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IT전문기업 한국비즈넷이 그동안 분산됐던 자회사의 인력과 업무를 한 곳에 집중해 고객 서비스를 한층 제고한다. 한국비즈넷은 항공물류 정보시스템과 전자문서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윤중오 상무를 올해 3월 영입해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랙슨코리아, 케이씨넷 등 물류IT분야에서만 20여 년간 일해온 윤 상무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비즈넷의 물류 ERP(전사적자원관리)를 업무자동화(RPA)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고도화에 집중하고 고객사의 비용 절감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고객사와 동반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상무와의 일문일답.
Q. 최근 회사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비즈넷은 물류 ERP를 전문으로 하는 IT기업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비즈넷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올 상반기엔 조직 개편과 통합 청구시스템 구축이라는 큰 변화를 단계적으로 이뤄냈다. 안정적인 고객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그동안 분산됐던 회사의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할 수 있다.
우선 조직은 자회사 한국테크넷과 포워더넷, 2개로 분산됐던 인력을 한국비즈넷으로 통합하고 회사의 경영을 지원할 경영기획실을 재무관리, 총무관리, 영업관리팀으로 세분화했다.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 중인 테크넷과 전자문서송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포워더넷의 이번 단일화로 고객 서비스를 한층 제고하게 됐다.
또 비즈넷의 대표적인 ERP 서비스인 윈-사비스(WIN-SABIS)와 지-사비스(G-SABIS)를 연구개발 1~2실로 역량에 맞게 재편해 소프트웨어(S/W)적인 측면을 강화했다. 더불어 물류사업본부를 영업과 컨설팅, 고객서비스팀으로 구성해 영업 역량 강화에 조직 개편의 주안점을 뒀다.
그동안 3개 회사로 분리·청구해 온 작업을 한 곳으로 통합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S/W와 하드웨어(H/W) 서비스, EDI(전자문서중계) 서비스를 한국비즈넷으로 통합 청구하는 작업을 6월 완료하고 7월 본격 시행했다. 통합 청구는 고객사의 편의가 높아지는 게 최우선 목적이지만 달라진 환경에 발맞춘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20년 넘게 개별적으로 해왔던 청구 업무를, 청구 항목 수백 개를 고객사별로 나누고, 다시 통합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검증하고 1200여개 고객사 일일이 동의를 받는 과정은 조금 지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청구와 결제의 일원화로 비즈넷과 고객사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확대되고 고객 편의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Q. 한국비즈넷에 합류하기 전 어떤 일을 해왔는가?
물류 정보와 전자문서시스템을 다루는 업종에서 주로 일해 왔다. 항공물류정보 시스템을 취급하는 대한항공 자회사 트랙슨(Traxon)에 1990년대 말 합류한 걸 시작으로 2010년에 관세청 전자문서중계사업자인 케이씨넷에 창립 멤버로 참여해 적하목록, 해외세관, 항공사 연계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최근 2년간은 반도체 부품과 장비 3PL(3자물류), 운송 업무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한국비즈넷은 20여 년 전부터 서로 협력 관계로 일을 해온 파트너였다.
Q. 회사의 중점 과제인 RPA·AI 고도화를 어떻게 이뤄낼지 궁금하다.
ERP를 비롯한 IT서비스는 웹(Web) 2.0과 3.0을 비롯한 큰 변화를 겪어왔다. 물류 ERP가 이러한 변화에 꾸준히 변화해 왔느냐고 자문해 보면 답은 다소 회의적일 수 있다.
웹으로 대표되는 사스(SaaS)형 서비스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물류, 특히 포워더 ERP는 그 복잡성과 대내외적인 업무 연계성 등으로 유연한 서비스가 힘들다. 이는 ERP 업체들이 공통으로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비즈넷은 클라이언트(C/S)와 웹 기반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어 다소 앞선 투자와 실행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시장의 기대와 마케팅적인 면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매출 증대와 동시에 고정비 등의 비용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는 포워더가 많다. 시스템을 강화하고 마케팅에 집중하려면 결국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결국 인건비다.
비즈넷은 RPA와 AI의 접목을 우리 ERP에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종이 서류로 오가는 업무는 메일과 메신저를 자동으로 해독해 자동으로 입력하는 RPA로 처리하고, 입력된 데이터를 국가별, 품목별로 분류해 해당 업무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절차화 한 마일스톤을 자동으로 수립해 어떤 이상(IRRE) 발생 시 알람과 처리 절차를 알려주는 AI를 접목하는 걸 현재 연구 중이다.
통관으로 보면 청구서와 포장명세서에 기반한 수출입신고서 생성, 수출입 국가 간 FTA(자유무역협정) 조건 확인, 원산지증명 발급 등이 해당될 것이고, 물류 측면에서 선하증권(BL), 인코텀스, 적하목록, 세관 사전신고, 각종 부대비용, 환율 등 업무 절차마다 세부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모두 자동화와 AI의 도움이 필요한 요소들이다.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에 업무 경력이 20년 이상된 부장급의 업무 노하우를 녹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RPA와 AI기술이 가능케 해준다고 생각한다. 비즈넷이 이 분야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하반기 영업전략은?
하반기는 RPA, AI의 ‘시스템화’에 계속 집중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우선 S/W시스템을 ‘넓고 깊게’ 구축하고, 이를 플랫폼화하는 ‘TP 전략‘을 시행하고자 한다.
비즈넷의 물류, 포워더 ERP를 더욱 깊고 고도화된 서비스로 만드는 게 T의 세로 방향에 해당된다면, 창고, 운송, 특송, 3PL과 같이 그동안 조금 약했던 서비스 카테고리를 좌우, 가로 방향으로 넓게 포진시켜 전체적으로 물류시스템을 P, 플랫폼화하는 거다. 물류 분야 특히 포워더 분야는 독보적인 깊이를 확보해 고객사의 비즈니스를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회사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포워더들의 디지털 전환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대기업들의 시스템 개발 투자와 고도화에 중소포워더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포워더 화주 등 고객들이 대기업과 똑같진 않지만, 동일한 수준으로 IT시스템의 지원이 가능해야 하는데 비즈넷의 서비스를 여기에 집중해 중소포워더들의 디지털 전환에 도움을 줘 고객과 동반성장하고자 한다.
Q. 물류IT시장에서도 인력난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응 방법은?
‘저녁 먹고 갑시다’라는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용 중인데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해지고 회사를 향한 신뢰도 올라갔다.
점심시간도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다. 남들보다 30분 먼저 가서 식사를 마치고 남은 시간은 본인의 시간을 갖게 한다. 더불어 스키, 골프, 등산 등 직원들의 동호회 활동도 장려하고 있다. 결국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재산이다. 인력 확보 및 유지에도 힘쓸 계획이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은?
사실 국가적이고 전 지구적인 문제이지만 국가 간 관계의 변화로 수출입이 타격을 받으면 물류업계가 연쇄적으로 어려워지는 구조임을 우리는 직접 겪어왔다. 이 와중에 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인하 경쟁, 보이지 않는 규제, 인력 수급 불안, 늘어나기만 하는 각종 비용 등으로 한계상황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세관의 적하목록 관련한 비용이라든지 대기업들의 경쟁 입찰을 통한 단가 인하 유도 등 우리나라에는 외국물류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제도와 관행들이 많다. 업계의 대변자인 각종 협회와 정부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선도적으로 선진 제도에 대한 연구와 해결책을 모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물류 ERP로 30년 넘게 업계와 함께 해온 한국비즈넷은 ‘신제품의 개발과 확산만이 물류업계와 비즈넷이 생존할 수 있는 근간이다’라는 모토로 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투구하고자 한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드린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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