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5 17:30

해운 노사, 승선근무 2개월 단축·초고속 인터넷 설치 추진…공동선언문 발표

해운협회·선원노련, 연말까지 세부 실천방안 마련
 


해운 노사가 최근 표면화하고 있는 선원 부족난을 해결하고자 승선 근무 기간을 줄이고 선박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박성용 위원장은 25일 오전 부산 중앙동 마린센터 2층 선원노련 위원장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원 일자리 혁신과 해운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지난 1997년 노사 합의를 거쳐 도입한 국제선박등록제도를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 제도를 일컬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노사 간 상생 협력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하는 이유다. 

2004년 474척이었던 국제선박이 지난해 1317척으로 약 3배 늘어나고 한국인 선원은 2007년 ‘한국인 선원의 고용 안정과 적정 규모 유지를 위한 노사 합의’ 이후 연간 5000명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해운 노사는 나아가 지난 5월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해운 경쟁 시대에 대비해 선원 근로 조건을 선진국형으로 혁신하고, 선원 인력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4개월에 걸친 노사 간 밀착 교섭 끝에 대타협의 결과물을 이날 외부에 공개했다. 

노사는 지난 7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선원 일자리 혁신 정책을 수용해 가족과 사회와 떨어져 격리된 생활을 하는 승선 근무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들을 도입하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우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문화에 맞춰 유급휴가를 청구할 수 있는 승선 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고 유급휴가 일수를 적정 수준으로 확대하는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선내에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계획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 내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 해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외국인선원 고용 제한 제도를 한국인선원 의무승선제로 전환하고 일반 국제선박에 국제적인 선원 인력 운영 제도를 도입하는 데 협력키로 했다. 이 밖에 사측은 톤세제 절감액 등을 활용해 해운 분야 선원 양성과 고용 확대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노사정 협의 절차를 거쳐 사용하기로 했다. 

노사는 향후 별도의 교섭기구를 구성해 이번에 발표한 합의 내용의 세부 실천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한 뒤 내년 초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사진 왼쪽)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산업의 불황에 대비해 노사 간 상생협력이 그 어느때 보다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며 “국가 수출입 물류와 경제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해운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미래 지향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원노련 박성용 위원장은 “이번 공동 선언문 발표는 우리나라가 세계 해운시장을 선도하려면 이전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혁신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노사가 공감한 결과”라며 “세부 방안을 마련할 때도 현장에서 고생하는 우리 선원들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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