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2 09:09

“탈탄소시대 100만명 선원 재교육 절실”

피플인사이드/ 윌헴슨쉽매니지먼트 칼 슈 회장
한국시장서 5년간 50% 성장…“선주들과 협력 더욱 강화”
탈탄소세미나 개최·연탄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 펼쳐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 선원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앞으로 쏟아져 나올 친환경 선박에 발맞춰 전 세계 최대 100만명의 선원이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데 각국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르웨이 해운그룹 윌헬름센의 선박관리자회사인 윌헴슨쉽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칼 슈 회장은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IMO의 환경 규제와 선원 수급 등을 화두로 꼽으며, 우리나라 선주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주한노르웨이 대사관과 공동으로 탈탄소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연탄 기부와 아동 지원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칼 슈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친환경 대체연료 종착지는 수소”

윌헴슨쉽매니지먼트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액화석유가스(LPG)선 자동차선 컨테이너선 크루즈선 벌크선 등 450척의 선박과 1만800명 이상의 선원을 보유한 다국적 선박관리회사다. 1975년 설립 이래 전 세계에 8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10개국에 10곳의 선원 대리점이 있다. 

크루즈선 선장으로 30여 년간 바다를 누볐던 칼 슈 회장은 2005년 윌헴슨쉽매니지먼트에 합류했다. 지난 17년 동안 회사의 경영과 전략, 사업개발을 전반적으로 개선한 결과, 관리 선박을 두 배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친환경 선박과 연료를 바탕으로 선주들에게 활발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슈 회장은 “윌헴슨쉽매니지먼트는 선박의 탈탄소화를 위해 최적화된 선박 및 항해 운영과 대체연료 사용 등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토페카>(Topeka)는 차량으로 화물을 하역하는 방식의 로로(RORO) 화물선으로, 3MW짜리 고분자전해질(PEM) 수소연료전지와 전력량 1000KWh급 배터리를 장착해 무탄소 운항을 실현한다. 

슈 회장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수소가 중장기 친환경 대체 연료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와 미래의 전환기에 사용되는 LNG 이후 최근 급부상 중인 메탄올을 거쳐 수소가 친환경 연료의 종착지가 될 거란 설명이다. 

그는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한 대체 연로로 수소의 미래를 믿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고객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기관들과의 협업으로 선박 사용을 위한 수소의 잠재력을 개발하는데 큰 진전을 이뤄왔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비료기업인 야라와 자국 선박기술기업인 콩스버그가 세계 최초로 자율 운항 기술과 배터리 구동 시스템을 장착한 120TEU급 컨테이너선도 윌헴슨쉽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성과 중 하나다. 연간 4만여 대의 트럭 운행을 대체하게 되는 이 선박은 약 1000t의 이산화탄소(CO₂) 및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가장 큰 성과는 LNG선 시황 급등에 따른 가스사업 성장이다. 최근 선박 관리 외주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지난 5년간 한국 선주들의 관리 선박과 한국인 선원은 50% 늘었다. 이 회사가 관리하는 한국 선박은 약 60척, 한국인 선원은 약 600명에 달한다. 

슈 회장은 “한국시장에서 가스선과 자동차운반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시황이 좋아지면서 최근 가스선사업에서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칼 슈 회장이 부산에서 진행된 연탄 봉사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해운시장 화두는 환경규제와 선원수급”

탈탄소 시대를 맞아 슈 회장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IMO의 환경 규제와 선원 수급 문제를 화두로 꼽았다. IMO는 내년 1월부터 온실가스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EEXI(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와 CII(탄소대응집약도지수) 등급제도를 시행한다. 

슈 회장은 환경규제로 선원들이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하는 문제점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환경규제 시행에 발맞춰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만~100만명의 선원이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조선 대부분이 이중연료로 가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선원에 대한 역량이나 규정 등을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선원 수급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앞으로 나올 신조선은 상당한데 한국 선원은 공급이 크게 줄어 사회적 인식 제고와 복지 개선, 법제도 개선 등이 뒤따라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슈 회장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선원의 사회적 지위나 복지가 좋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됐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사람들이 배 타는 걸 꺼리고 있다. 선원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업계에서 노력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탄소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선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윌헴슨쉽매니지먼트는 2012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해외선박관리회사로서 안전관리적합증서를 취득했다. 

그는 “2005년부터 운영 중인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 부산사무소에 뛰어난 인력이 많다. 직원들의 역량과 윌헴슨쉽매니지먼트의 노하우를 결합해 선주들과 더 많은 협업을 이어 나가 한국시장에서 더 높은 성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칼 슈 회장이 부산에서 진행된 아동 후원 기금 행사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한노르웨이대사관·국내해운업계와 현안 모색

이 회사는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주한노르웨이 대사관과 공동으로 해운업계의 미래 탈탄소화 대응 방안과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윌헴슨쉽매니지먼트가 국내에서 세미나를 주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전 세계 해운업계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탈탄소화의 전환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탈탄소화 움직임 속에서 윌헴슨쉽매니지먼트는 국내 해운·선박기업과 정부기관, 연구소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탈탄소화 추진 방향과 미래 전략을 공유하고, 국내 해운업계의 직면 과제와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슈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당장 국제항해 선박을 대상으로 2023년 1월부터 탄소배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즉각적인 실행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히 요구된다”면서도 “탈탄소화 목표 달성은 해운과 관련된 전 분야에서의 긴밀한 상호 간의 협력으로만 가능하며, 이를 통해 해운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확보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칼 슈 회장은 이번 방한에 맞춰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가 소재한 부산에서 연탄 기부와 아동 지원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기금 모금 등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도 펼쳤다. 

그는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부를 하게 됐다”며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이 연말연시를 따뜻하게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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