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자에 이어>
판결 전문
대법원 제1부 판결
[사건] 2019다218462 판결 용선료청구의소
[원고, 피상고인] 1. 코모도 베이 시핑 레포 엘티디 2. 블랙 펄즈 마리타임 레포 엘티디
[피고, 상고인] 채무자 주식회사 H해운의 파산관재인 피고
[원심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2. 13. 선고 2018나2044464 판결
[판결 선고] 2019. 12. 27.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은 라이베리아 법인인 원고들이 대한민국 법인과 체결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이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에 따른 용선료 지급 등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도 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박소유자에게 있는 정기용선계약에서 “반선(redelivery)”이라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반선 시점에 선박에 남아 있는 연료유(bunker)를 인수하고 정기용선자에게 그 대금을 정산하여 지급하도록 정하는 한편, 정기용선자에게는 사전에 선박소유자에게 반선 시점과 반선 지점을 수차례에 걸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반선 시점에 남아있는 연료유의 품질과 예상 최소수량을 정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면, 특별히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때의 반선은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여기에는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 등으로 인하여 선박을 돌려주는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각 잔존연료유 대금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피고의 상계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각 선박의 소유자들인 원고들과 주식회사 H해운(이하 ‘H해운’이라고 한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이다. 원고들이 H해운의 파산관재인인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에 따른 용선료를 청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각 잔존연료유 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항변을 하고 있으므로, 위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하여는 영국 보통법상 상계(legal set-off)의 법리가 적용된다.
2)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반선할 때에 선박소유자에게 그 시점과 지점을 사전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선박을 인도받았을 때의 연료유의 양과 근접한 수준의 연료유의 양을 유지하여 반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기용선계약이 중도해지되는 경우에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기 불가능하다. 또한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은 ‘NYPE(New York Produce Exchange) 1946 양식’을 기본으로 하되 일부 조항을 부속서로 개정하는 형식으로 체결되었는데, 선박소유자가 잔존연료유를 인수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부속서 제33조에서는 “인도(delivery)”와 “반선(redelivery)” 이외에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에 의한 종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는 개정된 ‘NYPE 2015 양식’에서, “어떠한 해지의 경우에도(on any termination)” 연료유를 인수하고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문구를 개정한 것과 구별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H해운의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그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임을 이유로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을 해지한 이 사건의 경우에, 이 사건 부속서 제3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3) 나아가 피고는 각 유류공급업자들로부터 연료유를 공급받으면서 연료유 대금을 모두 지급할 때까지 소유권을 유보해 주기로 하였는데, 피고가 각 유류공급업자들에게 연료유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영국 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정기용선자가 잔존연료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경우에 한하여 선박소유자에게 그 권리가 이전될 수 있으므로, 선박소유자가 잔존연료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지 못한 정기용선자로부터 선박을 인도받았다 하더라도 그로써 잔존연료유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각 잔존연료유 대금채권이 존재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계약의 해석, 연료유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각 잔존연료유 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한 상계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은 원심의 가정적, 부가적 판단에 대한 것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각 잔존연료유대금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이러한 가정적, 부가적 판단의 당부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주심) 박정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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