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버로지텍이 20년 동안 쌓아온 해운물류IT솔루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외 사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20년을 맞이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우리니라 굴지의 기업들과의 거래 비중을 높여 국내외 포트폴리오를 더욱 탄탄히 다지고 스타트업 기업과의 제휴 등 파트너십 확대와 인공지능(AI) 역량 강화 등 미래먹거리 창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된 현재승 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현 대표는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도 회사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움츠러들지 않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현재승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회사가 창립 20돌을 맞았다. 더불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먼저 창립 이후 20년간 함께 성공과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 현재의 싸이버로지텍을 있게 한 전 임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근 싸이버로지텍의 주 고객인 선사, 터미널운영사, 종합물류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무역 장벽 등과 더불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싸이버로지텍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대표이사로서 느끼고 있다. 위기를 기회의 동력으로 삼아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해운물류산업에서 최고의 IT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부산신항만(PNC)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DP월드, 스위스 MSC의 터미널자회사 TIL 등 글로벌 터미널운영사(GTO)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여 좋은 성과를 낸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해운에서는 NYK,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로 이어지는 솔루션 수주로 단일 매출로는 유일무이하게 큰 성과를 거뒀다. 인도네시아 포트클랑항 웨스트포트터미널은 7년 동안 영업활동을 벌인 끝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저희 시스템이 안착하면서 재작년엔 컨테이너 처리량 1000만TEU 돌파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예측 가능한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터미널에서 적체를 크게 줄인 게 처리량 증가에 기여했다고 본다.
지난해는 인도네시아 선사인 메라투스라인와 알레그로 사스 공급계약, 사무데라와 위험화물(IMDG) 서비스 계약을 맺었고, 일본계에선 스미모토계열사에 물류 솔루션 공급을 시작했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일본 기업과 거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만큼 우리 제품에 결점이 없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올해는 물류 솔루션인 ‘오퍼스 로지스틱스’를 CJ대한통운에 공급하며 국내 거래처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국내 대형물류기업에게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거라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이 밖에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말레이시아 브라질 인도 태국 미국 등에 오퍼스터미널을 구축했다.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지만 현재 여러 국내외 해운물류기업들과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Q. 회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뭔가.
컨테이너선사가 수행하는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통합 운영 솔루션인 알레그로는 싸이버로지텍의 주요 수익원이자 대표 상품이다. 알레그로는 화물의 부킹(예약)에서부터 인도까지 절차 및 계약의 간편한 관리와 다양한 관점의 수익 및 비용 정보를 제공해 선사의 수익성 향상을 지원한다.
컨테이너선사들 간의 전략적 제휴, 공동운항 및 선복교환 등의 정보를 더욱 편리하게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협업하게 하는 플랫폼 서비스인 카라도 글로벌 선사들과 PoC(현지기술 테스트·Proof of Concept)를 진행하고 있다. 선사들이 선복을 나눠쓰는 것도 배 크기에 따라 비용도 제각각이다. 선복교환과 공동운항을 하다보면 정산이 이뤄져야 하는데 예전엔 수기로 이뤄져 불편함이 따랐다. 카라는 선사들 간에 공유되는 운항 스케줄, IMDG, 선복교환 정보부터 정산까지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에서 공유가 가능하다.
또 다른 프로그램인 오퍼스터미널은 전 세계 14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검증된 터미널운영시스템이다.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복합터미널로도 확장이 가능해 세계적 추세인 자동화 터미널에도 도입됐고, 수시로 변화하는 터미널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항만에도 자동화 바람이 불면서 우리 시스템이 경쟁력을 인정받게 되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오퍼스스토이지는 화물 패턴 분석을 통해 선사의 선복량을 극대화해주는 컨테이너 적재 계획 솔루션이다. 어마어마한 방정식이 도입된 프로그램을 적용해 보편화된 업무는 시스템이 해주고 규격 초과(OOG) 화물이나 IMDG 등 한 번 더 꼼꼼히 챙겨할 일들을 사람이 함으로써 사용자는 업무 최적화를 이뤄낼 수 있다.
▲현재승 대표이사가 회사의 미션이 적힌 입구에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
Q. 주력하고 있는 사업의 진척 현황이 궁금하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영업활동이 제약되는 점이 현재 가장 어렵다. 특히 싸이버로지텍은 사업 특성상 해외 고객의 중요도가 높은데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점이 타 기업들에 비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화상회의나 콘퍼런스콜(전화회의)로 주요 고객들과 접촉은 유지하고 있으나 최종 수주를 위한 시스템 데모, 컨설팅이 제한되다 보니 계약 단계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글로벌 대형선사들과 솔루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싸이버로지텍이 그 동안 진입하지 못했던 중국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올해 초부터 진행됐던 국내 대형물류기업의 프로젝트가 조만간 종료될 것이고 또 다른 국내 대형물류기업들과도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섣불리 판단하는 건 어렵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좋은 성과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
Q.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궁금하다.
2017년 9월 싸이버로지텍은 롱테일(Long-tail)과 플랫폼 비즈니스를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해운·항만분야 중소형 고객군들을 위한 제품을 출시했고,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의미 있는 수준의 성적표를 받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성 측면에서는 맞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적 기조는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앞으로는 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검토해 싸이버로지텍의 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신규 사업, 제품, 서비스를 빨리 전개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스타트업기업 등 외부와의 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처음 걸음마부터 시작한다면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는 시장에 존재감을 알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미 일정 수준 검증된 회사 또는 사업을 인수하거나 협업해 싸이버로지텍이 가진 역량과 자원을 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고 확실히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일례로 최근 서울성모병원, 의료 AI 전문 스타트업과 함께 AI 국책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이를 통해 확보한 AI 기술을 싸이버로지텍 솔루션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 시도할 계획이다. 의료 AI는 해운물류하고는 연관이 없을 수 있겠지만 회사의 성장, 더 나아가 4차산업시대를 맞는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Q. 최근 물류업계 현안은?
모든 산업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공급사슬은 그 영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가령 A, B 지역에 거점이 있다고 할 때, 지금까지는 A 지역에서 대형 자연재해나 전쟁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B 지역 거점을 활용해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되다 보니 A, B 거점이 상호 보완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적의 공급망관리(SCM)를 위해 물류기업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급사슬이 더욱 유연하고 비용 효율적이 되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의 흐름이고 이를 가장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IT 시스템의 역할이다. 새로운 시스템 원격·재택 근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완벽하게 업무가 진행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직접 수행하거나 대면 서비스가 필요했던 다수의 작업들이 AI와 결합된 드론과 로봇을 이용한 무인자율운송 등을 통해 차세대 물류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코로나는 예기치 않게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 앞으로 물류기업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기술 혁신을 신속히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Q. 향후 국내 사업 비중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계획인가? 기업공개(IPO)도 회사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코로나 사태와 관계없이 국내 사업에 대한 관심은 항상 높게 가지고 있다. 국내 물류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정부 과제에도 참여하면서 관련 유관단체, 기관 및 국내 협력사와의 기술적 협업 네트워크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국내 고객분들을 모시고 싸이버로지텍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지난해 말 무산된 IPO는 가장 좋은 시기를 노려 재도전할 생각이다. 밸류에이션(가치)을 낮추기보다는 기다렸다 하자는 인식이 있었다.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시장이 안정될 때 IPO를 다시 시도하겠다. 대규모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단 한 번뿐인 이벤트로 높은 상장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글로벌 물류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났다. 안타깝게도 미국 유럽 중국 등에 비해 국내에서는 경쟁력 있는 물류 관련 스타트업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해운물류산업에 필요한 AI 관련 인력을 기업 스스로만 확보하려는 노력이 쉽진 않다. 글로벌 해운물류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타트업과 최신 기술 인력에 대한 중장기적 육성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
싸이버로지텍의 핵심가치 중 하나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국내 회사로서 정도를 걷는 경영을 실천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지상 목적인 이윤 추구나 수익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필요하다면 사회를 위해 기부도 하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더욱 성장해 경쟁기업들이 쫒아오면서 더욱 좋아지는 게 간접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거라 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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