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5 09:04

인천항, 중고차 수출 사상 최고치 경신…스마트오토밸리사업은 지연

러시아 우회물량, 중동항로 개설 영향


중고차 수출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국내 중고차 수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인천항은 컨테이너 운임 하락세가 겹쳐 컨테이너 물동량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인천항만공사는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을 마치고 수출 비중이 높은 중동지역 항차 증대 방안을 검토해 중고차 수출 확대,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상반기 해외로 수출한 중고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 급증했다. 이 중 인천항을 통해 수출된 중고차는 56.9% 상승한 23만 4614대로 나타났다.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9년 상반기 19만5656대보다 20% 가까이 증가해 상반기 수출 최대치를 달성했다. 3분기에도 7월 4만3917대, 8월 4만4154대, 9월 4만4074대를 기록하면서 연일 호조를 그렸다. 3분기를 포함한 누계 수출 물량은 36만6585대로 추산된다. 가장 많이 수출한 2019년 41만9872대 기록까지 5만3287대를 남기고 있어 남은 4분기에도 호조가 이어지면 연 수출 최대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인천지역 중고자동차 수출 동향을 밝히며 인천항이 순항 중이라고 분석했다. 인천지역 수출 중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9%로, 수출 상위 5개 품목에 속한다. 수출액으로는 15억6000천달러(약 2조400억원) 규모가 넘어 지역 일자리와 세수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평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자동차(중고차·신차) 수출이 3분기에도 호조세를 띠면서 관련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수출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증가 원인을 한국은행에선 러시아행 우회 수출 물량으로 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내 공장을 중지한 데 이어 서방의 대(對)러 수출 금지 조치가 취해지면서 러시아는 신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중고차 수요가 늘고 우회 통로로 사용되는 주변국으로 수출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인천항에서 수출된 물량은 튀르키예 2만6009대, 키르기스스탄 1만3898대, 타지키스탄 1만598대, 아제르바이잔 9918대 등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1%, 384%, 270%, 549% 상승한 수치다.

 
3분기 들어서는 중동 국가로의 수출 물량이 증가했다. 인천항이 6월부로 중동 서비스(FAM)를 개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분기 동안 수출 1위국인 리비아와 취항지 제벨알리 항구가 있는 UAE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만여대, 1400여대 더 수출했다. 현재 중동 항로서비스는 주 0.5항차로, IPA는 안정적인 수요만 확보되면 1항차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인천항은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이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IPA와 한국은행 모두 자동차운반선(PCTC) 대신 컨테이너선 선적 방식이 대폭 늘어난 것을 특이점으로 꼽았다. 영국의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19년 말 1만7000달러였던 일일 용선료가 올해 6월에는 11만달러를 기록하면서 6.7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자동차운반선 부족, 용선료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컨테이너로 운송된 중고차는 2만4000여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8만3000여대로 대폭 증가했다. 총 수출에서 컨테이너선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면 16%에서 78%로 늘었다.

 
이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IPA는 지난 8월 월간 물동량이 역대 최고치임을 밝히며, 중고차 적재용 공컨테이너가 인천항으로 회수돼 물동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IPA 추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에도 수출한 중고차 약 4만4000대 중 약 83%에 해당하는 3만7000대 가량이 컨테이너로 운송됐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첫째 주 1000선이 무너진 이후 하락, 소폭 반등을 이어가다가 10월 13일자로 891.55를 기록했다. SCFI가 비슷하게 유지되면 컨테이너 선적 선호도 또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천항 물동량이 지금과 같은 추이로 급증할 시 적체 현상이 일어나고 물량 이탈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도유원지 도시계획변경에 따라 인천은 중고차매매단지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IPA는 지난 2019년 배후부지에 친환경·첨단 중고차 수출단지인 ‘스마트 오토밸리’를 조성해 다른 항만에 수출 물량이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업자 선정에 실패하면서 2025년까지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일정이 미뤄졌고, 지난 5월에야 카마존과 사업추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은 관계기관 행정 승인, 임대차 계약 등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IPA 측은 “다음달 행정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해 2026년경엔 1단계 사업을 완공, 운영할 계획”이라고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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