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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4 13:12

기획/ ‘우크라이나 사태’ 해운물류조선시장 전방위 타격 우려

유가·원자재값 급등에 비용부담 늘어…유럽항만·TSR 등 물류차질 심화
컨선사들 선박운항 중단에 수출기업 물류난 가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행하면서 해운물류조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붕괴 등의 전방위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피격 우려, 러시아 제재 등의 이유로 컨테이너선사들이 선박 운항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이 더욱 가중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유럽 주요항만으로 화물 몰리면서 물류난 가중

러시아의 침공에 우크라이나 최대항만인 오데사항이 폐쇄되면서 선사들의 서비스 중단도 잇따랐다. 오데사항은 우크라이나 전체 항만의 70%에 달하는 물동량을 담당하는 현지 물류거점이다. 2020년 65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오데사항 가동 중단에 결국 선사들은 중동 지중해 등의 대체 항만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주요 항만들은 우크라이나항 화물까지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 상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CGM 등 유럽계 선사들은 우크라이나향 화물 선적을 일제히 중단했다. 머스크는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한 지난달 24일부터 우크라이나 발착화물의 인수를 중단했다. 현재 수송 중인 화물은 포트사이트(이집트)나 코르페즈(터키)에서 양륙하고 있다. 

MSC도 우크라이나행 화물의 선적을 중단했으며, 오데사항으로 항행 중인 본선의 기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CMA-CGM도 흑해 서비스 BEX와 BSMAR에서 오데사항에 기항하지 않고, 우크라이나행 화물은 콘스탄차(루마니아), 트리폴리(레바논), 피레에프스(그리스)에서 일시 양륙할 방침이다.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러시아노선 운항 중단을 발표한 선사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머스크는 3월3일 이후 러시아 발착 컨테이너 선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머스크의 해상·철도 복합운송서비스인 ‘AE19’를 통해 일부 품목만을 수송할 수 있어 화주들의 불편함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E19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과 핀란드 폴란드 독일 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 항만을 연결하는 해상철도서비스다. 부산 상하이 요코하마 등 아시아 주요 항만에서 러시아 극동의 보스토치니항을 해상으로 연결한 후 대륙 간 철도 운송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러시아를 횡단한다. 머스크는 “AE19 선적은 식료품이나 의류품 인도적 지원 물자를 제외하고 일시 중단된다”고 밝혔다. 

머스크뿐만 아니라 MSC, CMA-CGM,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등도 반러 전선에 동참했다. 이 밖에 러시아 선사인 페스코도 출항을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러시아향 선적을 거부한 선사들은 현재 수송 중인 화물을 어느 항에서 내릴지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북유럽항에서는 러시아 화물의 하역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 물류 혼잡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하역이 되지 않는 화물이 장기 체류하면 항만 혼잡이 더욱 극심해져 선사들의 스케줄 정시성 악화는 물론 해상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적선사인 HMM도 러시아 제재 대열에 합류했다. HMM은 지난 3일 러시아행 화물 서비스 노선 3곳 중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서비스 예약을 2일부터 일시 중단했다. 다른 서비스 노선 2곳인 블라디보스토크와 보스토치니도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두 나라 하늘 길까지 막히면서 수출업계의 물류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달 4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러시아에 취항 중인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이 밖에 페덱스 UPS DHL 등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항공물류서비스를 중단하며 하늘 바닷길 모두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TSR 모든 구간서 적체 발생

선사들의 러시아 기항 중단에 물류기업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금 당장 큰 문제는 없겠지만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선사들이 늘어나면서 선복이 부족해지면 운임 상승과 물류 대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요 철송 노선은 운송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는 국경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모든 구간에서 적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내륙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기업이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 아직 TSR는 중단 없이 정상 운행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물류 비중이 큰 곳은 중장기적으로 선복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업계는 수출과 대금결제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러시아로 향하는 수출 물량 출하를 중단했으며, 현대자동차는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 4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온라인 긴급 설명회’를 열었다. 

무역협회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업들의 주요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3월2일 현재 대금결제 문제가 57.5%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고 물류(31.1%), 정보부족(6.3%) 순이었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에서 차단된 영향을 반영하기 전이어서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거래대금 결제 차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을 운영해오고 있는 무역협회는 애로 접수창구에 빈번하게 접수된 기업 애로사항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참석자들에게 안내했다. 

무역협회 신승관 전무는 “대금결제 및 선적 불능, 거래선 단절 등 최근 일주일 동안 270여 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됐다”며 “무역업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해진공 “해운시장 불확실성 커지면서 운임상승”

해양진흥공사는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갈등으로 해운업계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해상운임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철도 화물이 해상운송으로 전환될 경우 물류 적체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진공은 최근 급증했던 TSR(시베리아횡단철도) 화물이 불확실성 증가로 위축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TSR 교역량은 약 100만TEU로 극동-유럽향 컨테이너 물동량 1680만TEU의 6% 수준을 차지했다. 더불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 증가분이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 또한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해운 항공 조선 분야에 동시다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해운업은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시황을 향유하고자 단기용선이나 중고선박 매입을 확대한 선사가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민감도는 평년 대비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조선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에서 수주한 선박대금을 받지 못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대형조선 3개사가 러시아에서 수주한 선박 수주액은 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국영선사 소브콤플로트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 중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후판가 인상도 불가피해 조선사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t당 후판 가격은 112만원으로 11월 말 108만원에 비해 상승했다. 분쟁이 장기화되면 철광석 및 제철용 원료탄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결국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조선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선사들이 러시아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왔다. 우선 러시아의 대규모 LNG 개발사업인 ‘아틱북극2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LNG 운반선 발주가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될 수 있다. 다만 이미 국내 조선 3사가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한 터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한신평은 내다봤다. 

한신평은 수주 규모, 계약 조건, 현재 진행 수준 등의 영향이 조선사별로 상이해 향후 러시아 관련 개별 수주 건의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거래를 벌이고 있는 국내 조선기자재업계도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은 3일 조선해양기자재기업들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한 조선해양기자재 기업 긴급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참가 기업은 현재 직면한 문제로 특히 대금결제 애로 및 물류 운송 차질 등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긴급 지원책과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건의할 예정이다. KOMEA 강호일 이사장은 “광범위한 금융제재로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KOMEA 러시아 거점기지를 통해 관련 동향 및 경제제재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에게 관련 정보를 발 빠르게 전달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항공분야는 이번 사태가 국제선 여객 및 화물운송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해진공은 예상했다. 국내에서 우크라이나 직항편이 존재하지 않고 러시아행 화물운송 매출이 전체 외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유가 상승은 유류비 비중이 높은 항공사에 부정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유류비는 항공사 총 비용의 20~30%를 차지하며, 2020년 평균 46.1달러로 하락했던 제트유가가 2022년 현재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상승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기업에 최대 10억 긴급경영 안정자금 지급

정부와 유관기관들은 이번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7일 세종청사에서 ‘제1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에 업체당 최대 10억원의 긴급경영 안정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물류비 부담 경감 차원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의 반송 물류비와 지체료 등을 수출바우처 지원범위에 포함해 손해보전을 약속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긴급 물류지원 사업’을 이달 4일부터 진행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운송 중인 화물을 다른 지역으로 긴급히 보내거나 대체 바이어를 찾는 중 임시 보관할 해외 현지 창고가 필요한 경우 지원한다. 

코트라는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노보시비르스크 상트페테르부르크 함부르크 등 9개 도시의 20개 공동물류센터 중에서 기업이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에 2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거래처인 경우 기존여신 연장 및 상환유예를 실시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입 현지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를 지원하는 유동성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금융지원이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기·전자기기 등의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행은 수출입기업 유동성 지원 대출을 진행해 7000억원을 지원하고,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거래선 다변화, 유동성 지원, 공급망 불안정 해소 등을 실시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관세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 기업을 위해 특별통관과 세정지원 강화 등을 실시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2000억원을 투입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통한 융자 제공, 특례보증 신설·우대, 기존 융자·보증에 대한 만기연장 등을 지원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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