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2 09:12

“환적화물에 적용한 안전운임은 위법” 해운업계·국토부 공방 ‘가열’

해운협회, 안전운임고시 환적화물 적용제외 건의


법원이 환적화물 안전운임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해운업계의 손을 들어주자, 국토교통부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운협회는 국토부의 항소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행정 예고 중인 안전운임고시 일부 개정안에서 환적컨테이너를 제외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환적화물 트럭운송 비용 전년比 57% ‘껑충’

지난해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3년간 일몰제로 시행 중인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화물차 운전자의 과로·과적·과속을 금지하기 위해 화물차주에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화물연대는 최저입찰제와 다단계 하청구조 등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고 과속·과적 및 살인적인 노동시간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운임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운임이 적정 수준으로 오르면 차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될 뿐 아니라 과로·과속·과적 등도 크게 줄어 교통 안전이 제고될 거란 이유에서다.

화물연대의 숙원이 현실화됐지만 해운업계의 부담은 가중됐다. 국적선사들은 환적화물에까지 안전운임이 적용되면서 비용 상승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의 환적화물 트럭운송 비용은 전년 310억원 대비 57% 상승한 490억원에 육박했다. 

문제는 환적화물에 안전운임을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용부담이 오롯이 국적선사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외국적선사들은 특정 부두로 물량을 집중하거나 환적 화물을 외국으로 수송해 안전운임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반면, 국적선사들은 불가능하다. 

해운협회는 “환적화물 운임의 급격한 인상은 안전운임제 논의 시 처음부터 선사가 참여하지 못해 객관적인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기본 틀 자체가 잘못됐다”며 “현재 환적화물 안전운임 고시에는 실제 운행되는 구간이 고시돼 있지 않을 뿐더러 구간도 세분화돼 있지 않아 선사는 실제 운송거리 보다 높은 운임을 부담하고 있고 운송사와 차주는 그만큼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운임 소송전 해운업계 먼저 웃어

올해로 시행 2년차를 맞은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운업계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적용대상이 아닌 환적컨테이너는 안전운임 적용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개념에 ‘환적화물’까지 포함해 고시하는 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국적선사들은 지난해 3월 국토부를 상대로 “수출입컨테이너 품목에 안전운임(환적화물) 항목 부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한성라인 흥아라인 SM상선 HMM(옛 현대상선) 등 13곳이 원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운업계는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선사들의 참여가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의견 제출의 기회조차 없었다며 환적 고시는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산하인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와 운수사업자, 화물차주, 공익 대표위원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어 선사들의 참여가 이뤄질 수 없었다. 

1심 결과는 해운업계의 승리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8일 “이 사건 환적 고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운송 품목에 대해 안전운임을 공표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위임임법의 한계를 일탈했으므로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토교통부의 고시가 법률에 근거 없이 행정권을 남용했으므로 고시 중 환적컨테이너 부분은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국토부는 즉각 항소했다. 행정법원이 판결한 피고 패소 부분에 전부 불복한다며 이달 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 이유는 추후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해운협회는 ‘국토교통부의 안전운임제 항소에 대한 해운업계 입장’을 통해 환적컨테이너에 대한 안전운임을 취소한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국토부의 항소에 유감을 표시했다. 

해운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을 구할 필요도 없이 법률을 일별하기만 하더라도 환적컨테이너는 안전운임 고시에서 제외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한 것”이라며, “2021년도 안전운임에서 환적컨테이너는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입 ‘컨’ 안전운송운임 3.8% 인상

안전운임위원회가 환적 운임을 2021년도 화물차 안전운임에 포함하는 내용을 최종 의결한 것도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위원회는 수출입 컨테이너의 경우 안전운송운임은 3.84%, 안전위탁운임은 1.93% 각각 인상한다는 내용을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안전운송운임과 안전위탁운임은 km당 컨테이너화물 2277원 2033원, 시멘트는 957원 899원이었다. 

더불어 부산신항 내, 부산북항 내, 부산신항-부산북항 간, 인천항, 광양항 등을 대상으로 한 수출입 컨테이너 품목에 안전운임(환적화물)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고시에도 포함했다. 다만 법적 판단을 받고 있는 환적화물 인상율은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화물 물동량 감소, 해상운임 상승으로 화주를 포함해 화물운송업계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양보와 타협으로 이뤄진 이번 안전운임 의결은 제도 연착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반발했다. 해운협회는 지난 17일 안전운임위원회가 국토부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고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상 적용대상이 아닌 환적컨테이너가 포함된 점이라고 지적한 뒤, 이는 입법부인 국회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처사라고 강조했다. 

해운협회 조봉기 상무는 “수출입컨테이너와 달리 우리 터미널을 단순 경유하는 환적컨테이너까지 안전운임을 적용하는 것은 시범적으로 운용하는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처사로서,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안전운임위원회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협회는 국토부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이달 2일 항소한 것에 대해 끝까지 시비를 가릴 예정이며, 2021년 안전운임고시에 또다시 환적컨테이너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재차 취소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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