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1 09:06

논단/ 국제도산과 해운회사 회생절차의 특수문제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선박우선특권, BBCHP, 선박의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일반 회생절차와 다른 특수문제들이 별도로 검토되어야

<12.7자에 이어>

다. 선박우선특권

(1) 선박우선특권의 특수성
선박우선특권은 다른 담보권과는 달리 공시방법이 없고 판결 등의 집행권원도 없이 막바로 선박에 대한 경매를 신청할 수 있고 저당권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일반 민사집행법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회생절차에서도 먼저 그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인지 여부와 범위가 확정돼야 한다.

선박우선특권있는 채권의 인정범위(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는 실로 다양해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의 범위는 영국이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 비해 가장 좁게 인정하고,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가장 폭넓게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2)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문제
우리나라는 선박우선특권있는 채권의 인정범위를 선적국법에 따르도록 하는 소위 선적국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회생절차에서도 그 선적국법이 해당 채권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라. 선박리스, 선체용선과 회생담보권 문제

우리나라 회생실무는 일반 리스회사의 리스료 등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취급하고 있고 리스계약이 회생절차 이전에 적법하게 해지되지 아니하면 관리인이 이를 해지하지 아니하는 한 리스물건에 대한 리스회사의 환취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선박리스, 선체용선계약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 선박리스, 특히 금융리스기법에 따른 선박리스도 선박임대차에 유사한 계약으로 해상법규정의 선체용선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지만 특히 우리 법원은 선박의 소유권과 관련해 선박리스를 일반 리스와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생절차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법원은 해운회사의 관행으로 이루어지는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에 대해 단순한 미이행 쌍무계약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박리스를 일반 리스와 달리 취급할 법적 근거를 찾기는 어려우므로 적어도 회생절차상으로는 일반 리스와 동일하게 회생담보권으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5.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선박의 취급문제

가. 법적 성격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國籍取得條件附裸傭船, Bare Boat Charter of Hire Purchase ; BBCHP)이란 나용선 기간 만료 및 총 나용선료 완불 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매선(買船)조건부나용선을 말한다(선박안전법 제2조 18호 참조).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은 위와 같은 국적취득의 조건이 붙어 있는 점에서 일반적인 나용선(Bare Boat Charter; BBC)과 구별된다.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은 관세법상의 수입신고에 해당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및 유권해석이므로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으로 도입되는 선박이 국내에 처음 입항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수입신고를 해야 하며, 따라서 수입신고 시기는 국내 최초 입항 시점이 될 것이다.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 계약의 성격에 관해는 ① 선박리스로 금융리스의 일종이라는 견해와 ② 선박의 연불방식에 의한 구입, 연불매매라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은 “국적취득조건부용선계약이란 용선계약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선박의 매매로서 그 선박의 매매대금을 일정기간 동안 분할해 지급하되 그 기간 동안 매수인이 선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선박수입의 특수한 형태이다”라고 판시해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을 선박의 연불방식에 의한 구입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9년 1월30일 선고 2006두18270판결, 대법원 1983년 10월11일 선고, 82누328 판결).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서 선박을 취득해 사실상 소유하면서 형식적으로 외국에 회사를 설립해 그 회사 명의로 선박을 편의치적한 경우에 이 선박을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 반입하는 것은 관세의 부과대상이 되는 수입에 해당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도 관세법상의 수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실무이므로 당연히 관세의 부과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 선박의 나용선자는 적어도 우리 법해석상으로는 법률상 선박의 소유자로 취급되지 아니하므로 이 점 유의해야 한다.

나. 회생절차에서의 취급

나용선자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경우 나용선 선박은 법률적으로 나용선자의 재산으로 취급되지 아니해 세무상 수입 선박으로 취급되고 나용선자가 실제 선박에 대한 관리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생절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채권자의 선박에 대한 강제집행을 막을 수 없게 된다.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는 한진해운의 나용선 선박에 대해 stay order를 발령해 집행을 금지했는데, 정작 우리나라 법원은 한진해운 소유 선박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행을 허용해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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