도별로 분류한 고객집단(코호트)의 지출은 매년 15%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코호트는 기존 코호트보다 1인당 지출액의 시작점이 더 높고, 지출액 증가 규모가 가파르다는 특징을 보인다.

김범석 의장은 “아직 와우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가 많다”며, “개발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잠재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매출, 활성 고객, 와우멤버십의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쿠팡이 셀렉션, 가격, 서비스 전반에서 노력하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 와우회원에게 30억달러 규모의 혜택을 제공한 데 이어, 멤버십 가입이 최고의 투자라고 느낄 수 있게끔 더 많은 비용 혜택과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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