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6 09:05

판례/ “이 배가 내 배가 아니라구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 시작하며
선박법은 특정한 선박에 관해 선박의 등기에서 면제하는 선박을 규정하고 있다. 본건 평석에서는 바지선을 이용해 수상레저사업을 하던 업체에 금전을 대부해준 채권자와 위 업체로부터 수상레저사업과 허가권 일체를 양수해 사업을 하던 자 간의 분쟁 사례를 살피기로 한다. 

*관련 법률조항 : 선박법 제26조 4호: 제26조(일부 적용 제외 선박)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선박에 대해는 제7조, 제8조, 제8조의2, 제8조의3, 제9조부터 제11조까지, 제13조, 제18조 및 제22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6호에 해당하는 선박에 대해는 제8조, 제18조 및 제22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1. 군함, 경찰용 선박 2. 총톤수 5톤 미만인 범선 중 기관을 설치하지 아니한 범선 3. 총톤수 20톤 미만인 부선 4. 총톤수 20톤 이상인 부선 중 선박계류용·저장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상에 고정해 설치하는 부선. 다만,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른 점용 또는 사용 허가나 「하천법」 제33조에 따른 점용허가를 받은 수상호텔, 수상식당 또는 수상공연장 등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은 제외한다.
[하략]

2. 사실관계
본건 평석과 무관한 사실은 제외하면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X는 2005년 7월29일 이 사건 바지선에 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했다가 2007년 1월10일 Y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2) 갑은 2010년 3월17일 Y으로부터 바지선을 매수하고 2010년 5월14일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갑은 매수일 무렵부터 2013년 6월19일까지 바지선을 선박계류용 등으로 사용했고, 2010년 5월16일 제천시로부터 하천법 제33조 제1항에 따른 하천점용허가를 받고 바지선에서 수상레저사업을 했다.

(3) 을은 2013년 6월19일 바지선에 대한 “유체동산” 강제경매절차에서 바지선을 매수하고 매매대금을 납부한 다음 집행관으로부터 바지선을 인도받았으나, 바지선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았다. (4) 병(원고)은 2013년 6월20일 을로부터 바지선을 매수해 인도받고,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바지선을 수상에 고정해 설치하고 선박계류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병은 2013년 7월13일 갑으로부터 수상레저사업과 허가권 일체를 양수해 바지선에서 수상레저사업을 하고 있다.

(5) 갑은 2017년 3월10일 그의 채권자 정(피고)에게 바지선에 관해 채권최고액 37,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줬다. 근저당권자인 정의 신청에 따라 2017년 4월4일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2017타경659호로 바지선에 관해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됐다. 병은 바지선의 소유자라는 이유로 임의경매의 불허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3. 대법원의 판단
우선, 병은 이 바지선을 을로부터 매수했으니만큼, 동 선박의 구조 내지 사용 실태를 살핀 후 “이 사건 선박은 총톤수 144t의 부선(바지선)이다. 병은 이 사건 선박 위에 10cm 두께의 콘크리트를 타설해 수상레저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난간대, 사무실, 탈의실과 몽고천막 4동 등 구조물을 설치했다. 이 사건 선박은 선박법 제26조 제4호 단서에서 정한 부유식 수상구조물에 해당하므로, 그 강제집행은 부동산 강제경매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바지선을 유체동산 경매로 진행한 것은 민사집행법 127조를 위배한 잘못된 것임을 이유로 이 경매는 무효이고, 이에 따라 경락인 을은 소유권이 없는 무권리자로 보았다. 따라서 을의 승계인 병 역시 소유권이 없는 자가 된다.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갑의 정에의 근저당권 설정시 갑은 선박등기부에 소유권으로 등재된 자이므로, 그가 설정한 근저당권은 유효한 것으로 묵시적으로 판단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해, 정의 경매신청에 이의한 병은 무권리자이므로 그의 이의는 배척됐다.

4. 평석
민사집행법 127조는 ‘“등기할 수 있는 선박”에 대한 강제집행은 부동산의 강제경매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고 했으므로 “등기할 수 있는 선박”의 개념이 중요하다. 선박법 26조 각호는 “등기할 수 있는 선박”에서 제외하고 있는 선박(즉 등기할 수 없는 선박)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4호는 “총톤수 20톤 이상인 부선 중 선박계류용·저장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상에 고정해 설치하는 부선”을 등기할 수 있는 선박에서 제외한다.

2009년 12월에 신설된 4호 단서는 “다만, […] 하천법 제33조에 따른 점용허가를 받은 수상호텔, 수상식당 또는 수상공연장 등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은 제외한다.” 라고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수상호텔 등은 다시 원칙에 돌아가서 “등기할 수 있는 선박”에 해당한다. 따라서, 본건 바지선은 “등기할 수 있는 선박”이므로 동 선박에 관해 2013. 유체동산 경매가 진행된 것은 민사집행법 127조 위반으로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5. 결론에 대신해
갑이 이 선박을 레저업에 이용한 것은 2013년 6월경까지였을 것인데 (비록 적법하기 못한 것으로 사후적으로 평가된 경매일 망정, 법원의 경매 절차에 따른 경락으로 인해 갑은 그 무렵부터 이 선박에 대한 이용 내지 지배가 배제됐을 것이다), 경락인인 을이나 그 승계인 병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여전히 자신에게 선박등기부상 소유권 이전등기가 남아 있음을 기화로 위 레저업 중단 후 수 년이나 경과한 2017년에 바지선에 대한 근저당권을 정에게 설정해 줬다.

이러한 갑의 행위는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나, 을이나 병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아 갑의 이러한 행위가 가능한 상황의 발생을 자초 내지 방임한 책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등기할 수 있는 선박”인지 여부를 살피고 그러한 선박의 경우 반드시 등기를 해야 함 및 그러한 등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불측의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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