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을 선언했다. 12월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 2050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탄소중립의 당위성, 개략적인 목표만을 나열했을 뿐 연도별 탄소배출량 목표나 이행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은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난과 비판을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받았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유엔기후협약의 이행방안으로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이후 2015년 파리기후 협정타결로 전 세계가 참여하는 바텀업(bottom up)체제로 전환되면서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행하는 체제로 전환됐다. 이 협정 당시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는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을 통해 지구 기온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해서 2050년 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며 2030년까지 45%의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에 따라 2016년부터 각국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했다. 또한 2020년 말까지 지구평균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을 제출하게 돼 이미 미국을 제외한 일본, 중국 등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중립선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탄소중립(net zero)이라 함은 탄소배출량을 최대한으로 감축할 만큼 감축하고 더 이상 감축하기 어려운 배출량은 산림을 조성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거나 탄소를 포집하거나 저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0년 6억5,630만톤에서 2018년 7억2,760만톤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2020년까지 5억4300만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시절에는 2030년 5억3600만톤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이어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은 OECD국가 중 6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감축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2016년 11월 기후행동 추적(CAT) 국제단체로부터 호주, 사우디, 뉴질랜드와 함께 기후악당국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가 2030년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려면 무려 3억3,000만톤을 줄여야 한다. 이는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수치이며 더욱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하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탄소 흡수대책으로 나온 것이 제철소 용광로의 수소대체, 탄소의 포집저장, 탄소의 직접포집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정확한 효과가 나올지는 공허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의 탄소중립선언에 대해 국내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바 무엇보다도 탈원전 정책의 전환이나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이고도 현실적인 특단의 대책이 없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견해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직시한 획기적인 발상을 해야한다. 탄소발생을 최소화하는 정책과 배출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정책들을 다양하게 믹스할 수 있는 양수 겹장식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발생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분야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자력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탈원전 정책을 전환하는 동시에 석탄, LNG발전을 억제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제철, 시멘트, 석유화학 산업 등 산업분야에서도 탄소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LNG를 통한 블루수소,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 기존 석유화학산업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에 대한 국가적인 비전과 기업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선도적인 대응전략을 추진해 2050년 탄소중립을 앞당김으로서 글로벌 탄소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배출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탄소자원화 기술로서 탄소포집, 저장기술(CCS: Carbon Capture Storage)과 탄소활용기술(CCU: Carbon Capture Utilization)을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CCS기술은 탄소를 포집, 수송, 저장하는 단순한 기술로서 해저에 저장하는 기술이지만 CCU기술은 탄소를 화학제품화, 광물탄산화, 바이오연료 등으로 자원화하는 기술이다. CCU기술은 먼저 탄소를 재활용해 메탄올, 우레아, 메탄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과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입해 고체무기물인 탄산염으로 전환해 건설자재나 탄광을 매립하는데 사용하는 기술, 박테리아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전환시키는 바이오연료 기술 등으로 나뉘어 진다.
현재 세계 각국이 이러한 기술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탄소중립화”를 뛰어넘어 “탄소네거티브”로 진입하고자 하는 기술이 외국에서 시도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는 바 클라임웍스와 카브픽스사는 아이슬랜드의 오르카(Orca)공장에서 탄소배출량 제로화를 넘어 마이너스로 만드는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이는 0.04%에 불과한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입한다는 DAC기술에서 한걸음 나아가 필터를 통해 탄소를 선별, 포집한 다음 이를 현무암 지층에 고압으로 주입해 지열을 활용해 광물질을 만들어서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탄소자원화 기술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기술은 자연 생태계의 자정작용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자 하는 기술과 병행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자연생태계의 자정작용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는 해양을 이용해 흡수하는 블루카본과 산림을 통해 흡수하는 그린카본으로 분류된다. 먼저 블루카본의 경우 해양에서의 온실가스 흡수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의 온실가스 흡수저장량은 임업보다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갯벌에서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4%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양의 탄소흡수저장은 3개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바 해조류, 맹그루브, 잘피 등 해양식물의 흡수저장, 갯벌 및 염습지에서의 흡수저장, 플랑크톤, 패류의 흡수저장이 그 것이다. 최근에는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을 활용해 바다에 철분을 보급하는 해양철분 비옥화 기술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임업에서의 탄소흡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20년 소나무 한 그루는 연간 2.76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뿌리, 줄기,잎에 저장한다. 400그루의 소나무가 연간 1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산림의 탄소 흡수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취해야 할 정책으로는 신규조림의 확대, 재조림, 산림경영 스시템의 확립, 식생복구, 산림바이오매스 등의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탄소중립화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항만, 공항, 철도, 도로 주변과 물류단지, 휴게소, 휴식공간에서의 탄소배출을 흡수할 수 있도록 일정한 면적의 수림대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효과도 크지만 국민의 건강과 힐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해양에서의 선박에 의한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실시되는 배출규제 해역(ECA)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정책수단이다. 마지막으로 탄소저감 국가물류수송망의 재구축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극소화해야 한다. 도로중심의 국가물류수송망을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안운송과 철도운송으로 전환, 탄소배출량 감소시키여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탄소중립 정책은 다양한 전략의 믹스가 필요하다. 또한 소극적인 탄소중립화 정책을 넘어서 종합적인 탄소자원화 기술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탄소네거티브 정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탄소중립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제고시켜 배출규제를 사업기회로 활용하는 창의적인 스타트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역발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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