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2 16:05

판례/ 6천만원 화물손해가 났는데 28만원밖에 손해배상을 못받았어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 문제의 소재
복합운송인에게 화물 운송을 의뢰했는데, 화물이 운송도중 분실되거나 손상돼 고액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운송인이 책임제한을 주장할 경우, 소액밖에 배상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2019. 7.23.선고 2017단5194305 판결에 대해 소개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항소심판결(서울중앙지법 2020.9.16. 선고 2019나49528 판결)이 선고된 바,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창원시 성산구 소재 화주 H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AA로 항공기 엔진부품(“화물”)을 수출하기로 했다.

피고 HN은 H와 H의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공장에서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AA의 공장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수출입운송대행계약을 체결했다.

K항공은 K사 항공기에 화물을 탑재한 후, 마스터 항공운송장을 발행했고, 아울러 HN은 문전연결서비스(DOOR TO DOOR SERVICE)라고 기재돼 있는 하우스 항공운송장을 별도로 발행한 바 있다. 

K사의 항공기가 미국 존에프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후, 화물은 하역돼 P사의 창고에 입고됐고, 그 후 화물이 출고돼 UPS 차량에 상차돼 약 900km 정도 육상운송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위치한 UPS 스테이션에 도착했는데, 육상운송 중 분실 사실이 확인됐다. 

원고는 화물의 적하보험자로서 H에게 6,500만원 상당의 적하보험금을 지급했고, 보험자대위를 주장하며 피고 HN에게 6,500만원 상당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3. 법원의 판단
(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285,959원 및 이에 대해 2017년 7월21일부터 2020년 9월16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의 요지 
화물은 미국 존에프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위치한 오하이오 UPS 스테이션 근처에서 분실됐는 바, 피고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운송계약은 항공운송과 육상운송이 결합돼 운송을 수행하는 계약인데, 책임제한 약관은 고가물 신고를 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화물이 육상운송구간에 분실됐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책임은 책임제한약관에 따라 1kg 당 19SDR로 제한된다.

H와 HN 간에 별도로 체결된 운송계약서에는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며”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관련법령 혹은 개별 운송계약에 따른 책임제한을 배제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화물 중량이 9kg임을 고려해 1심법원은 280,530원(=19×1,640,53×9kg)으로 책임을 제한했는데, 환율변동으로 285,959원(=19×1,672.28×9kg)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다.

4. 평석
문전연결(Door to Door) 운송을 의뢰하면, 운송인은 복합운송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그런데 항공운송이 포함되는 경우, 복합운송장을 발행하지 않고 항공운송장만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경우, 항공운송장에 육상운송구간을 포함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한 표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항공운송장에 운송구간을 연장하는 취지의 특별한 표시를 함으로써 복합운송장을 대신하는 경우로 볼 수 있는 경우이다. 

항공운송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국제협약으로 바르샤뱌협약, 헤이그의정서, 몬트리올협약 등이 적용될 수 있고, 항공운송장 이면약관에 규정하고 있는 책임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이면약관에 따라 책임을 제한한 경우에 해당되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경우는 양국이 모두 몬트리올협약에 가입해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되는데,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될 경우도 운송인의 책임은 피고가 발행한 항공운송장 이면약관과 동일한 kg 당 19SDR이 적용된다. 

유럽국가의 경우 CMR에 따라 육상운송에 있어서도 책임제한을 주장할 여지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육상운송구간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통상 책임제한
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6,500만원을 배상하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배상액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단순히 포장명세서나 상업송장 등에 화물가액이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제한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아울러 이 사건의 경우 N.V.D(Declared Value Carriage)라고 표시돼 있음을 들어 책임제한 고가품 신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추가운임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제한을 배제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그런데 65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는데, 30만원도 안 되는 배상을 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이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저렴한 운임을 받는 것을 전제로 책임제한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의관념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물가액 전액을 배상받기 위해서는 복합운송인이나 항공운송인에게 화물의 가액을 고지하고, 종가요금을 지급하게 되면, 손해액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으나, 종가요금 제도는 일반화돼 있지 않은 실정에 비추어 보면, 적하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책임제한이라는 위험을 회피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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