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31 14:01

동남아항로/ ‘우려가 현실로’ 공정위, 국적선사 과징금 5000억 산정

선사들 변론서 준비 분주…4월 물동량 두자릿수 성장


동남아항로는 물동량과 운임 상승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이슈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중순께 동남아항로에서 컨테이너선사들이 운임 담합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선사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엔 2003년 4분기부터 2018년까지 약 15년간 선사들이 동남아항로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의 8.5~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항로를 취항하는 23개 국내외 선사들이 과징금 부과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선사 12곳, 외국적선사 11곳이다.

공정위는 선사들에게 6월4일까지 의견서를 내도록 했다. 의견 청취 절차가 마무리되면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를 열어 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자료가 워낙 방대한 데다 반박해야할 부분도 많다는 이유를 들어 의견서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들은 공정위 판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너무나 커 자칫 회사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심사보고서대로라면 전체 국적선사들이 내야 하는 과징금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동남아항로를 주력으로 하는 선사의 경우 한 기업이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고려해운의 지난해 순이익 1500억원이 근해선사 통틀어 사상 최대치였음을 미뤄 볼 때 공정위의 이번 심사결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로 한국해운이 벼랑 끝에 내몰렸던 상황을 지적하며 “이번 공정위 이슈로 해운산업이 다시 큰 위기에 빠지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질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공정위 이슈를 뒤로하고 동남아항로 시황은 견실한 모습을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6만50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32만5600TEU에 견줘 12% 성장했다. 수출입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신고했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16만8300TEU에서 올해 18만5500TEU로 10%, 수입화물은 지난해 15만7300TEU에서 올해 17만9500TEU로 14% 각각 증가했다.

국가별로, 수출에선 베트남 필리핀 홍콩 등 5곳이 성장세를 띤 반면 대만 싱가포르는 후진했다. 태국은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수입에선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등이 증가곡선을 그렸고 싱가포르 태국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필리핀은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수입 모두 2배를 넘는 높은 성장률을 과시했다.

운임은 전달에 비해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5월 첫 3주 평균 동남아항로운임지수(SEAFI)는 전달 대비 4% 상승한 4148포인트를 기록했다.

상하이발 평균 운임은 싱가포르 900달러, 베트남 호찌민 519달러, 태국 램차방 595달러, 필리핀 마닐라 426달러, 말레이시아 포트클랑 876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757달러로 집계됐다. 소폭 하락한 베트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이 전달 평균운임에 비해 수십달러 인상됐다.

한국발 운임은 전달보다 약세를 띠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부산발 공표운임은 5월 현재 베트남 호찌민행이 115~750달러, 하이퐁행이 150~400달러, 태국 방콕행이 480~750달러 선으로 파악된다. 하파크로이트는 호찌민행 운임을 가장 낮은 115달러를 제시했다.

항로 개설 소식으로, 고려해운 남성해운 천경해운 3곳은 이달 들어 인천과 태국 베트남을 잇는 신설항로 신한국·태국(NKT) 서비스를 열었다.

18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이 운항하는 신항로는 인천(화·수)-광양(목)-부산(금)-홍콩(월)-서커우(화)-램차방(토)-방콕(토·월)-램차방(월·화)-호찌민(목)-인천(화·수)을 기항한다. 첫 번째 선박인 <스타쉽아퀼라>호가 지난 24일 인천항을 출항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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