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2 14:00

“선원 장기승선 유인책 가산점 도입·석사 이수 지원”

김인현 교수,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세미나서 주장


선원 부족 사태가 국내 해운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육상직 채용 시험에서 선원 출신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장기 승선을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 김인현 교수(사진)는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해운항만학술단체연합회 주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병역특례는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 승선을 유인하는 장점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새로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해양안전심판원의 심판관이나 조사관, HMM 등의 해운사 운항부 직원, 한국선급 선박검사원 등 육상에서 근무하는 직업 중에도 선원 경력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있다”며 “이들 인력을 선발할 때 경력을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승선 경력에 차별을 둬서 장기 승선을 유도해야한다”고 말했다. 

장기 승선한 해기사들에게 국비로 석사 과정 이수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선원직은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혜택이 주어져야 장기 승선을 할 것”이라며 “젊은 해기사들이 5년에서 7년 정도 승선 근무를 하면 대학원을 진학시키고 그 비용을 공적 기금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기사가 3년 승선 근무를 마치면 해운업계에서 2년의 대학원 과정을 다닐 수 있는 재원을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해상보안대학교는 해기사 임관 후 수년 내에 모두 2년 석사 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해외 유학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사립학교나 군인 등 국민연금과 별도로 운영되는 연금 제도를 본딴 선원 연금을 만들어 10년 혹은 20년 승선 근무를 하면 노후가 보장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선원 전원 정규직 전환, 8개월 승선하고 48일간 쉬는 방식에서 6개월 승선, 90일 쉬는 방식으로 휴가 제도 강화, 정년(65세) 퇴임한 도선사에게 예비도선사 자격 부여 등의 유인책도 제시했다. 

선장까지 외국인 선원 도입

지원책과 함께 선원의 문호 개방 필요성도 제시했다. 외국인 선원 도입 대상에 선장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초임 해기사가 양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인 선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선장과 기관장은 반드시 한국 선원이어야 한다는 정책은 달성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필수선박의 개념을 확장해 국가 안보에 필요한 선박엔 선장과 1항사 2항사 3항사 등을 모두 한국인 선원으로 태우고 나머지 선박은 모두 외국인 선원을 태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톤세제도 등의 혜택을 차등 적용해 한국인 선원 승선을 독려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해운항만유지법은 국가필수선박을 88척 지정해 선원의 임금을 일부 보조하는 형태로 한국인 선원 승선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이들 선박에도 외국인 선원을 최대 6명까지 태울 수 있다. 

 


김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선박을 첨단화해 배에 타는 선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내놔 관심을 모았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 지배선대는 1300척 정도가 유지되지만 해양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절반으로 감소해 수요 대비 선원 공급이 절반으로 곤두박질 칠 거”라며 선원 정원을 현재의 20명에서 10명으로, 다시 5명으로 줄이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을 당직으로 활용하거나 자율운항선박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항해사 3명을 1명으로 줄이고 4시간 3교대 시스템을 맞교대 시스템으로 개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관실의 경우 기관장과 기관사 1명만 근무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구인 절벽에 부딪힌 부원을 해기사로 대체하고 국내 해양대학에서 외국인 선원 위탁 교육을 실시해 선원 인력을 공급하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아울러 승선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는 여성해기사를 활용해 여성들만 탄 선박 운항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항, 수소항만 전략 생산보다 도입에 초점 맞춰야

이날 행사에선 김인현 교수의 기조 강연과 함께 총 30건의 발표가 진행됐다. ‘인천항 수소 에너지 인프라 시설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연구’를 발표한 성결대 정태원 교수는 인천항은 블루 수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LNG 인수 시설이 없고 해상 풍력 사업 상용화 시기도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수소 생산보다 수소 도입 항만으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1년 9월 인천항을 비롯해 부산항 울산항 평택항 등 국내 4대 항만을 수소항만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수소항만은 2050 탄소중립 정책 내용 중 해양수산업 탈탄소화의 핵심으로, 수소의 생산, 수입, 저장, 공급 등 물류, 소비 및 활용 등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갖춘 항만을 의미한다.

정 교수는 수소 항만 비즈니스 모델 중 암모니아 기반의 수소 해상 운송업과 수소선박 실증 및 벙커링 사업, 튜브 트레일러 이송사업, 파이프라인 구축사업, 수소복합단지 구축사업 등은 인천항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한종길 회장(성결대 교수)은 “지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해운항만 국제무역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협의회가 시의성 있고 유의미한 각종 정책을 제안하고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싱크탱크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협의회엔 해운물류학회 항만경제학회 해사법학회 국제상학회 등 총 14개 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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