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9 11:00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세계 10위권 항공사 도약

한진칼, 산업은행 8000억원 투자 받아 유상증자대금 조달
내년 초 대한항공 유상증자 통해 인수대금 1조8000억 마련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한진그룹은 16일 열린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이사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 유상증자 2조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 항공사는 총 1조8000억원을 들여 1조5000억원 신주와 3000억원 영구채를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동시에 유동성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진칼은 산업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또 유상증자 전에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 투자 직후 8000억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확보한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원에 충당할 예정이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돼 원활한 자금운영이 가능하며 영구채 3000억원으로 자본을 추가 확충해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칼에 출자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분을 유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진칼 역시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전액 차입하면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어 신속하고 확실하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이번 인수 결정의 주된 이유는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있는 국내 항공산업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서라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현재 항공산업의 위기를 고려하면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와 항공 관련 업체를 포함한 항공산업 전반의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항공산업 구조 개편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거래 성사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마무리하면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자 항공사 통폐합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돼 왔다. 인구 1억명 이하 국가는 대부분 1개의 네트워크 항공사만을 보유한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돼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복수 체제로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인 열위에 있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노선망,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우선 두 기업의 통합으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더욱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 단순 합산 시 세계 7위권으로 순위가 상승한다. 또한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합작사를 확대하고 해외 환승수요를 유치할 계획이다.

항공 소비자는 노선과 스케줄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연결편 개선, 마일리지 통합사용 등으로 편익이 향상되면서 항공업 전반의 안전 역량 제고로 더욱 안전한 항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인천공항의 여객과 화물의 연결 네트워크도 강화돼 허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등 아시아 대표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인수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지만 ‘수송보국’이라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을 수행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은 지난 반세기,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성장했다”며 “대한민국 선도항공사로서 국내 항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국민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양사 통합 이후 무엇보다도 모든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양사 임직원들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차별없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통합으로 우리나라 항공산업에 대한 경쟁력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합리적인 운영으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 소비자의 편익을 향상시키고 통합시너지를 바탕으로 더욱 안전한 항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대한항공을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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