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 시황은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발 공급망 혼란이 진정된 이후 급격히 하락해 올 한 해도 침체를 이어갔다. 다만 물동량 실적이 3분기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건 고무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동안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20만7300TEU를 기록, 1년 전 330만1300TEU에 비해 3%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164만7100TEU에서 올해 157만1200TEU로, 5% 감소했고 수입화물은 165만4200TEU에서 163만6100TEU로 1% 감소했다. 지난 2021년 3% 성장하며 400만TEU대를 회복했던 동남아항로 연간 물동량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서며 390만TEU대로 떨어진 뒤 올해도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올 한 해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10개월 중 6개월간 역신장하는 부진을 보여줬다. 1월 14% 감소하며 올해를 시작한 뒤 2월 -5%, 4월 -14%, 5월 -7%, 6월 -2%, 7월 -7%의 역성장을 시현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8월 2%, 9월 14%, 10월 4%의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18개월 연속 감소 곡선을 그렸던 수출화물도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오르막길 행보를 보여줬다.
10개월간 실적을 국가별로 보면 8개국 중 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제외한 5개국이 역신장을 냈다. 특히 홍콩은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의 침체를 보였다. 동남아항로 물동량 1위 국가인 베트남은 6% 감소한 101만5400TEU, 4위 말레이시아는 2% 감소한 37만2200TEU, 5위 대만은 11% 감소한 31만6800TEU, 6위 필리핀은 1% 감소한 20만TEU, 7위 홍콩은 16% 감소한 19만6300TEU에 각각 머물렀다.
반면 2위 태국은 7% 성장한 47만6500TEU, 3위 인도네시아는 소폭(0.3%) 성장한 43만8000TEU, 8위 싱가포르는 15% 성장한 19만2100TEU를 거뒀다. 지난해 15% 감소했던 싱가포르는 올해는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두 자릿수로 반등했다.
운임은 올해 들어 급전직하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평균 상하이발 동남아지역 6개국행 종합운임지수(SEAFI) 평균은 798.5포인트(p)를 기록, 지난해 평균 4003.5에 비해 80% 급락했다.
지역별로, 베트남 호찌민행 평균 운임은 지난해 550달러에서 올해 142달러로 74%, 태국 램차방행 평균 운임은 지난해 588달러에서 166달러로 72% 각각 곤두박질 쳤다. 이 밖에 싱가포르행은 843달러에서 160달러로 81%,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행은 816달러에서 164달러로 80%,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은 922달러에서 293달러로 68% 하락했다. 필리핀 마닐라행 운임은 -11달러를 기록, 1년 전 414달러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필리핀행 평균 운임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한국발 운임도 약세를 거듭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부산발 동남아행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624달러를 기록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80달러로, 중국발 운임(SEAFI)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처음 발표된 동남아항로 KCCI는 첫 두 달 평균 1601달러를 기록한 뒤 올해는 61% 떨어지는 부진을 보였다. 동남아행 KCCI는 부산발 호찌민 자카르타 싱가포르행 운임을 기반으로 산출한다.
다만 중국발 주간 운임지수는 10월 이후 상승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SEAFI는 지난 11월3일 1030을 기록, 지난해 12월2일 이후 1년 만에 1000포인트대를 회복한 뒤 12월8일 현재 1054.3까지 상승했다. 특히 11월3일 225달러를 찍은 베트남행 운임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200달러를 넘어섰다. 인도네시아행 운임은 지난 9월 말 근 1년 만에 400달러선을 넘어섰다.
선사들은 시황 부진에 대응해 회복세를 띠는 인도네시아에 앞다퉈 배를 대는 한편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베트남 하이퐁 노선에선 철수하는 전략을 폈다. HMM은 지난 10월 베트남과 태국 대만 필리핀을 운항하던 ICN 노선을 개편해 필리핀에서 인도네시아로 뱃머리를 돌렸다. 우리나라 남성해운과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TS라인, 중국 SITC도 한국·중국·인도네시아(KCI) 서비스를 출범했다. 한 달 뒤 장금상선과 계열사인 흥아라인은 부산 인천 울산 등 국내 3개항과 남중국 인도네시아를 잇는 부산·중국·인도네시아2(PCI2)를 열었다. 반면 완하이라인, 고려해운, 동영해운과 팬오션은 하이퐁항로를 중단하며 비용 절감을 꾀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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