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에서 한국과 중국발 운임의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선사들이 물동량이 많은 중국 시장에 선복을 집중하면서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은 한국시장 운임은 강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물동량은 성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3만73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31만8000TEU에 견줘 6% 성장했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16만4900TEU에서 올해 17만4300TEU, 수입화물은 지난해 15만3100TEU에서 올해 16만3000TEU로 각각 6%씩 늘어났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같은 달 -10%의 두 자릿수 감소세를 띠었다가 올해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로써 동남아항로는 6% 성장한 174만8200TEU의 성적으로 올해 상반기를 마감했다. 수출은 6% 성장한 89만7400TEU, 수입은 5% 성장한 85만800TEU였다. 올해 들어 이 항로 물동량은 2월 한 달을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4월과 5월엔 11~12%의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다.
상반기 실적을 국가별로 보면, 8개국 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5곳이 성장세를 신고했다. 특히 베트남과 홍콩 필리핀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일궜다. 베트남은 12% 늘어난 65만9100TEU, 홍콩은 11% 늘어난 18만2200TEU, 필리핀은 25% 늘어나 13만100TEU였다. 인도네시아는 6% 증가한 25만700TEU, 싱가포르는 5% 증가한 12만7500TEU를 각각 냈다.
반면 태국은 2% 감소한 27만6000TEU, 말레이시아는 4% 감소한 23만5400TEU, 대만은 2% 감소한 22만4300TEU에 각각 머물렀다.
수출에선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수입에선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이 각각 플러스 성장했다. 특히 전체 실적에서 두 자릿수 성장한 홍콩은 수출물동량은 6% 감소했지만 수입화물이 48%의 급증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운임은 중국시장에선 약세, 우리나라에선 강세를 띠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7월 3주 평균 동남아항로운임지수(SEAFI)는 4100을 기록, 전달 평균인 4287에서 4% 하락했다.
상하이발 평균 운임은 싱가포르 926달러, 베트남 호찌민 469달러, 태국 램차방 584달러, 필리핀 마닐라 358달러, 말레이시아 포트클랑 831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779달러였다. 12달러 오른 인도네시아행 운임을 제외하고 모두 수십달러씩 하락했다. 특히 필리핀행 운임은 전달의 425달러에서 7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주간 운임은 약세가 더욱 뚜렷하다. 7월16일자 운임은 싱가포르 907달러, 베트남 467달러, 태국 583달러, 필리핀 302달러, 말레이시아 819달러, 인도네시아 781달러다. 지난해 11월 90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베트남 운임은 8개월 만에 반 토막 났고 올해 3월 초까지 1000달러 선을 넘어섰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행 운임은 각각 100~200달러가량 하락했다.
한국발 운임은 지난달 하락세를 띠는 중국시장을 추월한 뒤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7월 현재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국적선사들의 한국발 공표운임은 베트남 호찌민항로에서 600~700달러, 하이퐁항로에서 150~250달러, 태국 방콕항로에서 600~700달러 선을 각각 기록 중이다. 외국선사들의 운임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스위스 선사인 MSC는 하이퐁 1350달러, 호찌민 1150달러, 방콕항로 1325달러를 제시해 최고점을 찍었다.
반면 중국 SITC나 프랑스 CMA CGM, 홍콩 OOCL 등은 하이퐁항로에서 100달러 초반의 운임을 설정했다. 선사들이 선박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 한국-동남아항로 선복난이 가열되는 게 한국 시장 운임 강세의 배경으로 평가된다. 최근 HMM은 부산-하이퐁 노선인 HPX에서 철수했다. 용선을 구하지 못한 게 이유였다. 현재 이 노선은 천경해운에서 단독으로 2척을 운항 중이다.
선사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코로나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급증하면서 제품 생산이 줄고 해운 수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조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복과 장비난이 지속되고 있어 운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외 선사들이 3국간 노선을 강화하는 것도 동남아항로의 특징이다. 남성해운은 프랑스 CMA CGM의 아시아역내 자회사인 CNC에서 선복을 빌려 일본-태국·베트남서비스(JTVS)를 8월부터 시작한다. 이 항로엔 1700TEU급 선박 3척이 운항한다. 기항지는 도쿄(월·화)-요코하마(화)-오마에자키(화)-나고야(목)-난사(월)-서커우(화)-램차방(토·일)-호찌민(월·화)-도쿄 순이다.
대만 선사 완하이라인은 중국에서 지은 2000TEU급 신조 컨테이너선을 일본-베트남·말레이시아항로에 투입했다. 이 밖에 팬오션은 고려해운에서 선복을 빌려 인천·광양·부산-태국·베트남노선(NKT)에 참여한다. 고려해운은 대신 팬오션의 남중국 서비스 선복을 제공 받는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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