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신설된 남성해운 사장지원실을 총괄하는 조인환 상무는 핵심 경영 사안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게 주 업무라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하면서 의사 결정 속도와 질을 제고하려고 이 같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한다고 전하면서 신규 항로를 안정화한 뒤 인도·중동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중단기 사업전략을 밝혔다. 경인지역 육상운송업체 인수 등 해상과 육상운송을 결합하는 것도 남성해운의 주요 사업 확장 정책의 하나다.
조 상무는 창립 70돌을 맞아 회사 임직원과 고객,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여는 한편 사사(社史) 편찬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Q. 창립 70돌을 맞은 남성해운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 개편의 배경과 의미는?
“창립 70주년에 맞춰 조직을 개편한 건 아니다. 2015년 김용규 사장님 취임 이후 2~3년 주기로 해당 시점과 상황을 고려해 조직 구조를 혁신하고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선 신조 선박 인도와 동남아항로 확대에 대응하려고 해외영업 조직을 전문화했다. 아울러 조직 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의사 결정 지연이나 분산을 최소화하고자 최고 의사 결정 전담 조직인 사장지원실을 신설했다. 디지털 전담 조직인 신성장전략실을 도입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조직 문화 측면에서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내부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려고 직급과 호칭을 단순화했다. 사무 지원 직군이 영업이나 운영 등의 일반 사무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해운업계 최초로 전 임직원의 자율 복장을 시도한 것도 지속적으로 조직 변화를 꾀하는 한 예다.”
Q. 해운사 최초로 비서실장 격인 사장지원실장을 맡았다. 어떤 역할인가?
“사장지원실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비서실장과는 거리가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전문화되고 분화되면서 의사소통과 협의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사장지원실은 각 본부장 또는 실장과 핵심 경영 사안을 주기적으로 협의하고 조율해 의사 결정을 빠르게 하고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입사 이후 경영관리 영역에서만 일해 왔던 제게 항로 기획, 영업, 운항, 컨테이너 관리 등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맡긴다고 해서 부담과 우려가 컸다. 4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도 해운 시황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어 부담과 우려가 많이 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우리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고 누군가는 수행해야 하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다른 4명의 본부장과 실장들이 열심히 도와줘서 많은 힘을 받으면서 꿋꿋이 해 나가고 있다.”
Q. 김용규 사장 체제 출범 이후 디지털 전환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향후 전략이 궁금하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드 슈밥 회장이 ‘4차산업혁명의 시대가 온다’고 주창한 이후 디지털 전환이란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플랫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해운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시범 적용하면서 내부적인 효과가 뭔지, 고객에게 어떤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검토해 왔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조직 전체 업무에 스며 들고 고객이 적응하는 절대적인 기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조직 전체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신설된 전담 조직이 조율과 협의를 진행하면서 디지털 솔루션이나 IT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디지털 파트너사들과 함께 기나긴 여정을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려고 한다. 해운플랫폼인 밸류링크유에 지분을 투자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Q.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해운시황도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시장 상황은 어떤가?
“해운시장 조사기관이나 매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황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급속도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일부 항로는 공급량 증가와 수요의 감소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안 좋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해운 침체와 글로벌 경제 위기, 지정학적인 이슈들이 내부적으로 감지돼 올해 목표와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우려가 많이 됐다. 특히 예상보다 침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초부터 자체적으로 어떻게 파고를 넘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전사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하려고 외부 컨설팅 도움도 받았다. 실행 책임 주체와 담당자를 선정해 도출된 비용 절감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항로별로 영업 운항 운영적 측면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움직임도 병행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항로를 선정해 다각도로 운영 구조를 변화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해 전 임직원이 무거운 마음과 절실한 의지로 전사적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려고 한다.”
Q. 지난해 2500TEU급 신조선을 추가 발주하고 인도네시아 항로에 진출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중단기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2500TEU급 신조선 2척이 나온다. 이에 맞춰 6월 중에 공동 운항 방식으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항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부산-광양-상하이-서커우-싱가포르-페낭-호찌민-난사-부산을 순회하는 노선이다.
내년에도 동형선 2척이 추가로 신조되는데 인도네시아 항로와 말레이시아 항로의 운항 편수를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인도 서부지역을 연결하는 피더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시장 상황에 맞춰 다음 행선지인 인도와 중동 시장도 준비하겠다.”
Q.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에선 종합물류사업 진출이 큰 흐름이 됐다. 남성해운은 어떤가?
“앞으로는 컨테이너선사도 종합물류 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거라 본다. 우리도 다각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경인 지역에서 활동하는 육상운송업체를 공동으로 인수했다. 우리가 지배 지분을 인수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천신항에 개장한 인천글로벌물류센터(IGDC)를 한진과 절반씩 지분 투자했다. 앞으로 부산 지역에도 물류 거점이나 육송업체를 인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태국 램차방 물류기지(데포)에 투자해 해외 기반을 마련했다. 해양수산부와 컨테이너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사물인터넷(IoT) 장비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이밖에 해상풍력이나 재생에너지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Q.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탄소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대응 계획은?
“우리 선대는 선령 12년 이하의 젊은 선박과 연료 효율성을 높인 신형 선박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오래된 선박이 2010년 건조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5년 이하의 선령이다.
전 선박이 올해부터 시행된 탄소집약도지수(CII)에서 (기준치인) C등급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기준에 미달하는 선박이 있으면 EPL(연료 저감 장치)을 장착해 연료 효율을 개선할 계획도 있지만 3년간은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성해운 그룹 내에서도 선령이 오래된 선박은 친환경 전환 사업에 맞춰 매각을 계획하고 있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Q. 최근 해운업계의 선원 부족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남성해운의 상황은 어떤가?
“선원 수급난은 우리는 물론 대다수 선사가 직면한 문제다. 다만 우리는 오래 전부터 선원을 정규직화해 서 수급을 관리하고 있고 복지에도 힘쓰고 있어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선박관리 자회사인 마젤란마린솔루션즈와 선원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Q. 8월1일에 창립한 지 70주년이 된다.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나?
“국내 해운업계에서 창립 70주년은 처음이다. ‘고마워요 70년, 함께해요 100년’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3가지 행사를 하려고 한다. 임직원·고객·파트너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다.
다만 해운 시황이 부진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기념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몇 달에 걸쳐 온라인 이벤트나 영화 관람, 골프대회 등의 방식으로 70주년을 기념할 계획이다. 퇴임한 회사 선배들을 초청하는 사은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사무 공간 개선도 진행하려고 한다. 4월17일부터 6월30일까지 장교빌딩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려고 한다. 사사를 정립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70년의 회사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회사 홍보 영상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Q. 끝으로 해운업계 및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재래 연료를 이용하는 신형 선박으로는 정해진 기한 내에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건 어렵다.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게 급선무지만 육상 공급시설 미비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에서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해 대체 연료 정책을 도입하고 공급 시설과 육상 인프라를 확충하길 바란다. 우리만 독자적으로 대체 연료를 결정했다가 해외에서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어느 한 나라, 한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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