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IMO 임기택 사무총장, 영국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의원, 줄리안 브레이 트레이드윈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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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탄소 배출 규제에 동참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미래 연료 인프라를 조성하는 지원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4~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해사주간 행사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방문한 임 총장은 기자와 만나 “IMO의 탈탄소 규제 조치가 물류비를 높이고 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아프리카 경제에 타격을 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IMO에서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펀드가 생기면 그린수소나 에탄올 같은 미래 연료 인프라를 개도국에 조성해 경제적 이익을 챙겨 주는 지원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는 태평양 도서국은 탈탄소에 가장 적극적”이라며 “대형 선박은 허브항 몇 개만 운항하고 태평양 도서국가엔 피더 수송망을 깔아 저렴한 운임으로 해운 서비스를 공급하면 큰 혜택을 받게 될 거”라고 말했다.
현재 IMO는 막대한 규모의 탈탄소 기금을 설립하는 시장 기반 탄소 규제조치(MBM)를 추진하고 있다. 선박이 연료 1t을 쓸 때마다 2달러의 부담금을 부과해 10년간 50억달러의 국제해사연구기금(IMRF)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제해운회의소(ICS)에서 부담금 규모를 t당 50달러로 인상하는 수정안을 제시해 전체 기금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MO와 별도로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도(EU ETS)를 해운 분야에 도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시장 기반 조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임 총장은 해운업계의 탄소 배출 저감 목표는 시장 기반 규제 조치를 얼마만큼 강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IMO에서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 기술적 조치 외에 탄소세 같은 시장 기반 조치를 강화하면 2050년에 무탄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장 기반 조치를 시행하면 화석연료와 재생연료의 가격 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겨 화석 연료 사용이 크게 줄어들고 선주도 선박 투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MO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고 조성하는 펀드는 미래 연료 기술 개발과 공급 인프라 구축 등 4가지 영역에 투자해서 탈탄소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기금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크리스 그레일링 영국 하원의원과 영국·노르웨이 해운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의 줄리안 브레이 편집장은 미래 대체 연료로 암모니아가 메탄올보다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레일링 의원은 “메탄올은 생산성이 낮아 좋은 연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향후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어떤 에너지가 미래 연료로 채택될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수소도 많이 생산되고 사용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메탄올에 투자하고 베팅하는 사람들은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줄리안 브레이 편집장은 “미래는 다중연료 시대가 될 거”라면서도 “LNG나 메탄올은 과도기적인 연료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암모니아가 미래 연료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메탄올은 생산 과정이 복잡한 데다 생산량이 적고 탄소 배출 효과가 크지 않다”며 “벙커C유보다 10%가량 적긴 하지만 탄소를 배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홍보 목적으로 메탄올을 대체연료로 얘기하는 거라 생각한다”며 메탄올의 미래 연료 가능성을 평가 절하했다.
반면 암모니아를 두고선 “LNG나 LPG 등 많은 다양한 연료들이 위험하지만 잘 사용되고 있고 암모니아를 수송하는 300척의 선박들도 안전하게 운항하는 등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할 때 몇 가지 과제가 있지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역량을 집중한다면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브레이는 “안전성은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상업성이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평가했다.
“선원 문제 해결에 IMO와 ILO가 협력”
임기택 총장은 인터뷰에서 최근의 선원 부족 문제에 대응한 IMO 방침을 소개했다. 그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가을께 IMO와 ILO(국제노동기구)가 공동으로 선원 문제에 초점을 맞춘 국제콘퍼런스를 열어 여론을 환기하기로 합의했다”며 “국제기구 2곳에서 선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집중적으로 협의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선원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인력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선원 자원이 많이 있다”며 “이들에게 최적화 훈련을 시키면 잠재력이 올라올 것으로 보고 투자하고 교육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EU가 5년 동안 필리핀의 선원 교육기관을 심사해왔는데 3월 말 필리핀이 발행하는 선원 증명서를 계속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필리핀이 선원의 훈련, 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있음을 EU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 동안은 유럽 선주들이 필리핀의 해기 교육 인프라를 믿지 못해서 필리핀 선원을 개별적으로 다시 심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EU가 5년 동안 조사를 벌여 필리핀 선원 교육 시스템을 인정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과정이 생략돼 선원 공급이 원활해 질 거다.”
임 총장은 IMO가 선원 복지 문제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선원 복지는 ILO의 MLC(해사노동협약)에서 규정하고 있고, 주관 기구도 ILO지만 IMO도 내 일처럼 생각하고 들여다 보기로 했다”며 “ILO에서도 IMO의 이 같은 정책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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