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6 09:02

“평택항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찾아라”

평택항포럼서 수소항만·거리별 인센티브 등 활성화방안 봇물


“평택항의 매력이 뭔지 따져봐야 한다. 평택항이 수도권 관문항으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왜’ 평택항을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3 경기도 평택항 포럼’에서 평택항만의 정체성과 특색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평택항은 수도권과 중부권을 아우르는 국제무역항으로, 최단 시간 물동량 1억t을 달성하면서 국내 5대 항만으로 자리 잡았다. 포승국가산업단지와 인접하고 내륙 교통망이 발달하는 등 이점을 지녔다. 하지만 2012년 이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기조 발표자로 나선 우종균 동명대학교 교수는 이날 “평택항의 목표는 뭐냐”고 질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23년 해운항만 시장 여건 분석 및 평택항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평택항은 정체 상태임에도 방향이 모호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성장 지속으로 경제·물류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평택항은 성장 또는 유지 중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다.

중국의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고 미·중 무역 전쟁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다양성과 안정성을 우선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반면 평택항은 2022년 기준 컨테이너 화물의 91%가 중국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다. 화물이 철광석, 액체화물,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편향된 점 또한 성장에 걸림돌이란 평가다. 우종균 교수는 평택항이 개발 초기 빠르게 성장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저성장에 머무르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해석했다.

 
▲우종균 동명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선사와 항만들이 초대형화·스마트화 추진과 동시에 복합물류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왜 평택항을 이용해야 하는지 이유를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새만금신항 개발과 중국 성장 저하에 따라 2030년께는 인접 항만들의 경쟁우위가 비슷해지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사와 화주에게 이익을 제공할 만한 여건이 필요하다. 또한 우 교수는 “평택항이 재도약하려면 자유무역지역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성장 동력이 될 기업을 찾고 신산업을 유치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의존도 낮추고 신시장 탐색 필요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차원에서 탈중국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근섭 해양수산개발원(KMI) 본부장은 ‘2024년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전망’을 주제로, 불확실성의 일상화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공급망 개편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근섭 본부장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은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수에즈 운하 사태 등을 거치며 자체적으로 안정성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터미널 확보와 선복 관리에 집중하고, 업종 간 영역이 붕괴되면서 종합물류로 탈바꿈하는 기업이 늘었다. 이전과 달리 위기 대응 능력이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기업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도 중동 유럽이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확대하는 등 동맹 국가 간 공급망을 구축하는 추세임을 밝히며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평택항 또한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쇼링, 니어쇼링 물량을 고려해 “항만이나 항만 배후단지에 여유 인프라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에서 벗어나는 수요를 잡아야한다”면서 “신규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혼란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자매도시, 자매항만, 자매기업 등 국제 협력체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정태원 성결대 교수는 ‘평택항 수소 인프라 구축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평택항은 수도권과 인접해서 기본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그린 수소를 중국과 연계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녔다. 그러나 정교수는 “좋은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제반 준비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소항만은 항만 내 에너지 생태계를 갖춘 수소 생산·물류·소비 거점을 의미하는 만큼  항만공사 차원에서 진행하기보다는 경기도와 연계해 수소도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수소 환적 허브항만을 기지로 내건 로테르담항과 액화 수소 터미널을 추진하는 고베항 사례를 언급하며 저장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평택항도 수소항만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입과 유통뿐 아니라 저장이 가능한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왼쪽부터 한종길 성결대 교수, 우종균 동명대 교수, 김근섭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정태원 성결대 교수, 김형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이기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 임상섭 장금상선 상무
 

임대료↓ 인센티브↑ 의견 잇따라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처리시간 단축을 위해 자동화를 지원하고 부가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상섭 장금상선 상무는 “실제 현장에서 평택항을 이용하는 선사로서 사소한 부분에 신경써주길 바란다”면서 몇 가지 단점을 꼽았다. 그 중 “인천항에 비해 평택항은 수리, 세척, 줄잡이, 고박 같은 부가서비스가 열악하”고 “비용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평택항은 비교적 최신 항만임에도 여타 항만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배후부지 임대료가 비싸 하역료까지 오르니 선사 측에선 장벽이 된다고 주장했다.

높은 임대료가 애로사항이란 지적에 김형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이외 시설에서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절반만 받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고 해법을 내놨다. 통로나 화장실 같은 곳에서 비용을 줄이란 의견이다.

또 이날 경기평택항만공사 측이 경기도 전역의 물량을 남부에 위치한 평택항으로 끌어오겠다고 목표를 밝힌 것과 관련, 실현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형태 명예연구위원은 인센티브를 이용해서 물량을 끌어오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금처럼 이용 물량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지역별, 거리별 등 평택항과 멀수록 인센티브를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평택 배후단지 자유무역지역이 PDI 센터로 채워지는 게 물동량 상승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평택당진항발전협의회 최성일 회장의 질문에 김근섭 KMI 본부장은 “자동차가 가치측면에서 기여하는 비중이 크긴 하지만 하나에 편중되면 안 된다”는 정설을 내놨다. 김 본부장은 앞서 국내 유턴 수요에 대비해 여유 인프라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비어있더라도 참아야 한다”면서 “배후단지 확보가 최우선이지만 기업 유치엔 여유를 가져야 물류를 다각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원용 평택시부시장이 축사를 전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남긴 오후석 경기도행정2부지사와 최원용 평택시부시장은 제2의 도약을 위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며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 김석구 사장 또한 자리를 마무리하며 “이 자리에서 제시된 의견이 경기도 항만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 경기도 평택항에서는 선사, 포워더를 대상으로 화물유치 인센티브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청기간은 이달 1일부터 30일까지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실적 기간으로 산정한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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