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8 14:36

호주항로/ ‘공급조절 효과’ 수요부진에도 운임 회복세 지속

선사들, 올해 소석률 80%대 유지
 
 
2023년 호주항로는 한 해를 되돌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세계 경기 침체, 러우 전쟁 장기화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 여파로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해운 불황과 더불어 미중 갈등에 따른 리쇼링 본격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 공장의 생산이 예전같지 못하면서 1‧3분기 호주항로쪽 수요 부진 문제를 꾸준히 유발했다.
 
과거와는 달리 중국 춘절 등 연휴 밀어내기 물량 특수 효과도 예상 외로 미미했다. 물량 수급 편차가 컸던 전통적인 연휴 전후와는 다르게 선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분기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에 힘입어 물동량이 일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로 중국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호주항로에 비중이 컸던 중국발 물량도 다시 위축됐다.
 
물동량은 올해 10월까지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우리나라와 오세아니아 지역을 오간 2023년 누계(1~10월)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줄어든 40만7800TEU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 같은 시기(48만7600TEU)에 견줘 16.4% 후퇴했다. 대양주 지역도 마찬가지로 1~10월 누계 물동량이 2만4100TEU로 2022년, 2019년 동기 대비 각각 21.4%(3만600TEU) 36.5%(3만7900TEU) 줄어들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와 3분기 오세아니아 물동량은 각각 10만8800TEU 11만8500TEU로 8.4% 14.7% 역신장했다. 반면 2분기엔 19% 오른 14만1000TEU를 처리했다.
 
수요 침체가 잇따르자 선사들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 등 공급 조절 노력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항 외에도 항로 우회, 저속 운항 등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운임은 올 2분기를 시작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며 나름대로 선방했다.

2분기 첫 달 들어선 한국발 호주항로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시드니행 상반기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400달러대를 보이며, 2019년 같은 시기와 얼추 비슷한 수준이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쌓인 내공으로 선사들은 재고 관리, 수요 예측 등 나름의 공급망 관리를 통해 시의 적절한 공급 조절을 이뤄 내며, 운임 방어에 성공했고, 소석률(화물 적재율)도 대체로 80~90% 이상 채웠다.
 
위기도 있었다. 호주항로 운임은 올해 3월까지 10개월 연속 운임 하락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11월(905달러)부턴 두자릿수 운임 마저 붕괴되면서 평균 4000달러대였던 재작년 4분기 고운임 추세와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하반기 들어서 선사들의 기본운임인상(GRI) 시도는 예상을 깨고 이어졌다. 10월 들어 중국발 운임도 10개월 만에 700달러를 재돌파했다. 이후 11월과 12월 운임은 900달러선을 넘어서며 어느덧 다시 네자릿수 운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화주들과 장기 계약을 앞둔 선사들의 운임 인상 노력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등 연말 물량 특수 효과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운임 상승 추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내년부터 해운시장은 공급 과잉 추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인 데다, 수요 위축에 따른 물량 침체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선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비축한 자본금을 통해 노선 확대‧개편 등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을 꾀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홍콩 ASL, 일본 ONE, 싱가포르 시리드쉬핑 등 아시아계 선사들이 잇따라 신규 서비스를 개설하며 해운 불황을 타개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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