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해상보험사인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올 한 해 국적선 가입 확대를 1순위 사업계획으로 수립했다. 10%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P&I 박영안 대표이사 회장(사진 왼쪽)은 해운 기자단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요즘 K자가 붙으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KP&I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월20일 마감된 계약 갱신에서 토종보험사는 회원사 203곳, 가입 선박 753척, 총보험료 3359만달러(제휴프로그램 포함), 순보험료 2742만달러를 거뒀다. 선박 숫자는 23% 줄었고 순보험료는 8% 감소했다.
총 1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국내 P&I 보험 시장에서 KP&I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경영 부실의 원인이었던 선원보험 상품에서 철수하면서 지난해 16.5%에서 1.5%포인트 하락했다.
국적선의 저조한 국적 P&I 이용률은 특히 전략화물 수송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포스코 전용선 27척 중 2척만이 KP&I를 이용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7%에 불과하다. 포스코를 포함해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수송 선박 115척 중 KP&I 고객은 12%인 14척에 그친다.
박 회장은 “원료탄이나 철광석 가스 운반선의 가입률이 저조한 건 IG(P&I보험사 카르텔) 소속 보험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는 구매 계약서 독점 조항 때문”이라며 “수십 년 된 관행이다 보니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예를 들어 포스코가 브라질 철광석 수출업자와 구매 계약을 체결할 때 수송은 IG(P&I보험사 카르텔)나 IACS(국제선급연합회)에 가입한 선박에 맡긴다는 조항이 있다. 선사들은 이 조항에 맞춰서 P&I나 선급을 선정하게 돼 IG 소속이 아닌 KP&I는 제외되고 있다. 과거엔 선박금융 계약서에도 IG 독점 조항이 있었는데 최근 바뀌었다. 전략화물 수송 계약엔 아직까지 과거 관행이 남아 있다.”
한전 등 전략물자 수송계약에 KP&I 포함
성재모 KP&I 전무는 덧붙여 국적선 30%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전은 수송 계약서에서 KP&I와도 거래할 수 있도록 했고 포스코도 변경하기로 약속했다”며 “한 걸음 한 걸음 국적 선박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성 전무는 올해 갱신 지표가 마이너스 성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해외선단 보험료가 2021년도에 비해 3분의 1토막 났고 선원보험에서 철수하면서 보험료 실적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두 상품에서 440만달러의 순보험료 감소가 발생했다.
다만 해외 선단 보험요율을 14% 인상하는 한편 고위험 해외 선박 47척 218만달러를 해지한 건 고무적이다. 아울러 브리태니어 노스스탠더드 등 IG 소속 보험사와 운영 중인 제휴 프로그램의 수입 비율을 기존 35%에서 44%로 끌어올려 수익성 개선을 꾀했다.
“제휴프로그램은 접을 수 없는 포트폴리오다. 수입이 2021년 190만달러에서 지난해 312만달러, 올해 479만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가져오는 몫을 확대했기 때문에 제휴프로그램에서도 올해부터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다양한 수익성 제고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갱신 실적 감소에도 흑자 재정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KP&I는 올해 당기순이익 9.7억원을 전망했다. 조합이 흑자 예산을 수립한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2019년 <솔로몬트레이더>호 기름 유출 사고 여파로 42억원의 적자를 낸 뒤 매년 대형 사고가 늘면서 적자 예산을 편성해왔다. 2020년엔 예상과 달리 18억원의 흑자를 거뒀지만 이듬해 47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도 28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는 갱신에서 적자 재정의 큰 축이었던 선원보험과 노후 해외 선박을 정리하면서 흑자 전환의 기틀을 마련했다.
“<솔로몬트레이더> 사고 이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지난 3년간 일을 해보니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해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적자를 계속 내는 이유가 선원보험과 해외 선박, 제휴상품이었다. 올해는 이 부분을 갱신에 적극 반영했다.”
성 전무는 또 상호보험료제도를 내년께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준비에 들어가 내년 2월 갱신부터 국적 선사를 대상으로 상호보험료 체제를 일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대부분의 이사진들이 보험료 개편에 공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P&I는 이사회를 통한 선주 직영 체계, 일괄인상제도 등 전형적인 상호보험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보험료 납부만큼은 고정보험료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IG에 가입하려면 상호보험료 제도 도입이 선결 조건이다. 최소 5년의 상호보험료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내에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상호보험료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원하는 회원사만 선택적으로 상호보험료 체제로 바꿔 나가겠다.”
상호보험료 채택한 선사에 보험료 환급 확대
다만 회원사 실무자들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상호보험료 제도는 P&I가 손실을 보면 추가 보험료를 걷을 수 있기 때문에 선사 보험 담당자들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성 전무는 “최근 7~8년간 국적선사의 손해율은 50%대 초반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어 추가 보험료 징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상호보험료를 채택한 회원에겐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혜택을 만들어서 별 탈 없이 요율 제도 전환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사업계획을 국적선대 가입 확대를 제외하고 모두 사고 예방에 맞춰 수립했다고 전했다.
▲계약분쟁비용보험(FD&D) 신용 위험 관리 지원 ▲어망과 양식장 손상 클레임 가이드 제작 ▲선박 사고 발생 시 취해야 할 조치 가이드북 제작 ▲비(非) 해기사 대상 안전 교육 ▲선원용 사고 예방 포켓가이드 제작 ▲가입 선박 현상 검사(Condition Survey) 강화 등이 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한 사업 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끝으로 박영안 회장은 성재모 전무의 연임을 결정한 배경을 소개했다.
박 회장은 “상임이사인 전무 선임은 공모를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하지만 성 전무의 경우 첫 임기 때 추진해온 내부 조직 관리나 상호보험료 도입 등의 성과를 내려면 한 번 더 맡기는 게 필요하다는 이사회 의견이 다수여서 공모 없이 연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후 두 번째 연임 땐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